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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고찰 - 삶의 그림자,죽음 <BGM>
게시물ID : panic_712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5
조회수 : 417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02 21:16:1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Q1KQ


Amor fati, memento mori
네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이란 생물체의 생명활동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심장이나 뇌의 기능 정지라고 볼 수도 있고, 

생물체의 완전한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죽음을 결정짓는 사항 또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심장의 정지 상태부터 죽음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기관인 뇌가 멈추면 죽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장의 고동이 15분 이상 정지한 상태
인공호흡이 끝난 후 5분이 지나도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
뇌파를 기록하는 기계가 둘 이상 5분 이상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는 상태
최후로 두 명 이상의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증명할 때

죽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다큐멘터리가 있는데요. 평소에 죽음에 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리들에게 

충격적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우 가슴아픈 다큐멘터리에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두가 한번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KBS 파노라마-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방영일
 2013/12/19 http://www.kbs.co.kr/1tv/sisa/panorama/vod/view/2209888_68560.html


죽음에 관해 처음으로 지각하게 된 시기가 기억이 나나요? 처음으로 어린 아이가 죽음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운로드.jpg


"있잖아, 허섭쓰레기같은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내게 어린 시절은 마법의 시간이었어, 정말이야
엄마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얘기해준 게 기억나
증조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가족이 모두 플로리다에 갔을 때였거든 내가 3살인가 3살 반인가 그랬을 거야
어쨌든 그때 난 뒤뜰에서 놀고 있었어 누나가 정원에 있는 호스로 그걸 막 가르쳐 줬거든 
왜 그거 있잖아. 햇빛에 물을 뿌리면 무지개 생기는 거 말야, 알지?
그걸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물안개 너머로 할머니가 보이는 거야. 거기 서 계시더라고 나한테 미소를 지으시면서 말야
난 호스를 들고 한참을 서있었지 할머니를 보면서 말이야. 그러다 마침내 호스를 놔버렸어
그러자 호스는 땅에 떨어졌고 할머니는 사라졌지. 난 안으로 달려들어가 부모님께 얘길 했어
부모님은 날 앉히더니 한참 동안 연설을 늘어놓더군. 죽은 사람은 만날 수 없다고, 내가 상상한 거라고 말야
 하지만 난 내가 뭘 봤는지 알고 있었어 그걸 보게 돼 기쁘기만 했지"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중에서>

 

인간은 죽음을 알고 있는 동물입니다. (유일하다는 말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죽음에 대해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종교적 내세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세계에 계속 살아간다는 생각이지요. 희망적이지만, 이는 사후 심판론과도 연결되어지기도 하지요.


Stephen cave -the 4 stories we tell ourselves about death 우리가 죽음에 관해 말하는 네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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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ed.com/talks/stephen_cave_the_4_stories_we_tell_ourselves_about_death

강연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간이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Elixir 불사의 약을 찾아 영원히 사는 방법이죠. 평생 불로초를 찾았던 진시황에서 부터 노화방지와 관련된 엄청난 상품들, 생명연장술 등 형태는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불로장생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2) resurrection 부활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꿈이죠. 냉동 인간과 같은 기술이 이와 관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비의 형태가 아니고서야 아직 신체적인 부활은 힘든 것 같습니다...

(3) soul 영혼으로 사는 것. 사후세계와 같은 영혼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영혼의 무게는 21g이라는 말이 있죠. 미국의 맥두걸 박사가 사람이 죽는 순간에 아무런 질량 변화가 없음에도 21g이 빠져나갔다 하여 영혼이 빠져나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심리철학에서 다루는 mind-body problem심신의 문제 에서 영혼의 존재에 관한 논란이 계속됨에도, 또 과학적으로 영혼은 뇌라는 몸 속 기관의 작용이라는 연구결과들에도 아직 영혼에의 희망은 사람들에게 유효한 것처럼 보입니다.

(4) legacy 유산. 세상에 나의 유산을 남기는 것입니다. 전설로 남은 수 많은 그리스 영웅들, 평생의 작품을 남기는 장인의 모습에서 그러한 유산이 느껴집니다. 또한 강연에서는 생물학적 유산인 자손을 이야기합니다. 나의 자손은 나를 계속해서 세상에 남겨두는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고 이렇게 대항하고 있는데, 죽음 그 자체에 대해서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death is not an event in life: we do not live to experience death."
"죽음은 살아서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려 살지 않는다."

