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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뻔했던 ‘윤일병 구타사망’이 드러나기까지… 한 병사의 용기가 있었다
게시물ID : sisa_5433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yaOng
추천 : 7
조회수 : 5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8 11:29:29
가해자 중 한명에 내막 들은 날, 포대장에게 전화해 진실 폭로

“사람 죽어가는데 양심에 걸려…”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 경우 내 자식이 군에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들의 은폐 공모로 인해 묻힐 뻔했던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한 병사의 용기 있는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구타당한 윤 일병이 앰뷸런스에 실려 간 뒤 같은 부대의 김모 상병(21)이 가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들은 충격적인 구타 사실을 부대장에게 알린 것이다. 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1400여 쪽에 이른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김 상병의 작은 관심과 용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6일 윤 일병이 집단 구타로 쓰러진 뒤 40분이 지난 오후 5시경. 위병소 앞 면회실에 서 있던 김 상병은 앰뷸런스가 급히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당직사관이 누가 실려 갔는지 알아보라고 했고 의무반에 전화를 걸어보니 지모 상병(20)이 전화를 받아 윤 일병이 실려 갔다고 알려줬다. 

오후 6시 20분경 김 상병은 식당 근처에서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지 상병을 만났다.

“윤 일병. 어떻게 된 겁니까?”(김 상병)

“아, 나 육군교도소 갈 수도 있겠다. 넌 어디까지 알고 있냐?”(지 상병)

냉동식품을 먹다가 질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지 상병은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

“사실 그게 아니다. 우리 의무병들이 수차례 폭행하다가 냉동식품이 목 안으로 넘어가 기도를 막았고 몸을 떨고 오줌을 지리는 등 평소와 다른 증세를 보였는데도 ‘이 새끼 ×× 군기 빠졌네, 꾀부리지 마라’고 때렸다.” 더 묻고 싶었지만 지 상병은 밥 먹으러 가자는 선임의 말에 자리를 떴다.

오후 9시 45분경. 흡연장에 있던 김 상병에게 지 상병이 다가와 “아까 나눴던 얘기는 우리 둘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헌병대 수사관이 왔을 때 윤 일병이 단순히 냉동식품을 먹다가 쓰러졌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말했다. 의무반 선임·후임들이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지 상병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지만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나고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 병장(폭행을 주도한 인물)에게 맞아죽을 수 있다. 나도 지금 불안해 죽겠다”고 말했다.

▼ 폭행 들통 겁난 가해자 “윤일병 안 깨어났으면…” ▼

취침 시간이 됐지만 김 상병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긴 1시간이었다. 내 자식만큼은 안전한 군대 생활을 하게 만들려면 뭔가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부대의 당직을 서는 A 상병을 만났다. 김 상병은 A 상병에게 사건 내용을 말해 주면서 “난 이미 어떻게 할지 정했다. 이 내용을 말하는 이유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A 상병은 가해자들이 지금도 말을 맞춰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데 어영부영하다간 또 무슨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당장 포대장님께 전화해 이 사실을 전해라. 가증스럽고 역겹다”라고 했다. 김 상병은 망설이지 않고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김 상병은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이곳에 붙어있는 포대장의 전화번호를 외우러 간 것. 오후 10시 40분경. 포대 앞 공중전화기에서 수화기를 든 김 상병은 포대장 김모 대위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가해자들의 거짓 진술로 단순 질식사로 묻힐 뻔한 폭행 사망 사건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사건 개요를 들은 김 대위는 15분 뒤 자고 있던 의무병들을 부대 행정반으로 불렀다. 분대장인 하모 병장부터 시작해 이 병장, 이모 상병과 일대일 개인면담을 시작했다. 답변은 한결 같았다. 말을 맞춘 이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그러면서 이 병장은 “그 냉동식품 하나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 되겠다 싶었던 김 대위는 의무대에 입원했던 김모 일병도 깨워 개별 면담을 했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 일병은 뒤늦게 구타를 목격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 대위는 “김 일병은 자기 일도 아닌데 괜히 말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위는 “김 상병은 본인의 신분이 드러나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용기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나 보다. 하지만 그 용기는 진실을 일깨워냈다. 김 상병은 자신이 결심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양심에 걸려 도저히 입을 닫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정성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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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군생활을 원했으면 폭행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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