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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있어 우리가 있다
게시물ID : sisa_542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보사랑
추천 : 2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04 14:58:02
이동수가 학생회관 옥상에서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떨어진 날, 나는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아크로폴리스에서 연설하고 있던 문익환 목사의 왼쪽 뒷 편에 서 있었다.

내 기억에 그 날 아크로폴리스에는 약 5천명 정도의 학생들이 문익환목사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 있었고, 그 주위를 어김없이 전경들이 에워싸고 있었 다.

갑자기 어디선가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약 몇 초 전, 누군가가 학생회관 옥상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치 꿈인 것처럼 그 실루엣은 불꽃에 휩싸였고, 아래로 떨어졌다. 아크로폴리스에 모여있던 학생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리고 그 들을 둘러싸고 있던 전경들조차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바깥에서 구경하 던, 아니 무엇인가를 하던 또다른 학생들이 순식간에 전경들을 두들겨 패고 날라차기로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아수라장에서 수없이 돌을 던지고, 수없는 최루탄과 날라오는 돌, 방패들, 발길질을 마주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교문앞 잔디밭에 지쳐서 쓰러져 있던 나는, 정말 누군가가 애절하게 필요했다. 늘 알고 지내던 친구도, 선배도, 후배도 아닌 정말 이 상황을 내게 정리해 주고, 내게 무언가를 제시해 줄, 희망을 이야기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잔디밭에서 몸을 추스려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를 찾았다. 지 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러니컬한 이야기지만 지도교수 방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 내 정신의 공황상태를 설명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찾아간 지도교수는 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 를 걸어 "오늘 데모가 심했던 모양이네, 어디로 나갈까"라는 요지의 통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찾아 온 방에서 주체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 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갓 스무살이 넘은 감수성 넘치는 젊은 청춘들에게 크던 작던 이 러한 장면들은 가슴 속에 큰 상처로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나 역 시 '대학시절'이라고 하면 온통 검은 색만 연상되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사 실이다. 세월이 흘러 돌이켜 봐도 내 청춘은 애처롭다.

술을 먹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상처를 어쩔 수 없 이 훔쳐보게 될 때마다 가슴이 아린다. 
(오마이뉴스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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