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해 잊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는다고도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이다. 낯선 남자가 그녀의 블라우스를 풀고 배꼽부터 봉긋 솟아오른 가슴까지를 애무하는 광경이다. 그리고 속옷을 벗긴다. 매끄럽고 하얀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사내의 손에 흐느끼는 입술을 볼 수 있다. 그런 일은 더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니까. 하지만 침대에 누우면 나는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알았던 한 여자의 신음 소리를. 마룻바닥의 불결한 벌레같이 더럽고 축축한 다리를 내밀고 기어가는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