강연자인 Stephen cave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죽음은 책 표지와 같은 것이다. 단지 그 속을 좋은 스토리로 채우라."



 인간의 삶에 죽음이 없다면, 끝이 없다면 또한 그와 동시에 인간의 삶은 오히려 빛을 잃게 될지 모릅니다. 오히려 영겁의 세월을 사는 것은 크나큰 형벌일 수 있죠. 또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영원히 늙지 않음 또한 전제해야 합니다. 어느 나이에 머물러 있을지 또한 큰 영향을 미칠테니까요. 그리스 신화에서도 영원히 살게 되었으나, 노화가 계속되어(?) 죽기만을 간청한 요정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다르게 죽는 존재입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지금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늘 죽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 죽음을 멀리 두고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죽음을 가끔씩 떠올려보면, 우리가 사는 모습에, 행복을 느끼는 방식에 분명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생과 사를 생각할 때 죽음을 떠난 생, 생이 다한 죽음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떠난 생은 있을 수 없고, 생과 관련 없는 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죽음은 자신의 삶의 방향이 올바른가를 점검하게 합니다. 죽음을 배제한 삶은 올바른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죽음이 갑자기 자기 앞에 다가오면 삶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이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삶이 자기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소비할 만큼 의미 있는 것이 못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 붓다 중에서

오늘이, 혹은 올해가 마지막 날(들)이라고 한다면 지금 하는 행동 중에 얼마나 유지하겠습니까? 지금 우리의 행동 대부분이 먼 미래의 죽음을 가정하고 이루어집니다. '아직은'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남은 것일까요?


오렌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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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소녀는 <소피의 세계>로 유명한 요슈타인 가아더의 또 다른 책입니다. 소년 게오르그는 어머니와 새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사랑했던 '오렌지 소녀'와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전합니다. (그 소녀는 바로 어머니였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갈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인 죽음이 마음 아픕니다. 또한 이러한 죽음을 사랑하는 아들이 결국 똑같이 언젠가는 겪도록 만든 것이 조금은 두렵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묻습니다.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편지를 읽은 끝에 게오르그는 "그 삶이 짧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지상에서 한 평생을 살겠다는 선택을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만약에 저 또한 삶을 선택한다면 죽음은 두려웠지만, 아름다운 순간들과 행복한 순간들마다 '아 태어나길 잘했다, 살아있어서 감사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듯합니다. 그러한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이 사랑과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담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누구도 유클리드의 기하학이나 원자의 주기율과 눈물 흘리며 작별한 적은 없었다. 그 누구도 인터넷이나 구구단과 헤어져야 해서 눈물방울을 쥐어짠 적은 없었지. 눈물로 헤어져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이별을 고해야 할 세계란다. 바로 인생, 동화, 모험이지.
그 모든 것과 헤어지면서 우린 진정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사람과도 작별해야 한다. "

"난 오늘 같은 저녁들을 생각해본다. 
내가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될..
( I think of evenings like this that I'll no more be able to know... ) -olaf bull올라프 불 의 시"

"실존하는 모든 것은 끝날 때까지만 존속하지. 하지만 한 인간이 마지막까지 꼭 붙들고 있는 것이 하나의 손인 경우는 종종 있단다."
-오렌지 소녀 중에서


실존주의 또한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지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고민과 함께합니다. 이에 대해서 인간은 자유를 가지고 인간이라는 의미를 만들어가야한다는 주장, 혹은  종교적 단계의 의미부여 등이 있지요. 실존주의 상담에서 특히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껴보도록 합니다. 죽음을 생각함으로서 삶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역설적인 일이지요.

죽음에 관해 가장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시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해보았다는 것에, 또 세상의 아름다움에 행복감과 경이를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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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면-류시화

당신은 소면을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
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
봄날의 번개처럼
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
이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
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
이 나무 아래 빈 의자 앞에 늦도록
앉아 있으리라
이것이 그것인가 이것이 전부인가
이제 막 꽃을 피운
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단 하나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
두 육체에 나뉘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원한 휴식인가 아니면
잠깐의 순간이 지난 후의 재회인가
이 영원 속에서 죽음은 누락된 기억일 뿐
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로워하는 것이다
저녁의 환한 살구나무 아래서



 

*참고 도서 및 관련 도서
-인간 붓다, 법륜
-오렌지 소녀, 요슈타인 가아더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Immortality, Stephen Cave



출처 : 티스토리 - 쿠쿠로그 by 쿠쿠로그
http://kukulog.com/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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