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버릇 고치기 전엔 절대 못 나가요. 억지로 끌어내면 애도 죽고 나도 다 죽을 거예요.” 지난 7월 28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박우학(52) 경위와 박재성(32) 순경은 마포구 합정동 당산철교 밑에서 한강에 뛰어든 모녀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자살 시도자가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40대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다소 황당한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던 것. 어머니 A(40) 씨는 딸 B(14) 양의 손버릇을 고쳐놓겠다면서 억지로 딸을 끌고 한강물에 들어가 “우리 다 죽자”고 소리치고 있었다. A 씨는 물이 목까지 차올라 있었고 B 양은 곧 머리가 잠길 듯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박 경위는 지체 없이 순찰차에서 구명튜브를 꺼내 모녀에게 던졌지만 A 씨는 “딸을 잘못 가르친 벌을 오늘 받아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경찰관들은 결국 근무복 차림으로 한강에 뛰어들었다. 박 경위는 겁에 질려 표정이 굳어버린 B 양을 먼저 밖으로 보낸 뒤 A 씨를 억지로 잡아 끌어냈다. B 양은 저체온증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대로 온 A 씨는 “딸이 친척의 스마트폰을 훔쳤다”며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소동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A 씨 남편을 불러 귀가조치시켰다.
이근평 기자
[email protected]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