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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같은 놈. 남자는 고저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쉿쉿. 바람부는 소리에 묻혀버린다.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게 뜬 소리는 아닌가 보다. 그동안
너무 건조했었다. 도로 아스팔트가 쩍쩍 갈라져 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로 말이다.
비가와야 한다. 도시를 먹먹하게 적실 거대한 파도가.
맞은 편 사층 화장실에 불이 켜진다. 손바닥만한
유리창 너머로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사람이 샤워를 한다. 어두울수록 밝은 곳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약간 창문이 열린다면 깊숙하고 민망한 구석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음음. 흥얼거리는 허밍을 들어보니 여자다. 익숙한 노래인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슬픈 노래였는데
그만 잠이 들고 싶지만 목이 마르다. 하지만 눈을 감아버린다.
머릿속에서 해안만 가득한 행성이 출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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