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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새벽의 해프닝
게시물ID : panic_85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언살인
추천 : 5
조회수 : 15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21 09: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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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계란을 풀어 넣은 라면을 다 먹어 갈 즈음에 생각이 들었다.

나름 사치를 부려서 계란을 풀어 넣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분식집 김밥 한 줄이 더 있었더라면 배부르게 먹었을 텐데 라고 말이다..



이 3평도 채 되지 않는 작디 작은 고시원에서 얼마나 지냈을까.. 슬슬 비참하고 고단한 이 삶도 내 인생의 일부가 된 듯이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오늘도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글자를 적어 내려가다가 식후에 땡기는 니코틴 때문에

담배 하나를 입에 꼬나물고는 고시원 밖으로 나와 불을 붙였다.


“하.. 이거 돗대인데..”


담배 한 갑 사는데도 손이 떨리는 주머니 사정에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하아..”


담배 연기 인 지 추워서 나오는 입김인 지 모를 하얀 연기가 공중에 흩날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으.. 추워..”


다 태운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고 다시 고시원으로 들어간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핸드폰이나 한번 확인해볼까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켰더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이름이 떴다.


서 영석 : 야 윤혁아 한번 봐야지?


이 추운 겨울날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강원도로 간 친구 녀석이 휴가를 나왔는지,
나에게 카카X톡 메세지를 한 통 보낸 것 이었다.


박 윤혁 : 군인이네 완전 이거 휴가 나왔냐? ㅋㅋ

서 영석 : ㅋㅋ존만한 새리 고시원에서 공부한다던 색기가 핸드폰도 안 끊었네

박 윤혁 : 인생 뭐 있어? 걍 사는거지 되는 새끼는 다 해도 된다

서 영석 : ㅈㄹ ㄴㄴ하시고 고시원이랑 울집이랑 가까우니 있다 밤에 보자

박 윤혁 : ㅇㅋ굿

서 영석 : 윤재도 옴 단톡방 하나 팔듯


그렇게 오늘 밤 뜻하진 않았지만 반가운 약속이 하나 생겼고, 절친한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설레었고,

나는 들뜬 기분을 간직한 채로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핸드폰을 다시 켜보니 여러개의 메시지가 와있었고, 나는 실소와 함께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인터넷 뉴스에서 강추위라고 보도를 했지만, 생각 외로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기대에 찬 걸음걸이로 한 발짝 두 발 짝 걷다 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고, 반가운 친구 녀석들의 얼굴이 보였다.


“새끼 집도 가까운 놈이 제일 늦게 오네”


“형 공부하잖아 새끼야, 오늘도 나올까 말까 고민하다 나온 거”


“깝죽거리지 말고 일단 저녁이나 얼른 먹자 밥 안 먹었지?”


“뭐 먹게?”


“감자탕이나 한 사발 조지러 가야지”


“소주도 한 딱갈?”


“당연한 걸 묻네”


“가자!”



친구들과의 오랜만의 만남과 식사..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반갑고 또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잠시 현실에서 도피를 한 듯 마음이 편해졌다.



“야, 여기 기억나냐?”

“이XX 감자탕이 뭐”

“니 군입대 전에 여기서 마지막으로 셋이 같이 밥 먹은거 기억 안나냐?”

“아 씨, 좆만한 새끼가 그런 얘기는 부끄럽게 왜 또 꺼내고 지랄”

“크크큭”



거의 3년 만에 다시 찾아 온 감자탕 집은 그 때와 별반 다를게 없었고, 우리는 감자탕 중 짜리 하나와 소주 한 병 그리고 밥 세 공기를 주문하였다.


기본적으로 미리 세팅이 되어 있 던 감자탕은 금방 나왔고 우리는 가스 렌지에 불을 붙이고 감자탕이 익어 갈 때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들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군대 이야기와 더불어서 근황 이야기, 여자 이야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대화가 막 뜨겁게 익어 올랐을 무렵에 감자탕도 먹기 좋게 다 익어서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고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와 알싸한 소주는 목 넘김이 좋았고, 소주는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병이 세병이 되어서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우리 셋은 모두 만취 상태가 되었다.


만취 상태에서 윤재가 더 이상 술은 그만 먹자고 혀 꼬인 목소리로 말을 하였고, 나와 영석이도 이 이상 선이 넘어 가면은 필름이 끊길 것 같아서 이만 먹기로 하고 음식점에서 나왔다.



“하아.. 씨발 춥네..”


“겨울 되니깐 또 여름이 그리워 지네”


“여름 되면 또 겨울이 그리워 지고?”


“빙고! 크크”


“하.. 씨발.. 왜 내가 일하는데는 니들 같은 애들이 없지 크큭.. , 근데 뻘쭘하게 왜 서있기만 하냐?”


“설마 니들 담배 없냐? 거머리 같은 놈들 이거 한 대씩 펴라”


영석이는 쓴웃음과 함께 나와 윤재에게 담배를 한 대씩 줬고 우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등 진 채로 그 자리에서 말 없이 담배 한 대를 다 태웠다.


