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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투자배급사의 영화 독점(?) 문제에 관하여
게시물ID : movie_31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샌드witch
추천 : 2
조회수 : 18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5 14:16:15
안녕하세요, 이번에 명량을 두고 영게에서 모 대기업의 독점 상영에 대한 논란이 뜨겁기에 몇 마디 적어봅니다.

1. 거대 투자배급사와 영화관의 유착관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투자배급사와 상영사(영화관)의 관게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그렇게 밀착된 관계가 아닙니다. CJ의 경우 투자배급을 맡고 있는 CJ E&M과 상영을 맡고 있는 CGV의 경우 아예 다른 회사라고 보시면 되구요, 롯데의 경우 롯데시네마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하위 사업 부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독립되어 있습니다.

  흔히 대기업이 투자배급사와 상영사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 수익 극대화를 위해 양사가 밀접하게 협력할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사 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이익에 관련된 문제는 특히 회사 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조직간에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일단 본인이 소속된 조직에서 수익이 많이 나야 높으신 분들 생명연장도 하고, 직원들 성과급도 주고 하겠죠? 그렇다보니 같은 그룹사 내에 소속되어 있을지라도 일단 회사가 다르고 조직이 다르면 수익 배분을 두고 벌어지는 알력이 꽤나 있는 편입니다.  

  문제는 투자배급사와 극장 측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투자배급사는 자신들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영화의 성공을 바라지만, 극장의 목표는 어떤 영화를 보던지 일단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와 주는 것이죠. 따라서 극장의 입장에서는 흥행 파워가 높은 즉, 객석 점유율이 높은 영화의 상영관 수 확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제작 투자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1차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말이죠. 

  따라서 제작투자사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이고 밀고 싶은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 자체가 흥행을 거두기 어려울거라 예상된다면 영화사는 상영관 수를 줄여 편성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다른 그룹의 제작투자사의 영화라도 흥행이 될 것 같으면 시작부터 상당수의 상영관을 편성하지요. 그리고 영화의 흥행 여부나 제작투자 주체와는 상관 없이 수익 분배에 있어서 극장은 칼같이 지정된 비율을 가져갑니다. 그게 맞는 것이구요.

  사실 과장 조금 보태 말하자면 같은 그룹사 내에 투자배급사와 상영사가 공존할 경우 투자배급사가 얻는 이익은 극장 내 마케팅 정도밖에 없습니다. 롯데시네마 직원들이 해적 티셔츠 입고 시사회 이벤트 하는 것, CGV 극장 광고에 명량 내보내는 정도라는거죠(사실 그것 또한 내부거래로 잡혀서 각 사의 손익 계산시 반영되는지 여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 그렇다면 지금의 명량 상영관 독점 사태는?

  앞서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바,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봉 첫 날 상영관 수만 보면 명량 1,159개로 쇼박스 배급(쇼박스는 CJ나 롯데와 다르게 같은 계열의 극장이 없죠?)의 군도(1,250개)보다 조금 낮은 수의 상영관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군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추락하였고, 객석 점유율이 근 90%에 육박하는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극장들이 상영관 수를 엄청나게 늘린 것이죠. 이것은 비단 CGV 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 또한 동일하고요.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 극대화이기 때문입니다. 현 명량의 경쟁작들이 명량 만큼의 객석 점유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명량의 상영관 수를 늘리는 것은 극장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인거구요.

3. 대형 투자배급사가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입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거의 공통적인 상황이기는 한데요, 기본적으로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한국 영화에서 새로운 제작 환경의 가능성을 열어준 측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천억원 정도의 제작비는 우습게 쓰는 헐리우드와 비교해서 초라해보일 수는 있지만, 대형 투자배급사가 없었다면 지금 100억 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국산 영화는 나오기 거의 불가능했다고 보시는게 맞을겁니다. 기본적으로 가용 자금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명량 같은 해전 소재의 영화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구요, 설국열차 같은 독특한 소재의 영화도 나올 수 있는거죠. 더불어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춘 대형 투자배급사의 존재는 영화판의 안전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충무로 영화판에서 110억을 들인 <성낭팔이 소녀의 재림>이 제대로 망한 이후 한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그런 대형 작품을 볼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대형 투자배급사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기대작'의 반열에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명한 쉐프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요리와 제가 동네 슈퍼에서 사온 재료로 만든 요리중 무엇이 더 맛있을거라 기대할까요? 물론 제가 만든 요리가 더 맛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어쨌든 극장 입장에서는 상영관 배분시에 이러한 '기대작'들에게 더 높은 비중을 두는게 합리적인거죠.
  물론 영화를 실질적으로 만드는 입장에서 볼 때 투자를 받는 것은 일정한 제약을 떠안고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후원하던 메디치 가문도 아니고, 내 돈 수십억을 들였는데 그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작품의 위험성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많은 자금이 들어간 영화일수록 제작자의 입김 역시 강해지게 되고, 새로운 시도 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취향을 반영하고자 하는 경향성도 커집니다. 이것 역시 전 세계 공통의 문제지요. 다만, 투자제작사의 개입은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한 헐리우드의 경우 아직까지 투자와 제작 / 기획이 다소 분리되어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4. 대형 영화들에 치이는 중소 영화들은?

  사실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은 그렇게 넉넉한 시장이 아닙니다. 시장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야, 대형 기대작들 이외의 영화들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테고, 이러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배급, 유통사들도 존재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상업 영화 내에서도 쏠림 현상과 편중 현상이 매우 심한데, 비상업 영화에서는 말할것도 없죠. 대부분의 인디 영화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극소수 인디 전용관에서 개봉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입니다.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대형 극장 체인들에서 인디 영화 전용관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객석 점유율은 비참한 수준입니다. 욕 안 먹으려고 하는 수준인거죠.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기성 상업영화와 대척되는 인디 영화의 활성화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인디 영화를 통해 숨은 인재이 새로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소재와 관점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영화판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이 부분은 다른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부분인거구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보다 발전적인 영화 토론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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