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어둠은 무섭다고 생각한다.
아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둠은 그저 또 다른 색의 세상.
검은색 계열의 무채색을 좋아하는 내게는 낮보다 더 익숙한, 더 나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게 '담력이 센' 걸로 비춰져서 귀신의 집 같은 델 갈 땐 애들이 달라붙었고,
밤에 학교에 놓고 온 것을 찾으러 갈 때도 망설임 없이 향하는 등 장점도 많았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마 어둠을 좋아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어린 나를 때리고 패고 한겨울에 베란다에 감금시켜 놓아도 잠은 자게 해 주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밤늦게 엄마아빠가 싸우는 소리에 깬 나를 위로해 준 게 어둠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남들이 싫어하는 어둠이 나에게는 도피처가 되었구나.
그래서 내가 밤을 좋아하는구나.
어떤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섭고 슬픈,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