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월드컵, 한국의 세대교체는 참담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팀 전체적인 완성도도 부족했지만, 올림픽 동메달에 빛나는 한국의 황금세대가,
아직은 동급 연령대에서만 통할 뿐 월드클래스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을 보여준 3경기였네요.
아시아의 맹주가, 세계무대에서는 여전히 변방임을 느끼며 착잡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느껴지는데요,
바로 이 아시아의 맹주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K-리그의 아시아에서의 지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 대표적 징조입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이게 무슨 소리이신가 하겠지만,
당장 중국 슈퍼리그와 K-리그 팀과의 경기를 정말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거의 차이가 없거나, 광저우 같은 팀은 오히려 더 나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결국 중국은 리그 수준을 돈으로 사는 게 성공한 듯 합니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이야 아직 턱없이 모자라고,
중국의 성장이 아시아 리그 수준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K-리그가 이로부터 외부효과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K-리그 선수들의 몸값이 상당히 뛰었습니다.
아시아 축구 시장이 중국까지 뛰어들면서,
기존 중동-일본 리그에 이어 때아닌 선수 경쟁이 일고 있습니다.
아시아 쿼터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호되는 만큼,
리그 A 급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용병 시장에서마저, 아시아 무대에 친숙한 용병들이 중동-중국으로 유출되면서
평균적인 질이 예전에 비해 결고 높지 않은 현실입니다.
데얀, 라돈치치, 스테보, 에스티벤 등 숨은 보석들을 선점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던
K-리그가 더이상 아시아 다른 팀들을 앞도하는 대박 용병을 못찾고 있는 듯합니다.
리그 A급 선수들은 유럽 진출과 아시아 머니라는 이중 유혹에 K리그를 떠나고 있습니다.
특급 유망주들-2012 올림픽세대- 중 골키퍼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남아있는 선수가 거의 없네요.
리그에서 인정받는 플레이어들이 2004 올림픽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점은,
리그 내 세대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젊은 스타의 부재와 더불어 리그 전체적인 피지컬이 예전에 비하면 다소 주춤하다는 느낌도 받네요.
해외로 떠난 젊은 선수들은 보다 가혹한 실전 경쟁에서 뛰고 있습니다.
유럽 선수들은 선발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거나, 부상 등으로 경기 감각은 떨어지고 있으며,
아시아파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리그 수준에 적응해버려 발전을 멈추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는 국가대표팀에서 선수들이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는(그리고, 실제로 이번에 나타난) 주 원인이라고 봅니다.
K리그의 수준 하락은 팀이 많이 늘어나 각 구단의 스쿼드가 얇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취지는 장기적으로는 프로축구의 기반을 위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상쇄할 만한 숨은 인재의 발굴이나, 전술 상의 발전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 점에서 지도자들의 역량이 다소 아쉽네요.
물론 여전히, 아시아에서 K-리그는 강합니다. 압도적인 모습이 약해졌을 뿐이죠.
하지만, 이 추세가 해결 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새로운 감독이 누가 되든,
4년 후 월드컵에서도 강력한 팀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리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