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피해학생 가족 "경찰·언론이 두번 죽여" 울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지 겪어보니 알겠어요.”
14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울산지역 여성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린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는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와 이모가 참석, 가족으로서 느낀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신변 공개를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 어머니는 “일부 언론이 우리 애의 성(姓)을 밝히고 목소리 변조와 화면 모자이크 처리를 조잡하게 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되는 바람에 동네에서 살지도 못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경찰과 언론이 사건을 잘못 다루는 바람에 피해를 당한 애가 치명적인 정서적 상처를 입는 등 사회로부터 한번 더 피해를 당했다”면서 “제발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 수사하고 보도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이모는 “이럴 줄 알았다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조카에게 ‘절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어른으로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모는 경찰 수사와 관련, “수사과정에서 무시당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면서 “남자 수사관이 애들에게 수치심을 느끼는 말들을 반복하게 하거나 피의자를 버젓이 옆에 두고 진술을 받는 등 피해자로서, 여성으로서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경찰서 앞에서 피의자 가족들에게 심한 욕설과 협박을 듣고 즉시 사실을 수사관들에게 알렸으나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을 당한 피해가족으로서 모습을 드러내기가 죽기만큼 싫었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 기자회견에 나왔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 기자
[email protected] 아씨 진짜 와.. 욕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