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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다.
게시물ID : panic_85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zro
추천 : 1
조회수 : 83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05 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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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기... 우리 유선이는 어떤가요?"
 자리에 앉은 부부는 짦은 인사 후 본 질문을 시작하였다.

 "아직도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더군요. 우선 다른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더 해보는 것을 어떨까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약물의 사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나는 일단 내가 아는 사실 중 적절한 것만 골라 낮은 톤으로 조용히 이야기하며 장유선 이라는 아이의 부모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읽어나갔다.
 먼저 말을 꺼낸 모친쪽은 나의 대답을 들으며 시선을 왼쪽 아래로 돌린다.
 '불안','초조'
 움츠러든 몸에서 걱정의 표식들이 피어난다.
 나는 앉은채 눈동자를 굴려 부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군인과 같은 인상을 풍기는 육체는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이 쉽게 여길 인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팔짱을 끼고있다. 아마 나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불신 이라는 이유에 의한 것 이리라.
 작게 한숨을 내쉰 그의 눈동자가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그는 아마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 하는 것 같다.
 
 "혹시 유선이에 대해 더 말해 주실 것이나 말하지 못 하신 것 있으십니까?"
 나는 잠시 생각한 후 그들이 돌아가기 전 질문을 하였다.
 "아니요."
 모친은 바로 대답하였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아가려던 부친쪽은 의기소침 한 상태로 말이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 해 주십시요."
 
 그렇게 그들은 돌아갔다.
 
 "유선아, 부모님 가셨어. 정말로 괜찮은거야? "
 "아, 그 인간들 왜 오는지 이해가 안되네."
 유선은 방에 늘어져 게임기를 두드린다.
 나는 어릴적 홀연히 사라진 게임기와 같은 그 게임기가 왠지 반가웠다.
 "넌 내 말을 들어줄꺼야?"
 말을 끝내고 일정 거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유선이 드디어 말을 걸었다. 역시나. 

 "나는 말 했듯이 다른 세계에서 여러 공부를 하던 모험가야. 그리고 이 아이가 어디론가 가기를 원해서 내 순간 전이 소환 연습에 말려들어 나랑 몸이 바뀐거라고."

 나는 어렵사리 진지하게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소리를 하면서 머리를 쓸어넘기는 아이를 보면서 웃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나는 나의 춤바람난 횡경막을 진정시키고 드디어 말문을 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위해 그 아이가 손에서 놓지 않는 게임기로 슬쩍 시선을 옮기며 질문 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닐까 하면서.
 "그렇구나, 그럼 너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나에게 말 해줄 수 있니?"

 "그 애는 그냥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많아서 비 정상적인 것을 비 정상적이라 인식할 뿐이야. 다만 그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멍청해서 그 아이와 말이 안 통하는 거야. 너도 여기 다른 환자들이랑 대화할 때 그런거 가끔 느끼지 않아?"
 "확실히 이해 하겠어."
 나는 확답을 하였고 상대방의 반응을 보았다.

 상대방은 이제 나에게 신뢰를 가진 듯 하였다. 오랜 대화 상대가 없던 사람에게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받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될 것 이다.
어쨋건 그 아이는 허리를 피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이 아이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서 따돌림을 당해. 그리고 학생 인권을 이야기 하다가 병신 중이병 취급을 당해. 또 집에서 부모와의 대화는 항상 공부로 끝나. 그 부모들은 애가 자라난다는 개념이 없어. 그들은 기본적으로 악한 의도는 없지만 아이의 성공이 성적에만 직결된다고 믿은 나머지 아이에게 사랑을 보여주거나 소통하지 않아. 대화의 끝은 항상 '그게 불만이면 너가 공부를 해서 바꾸렴, 그래서 오늘 숙제는 다 했니?,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에 가지.' 등등 이런 소리로 끝난다고. 게다가 맨날 아이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 결국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지. 애초에 자기가 옳고 남이 틀림을 증명하려는 부모와 자신이 틀렸음을 가정하고 그것을 증명하려는 생각에 수정에 수정을 더하며 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애가 대화를 하면 결과는 뻔했어. 이 아이는 이성적이고 침착함을 잃지 않고 창의적인 자신의 주장을 실천 해야 한다는 사고가 멍청한 노예가 좋은 노예이다 라는 사회의 요구사항에 부딪쳐 지친 상태야. 아마 얼마 뒤면 내가 사라진 것을 아는 소환사들이 그 아이를 되돌려 주겠지."

 나는 여기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나의 부모님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말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남들 다 그런데 왜 너만 불만이니?' 라는 무서운 소리로 들릴 것 같아서 그랬다.
 그래서 나는 그냥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이 아이 부모가 돈이 좀 있는건 다행 인 것 같다. 정신병원에 보낼 수 있잖아?"
 아이는 침묵을 지키는 나의 굳은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내일 돌아갈거야. 이 아이는 이 몸으로 돌아오고 조금 당황하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어른들을 잘 속일거야. 대신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부모들에게 그냥 게임 때문이었다고 얼버무리고 다 나았는데 그 퇴원 이후 병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말이야. 대충 트라우마 라던가 그런 것 때문 이라고 너라면 얼버무릴 수 있잖아?"
 "그렇긴 한데 그들이 믿을까?"
 나는 아침에 그들의 행동을 떠올렸다.
 "아마 믿을거야. 그들 입장에서도 아이가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다닐 성격이 절대 아니란걸 알잖아."
 확실히 아이의 이야기에 나온 부모는 아이가 평범하게 전교 10위권 이었으면 하는것 같았다.
 "이 게임기 이제 돌려줄게. 잘자, 내일 어떻게 할지 알지?"
 
 머뭇거리는 나에게 아이는 게임기를 손에 쥐어주고는 취침하러 간다며 들어갔다.
 
 다음날 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하였고 나는 별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 부모를 다시 불러 조용히 이제 입원은 필요 없고 집에서 부모님이 조심만 한다면 아이는 별 일 없이 잘 자랄 것 이라고 하였다.
 매우 신기한 일이라 생각하며 집에 온 나는 무심코 게임기를 켰다.
 패스워드가 걸려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풀 수 있었다.
 그 소환사에게 고맙다고 한마디라도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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