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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계절에 관계없이 의상이 제각각인 것은 흔한 풍경인가요?
게시물ID : sisa_5428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AA5
추천 : 0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06 15:23:05
일교차가 심하다는 것은 알아챘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짧은 반팔에서, 털이 달린 두터운 외투까지 제각각의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더러는 방한 털모자나 목도리도 눈에 띄었다. 아침저녁으로 약간 쌀쌀한 바람이 불었던 건 사실이지만, 한낮 햇빛은 뜨거운 분명 여름인데.

여름에 입는 옷, 겨울에 입는 옷이 분명한 우리네 생활문화에 비춰볼 때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었다.

최근 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녀왔던 프랑스 파리에서의 얘기다.

흔히들 파리를 ‘패션의 중심’으로 알고 있고, 기자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선입견을 가진 터였다.

웬걸, 거리를 나서자 기자의 상상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때 어떤 거리든, 또 실내든 반팔과 외투는 항상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그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표정이었다. 반팔을 입은 사람이 외투를 입은 사람을, 반대로 외투를 입은 사람이 반팔을 걸친 사람을 전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스스로도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듯했다.

파리는 자신에 충실해 옷을 걸치고, 다른 사람의 체감을 인정하는 존중(尊重)의 도시로 보였다.

아울러 스스로의 느낌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출할 수 있는 자존(自尊)과 자유(自由)의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았다.

한국인인 현지 가이드가 “계절에 관계없이 의상이 제각각인 것은 흔한 풍경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느낌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개성이 강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풍토가 강하다”는 말을 했다.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 무딘 느낌으로 파리를 존중과 자유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설픈 짓일 수 있다.

분명 마주치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이 있을 텐데.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볼수록 ‘어설픔’이 옅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건물 꼭대기에 펄럭이는 삼색 국기를 보면서, 생각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대혁명 (1789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아다시피 프랑스대혁명은 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도 공화정·군주제 등으로 체제가 바뀌는 굴곡을 겪었지만,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큰 사건이다.

숙명인 양 억눌려 살아왔던 서슬 퍼런 왕정(王政)을 하루아침에 갈아엎은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파리 거리에서 느낀 존중과 자존, 자유가 아니었을까.

파리는 곳곳에 문화와 예술, 역사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모나리자와 비너스를 품은 루브르박물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노트르담대성당, 몽마르트르 언덕,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베르사유궁전, 고흐와 고갱의 작품이 걸린 오르셰미술관 등이 파리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난 건물 사이로 흐르는 센강의 잔잔한 물결도, 강 한쪽에 조금은 생뚱맞게 솟아 있는 에펠탑도 파리의 자랑이다.

하지만 파리에서 가장 눈부셨던 아름다움은,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한 거리를 걷는 사람이었다.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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