“계산하고 올께”


영석이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계산을 하고 나왔고, 이렇게 셋이 모여서 밥 한끼를 하고 나니 어느새 벌써 시간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밥 먹는거 말고 뭐했냐?”


“시간 한번 존나 빠르게 가네..”


“오랜만에 목욕탕이나 고고?”


“목욕탕?”



우리는 새벽 겨울의 차가운 밤 공기를 마시며 자주 들리 던 목욕탕에 도착을 하였고,

평일 새벽이라서 그런지 목욕탕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새벽이라 물은 좀 더러웠지만, 그래도 쾌적하게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뜨뜻하네..”


“아.. 잠 온다”


“벌써 뒤지기에는 아직 이르지”


“크큭.. 벌써 새벽 1시다 임마”



목욕탕 특유의 편안한 냄새와 따뜻한 물에 취해 탕 안에 얼마나 있었을까..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힘겹게 깜박이 던 눈꺼풀은 이내 꽉 닫혀버렸다.




“야, 야.. 일어나 윤혁아”


“으...”


“뒤질려고 환장했냐?”


“아.. 잠깐 잠들었네”


술에 취한 채로 탕 속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다행히 친구가 깨어줘서 금방 일어났지만...



“슬슬 때 밀고 헤어지자, 시간이 많이 늦었네”


“그래야겠다, 후아..”



그렇게 우리는 때를 밀고 마무리로 샤워를 한 후 목욕탕을 나왔다.


목욕탕의 뜨거운 열기를 품고 밖으로 나오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일 뿐 이내 차가운 새벽 공기에 인해 몸의 열기가 다 식고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투명한 입김을 내뿜으며 나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고, 홀로 쓸쓸히 새벽의 거리를 걸었다.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


거리엔 어둠만이 적적히 내려 앉아 있었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이라고 착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도로를 다니는 차도,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건 어두운 거리를 부분적으로 나마 비춰주는 가로등의 환한 빛 뿐..



“하아.. 피곤하네”



이렇게 새벽의 거리를 걷는 것은 오랜만이라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의 덩어리들을 머릿속에 품은 채로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고시원으로 통하는 골목길까지 들어서게 되었고, 이제 이 골목길만 통과해서 지나가면 초라하지만 아늑한 나만의 방으로 들어가서 편히 잠을 잘 수 있다..


나는 얼른 들어가서 잘 생각에 피곤에 찌들어서 무거워진 발걸음을 재촉하여 빠르게 골목길에 들어섰다.


골목길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가로등이 없어서 그런지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말이다.


골목길에 들어서고 빠른 걸음으로 세 발짝 정도 걸었을까?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빠지는 또 다른 길을 눈으로 한번 쓱 훑었을 때

나는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그 존재를 말이다..


골목길이 너무 어두웠었던 탓에 처음엔 그저 사람이 있나보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지만, 일단 그 자리에 사람이 그렇게 서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저건 절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아까보다 더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아..하아..”


뛰어서 도망가면 왠지 나를 뒤따라 올 것만 같아서, 정말 빠르게 걸었다..

이 추운 겨울에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말이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난 후 나는


그 존재가 나를 따라오지 않는 것을 느끼고 다시 천천히 걷다가 골목길의 거의 끝에 들어섰을 때 무심코 뒤를 처다 보았다.





“아..”


나는 그 자리에서 그저 짧은 탄성음을 내고, 뒤를 쳐다 본 나를 수 없이도 원망했다.



전신이 붉게 물 든 괴이한 인간의 형상을 한 그것이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기에 말이다.

영화에서나 보 던 공포로 인해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다니..


그 괴이한 형상을 한 존재는 어느새 나의 눈앞까지 다가왔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찬 길거리 바닥에 얼마나 쓰러져 있었을까..

누군가가 나의 몸을 흔들면서 깨우기 시작한다.



“이봐.. 총각.. 이런데서 자면 입 돌아가”


“으윽..”


“무슨 일 인지 몰라도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 어여 들어가서 따뜻한데서 자야지”



바짓가랑이가 축축한 게 아무래도 공포에 질려서 실금을 했나보다.



“감사합니다 경비 아저씨..”


“후우.. 부축해주지 않아도 괜찮지? 얼른 들어가 봐”


“네..”




나는 그렇게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시원으로 들어갔고, 옷을 갈아입고 씻은 후에 딱딱한 바닥에 누웠다.


도대체 그건 뭘까..


혼란스러운 생각을 안은 채로 나는 잠이 들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그곳을 찾아가봤다.


새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아침의 골목길..


어제 내가 본 건 취기와 피곤함으로 인한 단순한 환상이었을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나는 그 존재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고..? 그건 바로 그 존재를 처음 봤 던 그 길 위에만 새빨간 발자국이 남겨져 있기 때문에 말이다..


내가 본 건 ... 도대체 무엇이고 또 이 발자국은...?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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