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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트와일라잇은 책을 좋아했다. 봐도봐도 정말 질리지가 않았다. 항상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트와일라잇은 책을 읽으며 그 달콤하고 향긋한 종이내와 글귀에 빠져들었다. 몇 년 동안 책을 읽으며 독해 능력을 연마해 속독도 할 수 있었다. 속독을 할 수 있다는 건 그 만큼 책을 더 읽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루하루가 트와일라잇에겐 전부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도서관에 박혀있으려니 할 것이 별로 없어서 책을 안 읽으면 할 만한 게 청소밖에 없는데 정말 따분한 일이었다. 어쩌면 독서를 취미로 갖게된 것이 어린 시절 때부터였을 수도 있고, 그냥 정말로 책에 대한 사랑이 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트와일라잇은 독서를 그만둘 수 없었다. 매일 하루하루 독서량이 세 권, 다섯 권, 열 권씩 계속 늘어났다. 벌써 서너번 읽었던 책도 “한번만 더”라고 중얼거리며 읽었다.
바깥은 살짝 구름이 낀 흐린 날이었다. 며칠 전에 페가수스들이 예보했던 태풍이 지나간 뒤라, 구름이 아직 많이 끼어있었다. 날씨는 그 날 하루 기분을 좌우한다. 어두운 잿빛 구름? 집에 있으라는 징조다. 밝은 잿빛 구름? 이것도 마찬가지다. 햇빛 쨍쨍? 이 때는 밖에 나가도 된다. 하늘이 포니의 행동을 어느 정도 좌우한다는 게 트와일라잇의 사상이었다.
바깥에는 어둠이 드리웠고, 트와일라잇은 오후 시간을 전부 집에서 보냈다. 할일은 어제 이미 다 마친 상태고,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태다. 트와일라잇은 하루 종일 잡일 몇 가지 한 거외에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문득 책꽂이를 보고, 트와일라잇은 미소를 지으며, 읽을 만한 책을 찾으러 책꽂이로 걸어 갔다.
사실 여기 있는 책은 다 읽은 지 오래다. 하지만 또 찾아 보면 처음 보는 책이 몇 권씩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윽고 트와일라잇이 외쳤다. “아싸!” 평상시엔 보지도 못했던 먼지구덩이 책들 사이에 아주 조그만 책이 드러 누운 걸 발견한 것이다.
“초록 잔디와 건초라..”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책 표지를 들어 올리자 먼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이제 누워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자체는 평범한 동화였다. 한 암말이 교외로 갈려고 하는데, 다른 암말이 초록 잔디와 건초를 먹고 싶지 않냐고 권유하는 스토리였다.
“트와일라잇! 빨리 내려와!” 애플잭이 문을 박차고 문지방을 다 부수며 외쳤다. 트와일라잇이 숨을 헐떡거리며 일어났다.
“애플잭, 무슨 일이야?” 트와일라잇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설명할 시간 없어, 일단 달려!”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 침실로 올라가 침대 뒤에 숨었다.
“애플잭, 일단 무슨 일인지 말이나 해!”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펭귄이야! 트와일라잇! 그 녀석들이 돌아왔어!”
“펭귄???”
“그래, 트와일라잇! 그 녀석들이 가까이 있어. 빨리 대항할 무기를 찾아야 해!”
“무기???”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의 말을 무시하고, 무기를 찾느라 선반을 뒤적거렸다. 얼마 안있어 백과사전을 찾아냈다.
“이정도면 되겠어.” 애플잭이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멍한 표정으로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순간 이 암말이 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 연기 잘하는 것 같아.. 아님 진짜로?' 트와일라잇이 중얼거렸다. 갑자기 펭귄이 들어왔다. 수백 마리나 되는 펭귄이 도서관을 메웠다.
“무기 들어, 트와일라잇!” 애플잭은 “이이이하!” 하고 함성을 지르며 펭귄들에게 달려 들었다. 펭귄들이 무섭게 뒤뚱거리며 애플잭을 덮쳤다.
애플잭은 입에 문 백과사전을 펭귄들에게 내리쳤지만, 펭귄들은 가볍게 피했다. 수가 너무 많아서 애플잭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트와일라잇, 도와줘!” 애플잭이 외쳤다.
트와일라잇도 필사적으로 무기를 찾았다. 하지만 딱히 쓸모있는 건 없었다. 펭귄들이 애플잭의 목까지 차올랐다. 트와일라잇은 친구를 구할려는 마음으로 펭귄들한테 빠져 들엇다.
“내가 구해줄께, 애플잭!”
트와일라잇은 발굽을 막 휘두르며 누가 맞든 상관없이 달려 들었다. 실상은 아무도 맞지 않았다. 그냥 발굽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펭귄들은 트와일라잇한테서 뒷걸음질치며 달아났다.
“저년 광견병 있나?” 한 펭귄이 물었다.
“니 말 맞는 것 같은데.”
“세상에. 빨리 도망쳐!” 펭귄들이 서로를 밀쳐대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몇 분도 안되서 펭귄들은 모조리 사라졌다.
“고마워, 트와일라잇.” 애플잭이 말했다.
“별거 아냐.”
“근데, 트와일라잇..”
“응, 왜?” 트와일라잇은 그윽한 눈빛으로 애플잭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제 주인공을 위협하는 시련을 극복했고, 서로를 도와주었으니, 이제 내가 널 사랑할 차례인 것 같아.”
“애플잭, 펭귄 하나 쫒아냈다고 그렇게까지.. 아니 사실 네 말이 맞아. 지금이 딱 좋은 시간이야.”
“그럼, 데이트할래?”
“음, 너에 대한 호감이 방금 생겼고, 우리들이 이성보단 동성연애가 좋다는 것을 방금 알았으니 그 제안은 내가 승낙해야 될 것 같아.”
“이야야, 해피엔딩!”
“내 생각엔 어느 시점에서 우리 사랑이 너무 빨라서 어느 정도 애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걸 극복하면 우리들의 사랑도 더 깊어질거야.”
“나도 동감이야.”
두 포니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며칠 후 트와일라잇과 애플잭은 데이트를 하며 행복해했다. 몇달 후 친구들에게 서로의 관계를 털어놓았고, 둘의 연애관계로 인해 친구 사이가 어긋나는 일은 없었다. 래리티는 다르게 생각했지만 말이다.
몇달 후 펭귄이 애플잭을 죽였다. 트와일라잇은 펑펑 울었다.
20년 후
트와일라잇은 펭귄과 결혼했다.
끄읏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1913/twilightpenguins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