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희 수업이 늦게 끝나서..죄송합니다.”
후..한숨이 나왔다.
“아니 그럼 어찌어찌해서 늦었다,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일 없겠다 말을 해야될거 아니야?
그냥 들어오면돼?”
녀석들은 벙 찐 표정으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마치 신병을 데려다 놓은마냥.
내가 너무 했나?
“아니 그렇다고 너무 얼어있지는 말고.. 그냥 기본만 하자는거지 기본만..서로 지킬건 지키면서 살면 오해도 없고 좋잖아?”
총회떄 나에게 술을 따라 주었던, 한 학번 위인 동아리 회장누나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는게 들린다.
누나또한 저런 무개념들은 싫은 것이다. 누나의 서포트를 받으니 어깨가 으쓱해졌다.
“괜찮아..다음부터 잘하면돼 다음부터..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잖아 그치?”
“예..”
신입생을 향한 훈계를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하며 스스로 대견한 기분이 들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앞으로 동아리가 어떻게 나아갈지 토론을 하고있었다.
뭐 동아리회비가 어떻느니, 학교 지원금이 어떻느니 그닥 와닫진 않았다.
난 그보다 아까 그 신입생 남자애 둘이 딴짓 하나 안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녀석들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서로 뜻모를 눈빛만 주고받고는 신병마냥 얼어있었다.
역시 난 아직 죽지 않았어.
“그래서 동아리 회비는 신입생 2만원, 재학생 만원으로 하기로 할게요
또 학교에서 지원금 나오는걸로는 엠티를 가던지 회식을 가던지 할게요. 이의없죠?
또 뭐 건의사항같은거 있으신분?”
이때를 기다렸다. 나는 손을 들었다.
“어..뭐..건의사항..있어?”
누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회장못지않은 중역인 내가 뭘 건의한다는게 부담스러운건가? 난 권력욕은 없는데 말이다.
“아..다른게 아니라 동방에 주전자를 놨으면 해서요”
“주..전자?”
민석이 녀석이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에 약하게 머리를 쓰러지듯 부딪쳤다. 쟨 뭐가 문제지?
내가 말한게 그렇게 잘못된건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군대서건 어디서건 좋은문화는 받아들여야 하는게 맞다.
“예.. 제가 군대에서 생활관에 있을 때 주전자를 썼었거든요. 항상 가득 채워놓으면 굳이
목마를때마다 정수기까지 가서 마실 필요도 없구요. 정말 좋은거 같더라구요.”
“근데 그러면..그걸 한가득 떠오는 건 누가 하고? 그냥 멀지도 않은데 그때그떄 떠먹는게 서로 편하지 않을까?”
“아..그거야 목마른 사람이 자기 떠오는겸해서 가득 떠오는거죠뭐..정 뭐하면 신입생들이 하기로 하죠. 그렇게 힘든것도 아니고.. 아 여자신입생들은 약하니까 남자 신입생들이요. ㅎㅎ
그 정도야 제가 다 생각해놨죠.”
여자신입생을 나름 힘있게 발음하며 난 민희를 쳐다보았다.
알듯말듯하게 한쪽 눈을 살짝 윙크하듯 찡그렸는데 의사표시가 되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