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라는 변수를 띄우기 시작한 쪽은 대통령 대리인단이다. 이들은 지난 달 말부터 "신의 한 수"라며 각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각하란 탄핵 사유의 정당성을 따지기도 전 절차 상의 문제로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통령 측이 '절차 상의 문제'라며 내세운 점은 크게 3가지다. ▲국회가 탄핵소추안 의결 전 탄핵 사유를 조사하지 않았고, ▲탄핵 사유 13건이 별건임에도 한 데 묶어 표결처리 했으며, ▲헌법재판관 1명이 공석인 현 상태에서의 재판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지난 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각이나 인용보다는 각하 결정이 국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탈출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당 친박계는 3.1절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각하론 확성기' 역할을 했다. 김문수 비대위원과 윤상현 의원은 아예 탄핵 각하·기각을 한국당 당론으로 정하자고 요구했다.
◇ '각하론' 현실성은?…법조계 "선례 분명, 가능성 없어"
하지만 이들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먼저 국회 의결 절차상의 문제제기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이미 국회법상 국회 조사 절차는 재량 사항이며, 소추 사유를 하나로 묶어서 의결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에서다. 뿐만 아니라 현 법무부도 국회의 탄핵 의결 절차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헌법재판관 공석 문제와 관련해서도 '각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대통령 측은 "재판관 결원으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2014년 4월 헌재 결정문 상 소수의견 재판관들의 판단을 취하고 있지만 전체 내용은 결이 다르다.
재판관들은 당시 권리 침해를 언급하면서도 "재판관 공석 상태가 계속되더라도 헌법재판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심리 및 결정을 중단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헌법재판관들이 실제 각하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선례가 있고 법리적으로 판단이 된 사안들"이라며 "각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2명 각하'를 가정한 4 대 2 대 2 탄핵기각설도 현실성이 없으며, 대통령 주변에서 거론되는 최후의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하 선택이 곧 분열 정국의 탈출구라는 식의 여론전을 펼친 뒤 헌법재판관들의 선택을 유도하려는 '헌재 흔들기' 의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도 이와 관련, "한 명의 재판관이라도 더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