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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어떠세요?
게시물ID : panic_856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늰자
추천 : 32
조회수 : 6293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1/13 0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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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처음만나셨을때 뭐라 하셨는지 기억 나세요?

'눈에 서린 저 악귀좀 봐라. 저런 년은 집에 들이면 안됀다.'

흐흐.. 어머님 그때 저 정말 놀랐어요.

제가 통찰당했다고 생각해서? 

전혀 아니에요.

시어머니가 대체 왜 저러시는걸까. 결혼하면 더 이상해지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했어요.

근데 예상이 적중하더라고요.

진짜 당신은 상상 이상으로 또라이였어요.

저 임신중에 짐날라라 밥해라 청소해라 뭐좀 사와라

그건 그럴 수도 있죠. 

아들말고 딸을 낳으면 바로 집에서 쫒아낼거라고 호통을 하시길래

무당한테도 가보고, 교회에서 기도도 해보고.
제가 아는 아들 낳은 언니들한텐 평소에 뭐 먹었냐고 물어보고는, 똑같이 따라먹기도 했어요.

당연히 아들을 낳았더니 하시던 말이.

'미친년, 지 꼭 닮은 아들을 내놨네. 딸이랑 뭐가 달라?'

진짜 무슨 개소리에요. 그게?
저랑 닮으면 딸인가요? 남편 닮으면 아들이고? 성별은 왜 있나 모르겠네요.

애 4살 될쯤엔 갑자기 빈집에 찾아오셔서는 우리애 데려가셨죠?
'니 밑에 있으면 애가 똑바로 크겠어? 내가 데려갈테니까 그렇게 알아둬. 달마다 돈 꼬박꼬박 보내고.'
어이없었지만 남편이 지켜보자 해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리고는 몇주도 안돼서 우리 성현이 사고로 죽었죠. 
동네 어르신들이랑 같이 노시느라 냇가에 빠진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진짜 돌아버리는줄 알았어요. 그 겨울에 성현이가 얼마나 추웠을지..
그때 당신 안죽인 제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할정도네요.

그래도 어머니도 사람이라고, 미안한건 아셨는지 몇년은 조용히 있으셨죠.
그래도 명절땐 꼬박꼬박 부르셨었죠. 일하라고.

그러고보니, 성현이 가고 몇년 지나서 명절때 또 뭐라 하셨었죠?
'다음 애는 아직이냐? 그런일로 침울해 하지말고 대를 이어야 할거 아니냐.'
어머니. 어머니가 들어도 솔직히 또라이 같지 않아요?
우리 성현이 누구때문에 죽었는데? 아...성현아..

그래서 전 절대 애 안만들기로 했어요.
남편도 저 이해해주는 눈치였고, 가끔 남편 성욕해소 할때는 꼭 피임도구하고 했어요.
당신 밑에서 자랄 애가 불쌍했거든요. 혹시 또 저 없을때 데려가면 어쩌지 싶었고요.

그래도 남편이 있었다면 아직 나았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이렇게 됄일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어머니가 부추기신거잖아요?
남편 운전 서툰거 알면서, 괜히 이유도 없이 심심하니까 내려오라고.
저도 남편 운전 서툰거 아니까, 운전할일 있으면 제가 해줬어요.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하던지. 둘중 하나였는데.

어머니도 저 교통사고나셨던거 알죠?
음주운전한 미친놈한테 치여서, 팔 부러지고 다리 부러지고.
제가 그런 상태니까 일부로 남편 부른거잖아요.
간병 해줄 인간 하나 없이 불편하게 있으라고.

남편도 처음엔 나중에 KTX 같은 대중교통으로 나중에 일정 잡고 가겠다.
돌려서 거절한거.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머님은 굳이 자가용으로도 괜찮으니까 바로 내려오라고.

그래서 죽었어요. 당신 아들.
내 남편.
겨울이라 길이 미끄러워서, 절벽으로 꽝.
꽝.
꽝.꽝.

그래도 성현이보다는 낫네요. 차안이라 덜 추웠을거라 생각해요.

근데 어머니, 남편 장례식장에서 또..
'자동차 조사해봐라, 저년이 브레이크를 고장냈을거다! 보험금 노리고 저지른 계획살인이다! 저년은 악귀가 들린 살인마다!'
또라이년.. 진짜 씨발 또라이년 ..

적당히 해야지. 나이쳐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으신건지. 유독 내가 만만해보였는지. 난 잘모르겠어요.
근데 후자였던거 같네요.

저보고 보험금 노리고 저지른 살인마.
라고 하셨으면서 제가 선물한 꿀물은 잘도 드시는거 같던데.
자기 몸은 진짜 잘 챙기려하시네요.

근데 제가 거기다가 아무짓도 안했을거 같아요?
어떤가요, 슬슬?
걱정마세요, 어머니. 시아버지 묻힌곳 바로 옆에 묻어드릴게요.

안녕히 죽으세요. 또라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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