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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소시오패스인가요?
게시물ID : gomin_858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VlY
추천 : 1
조회수 : 26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0/06 22:01:52

아빠는 바람나서 애기 둘을 버리고 도망갔다가
근 15년 만에 빈털털이로 돌아와서 엄마와 내가 번 돈으로 간신히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라 잘 몰랐는데 돌아오고 나서 약 2년간 정말 고통스럽니다.

일단 15년만에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미안하다 한 마디를 끝으로 그 뒤로 그 얘기에 관해 꺼내려고 하면 화내고 무시하고 때리려고 합니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나는 너희 자식들과 얘길 하고 싶고, 서로 알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슨 질문을 해도, 무슨 상담을 해도 화만 냅니다. 너가 못나서 그렇다, 왜 그런 선택을 하냐 하면서.

요전엔 동생이 취직했습니다. 취직 직전에 두군데중 고민을 했었는데 그에 관해 상담을 하니까 아빠는 처음엔 무시합니다. 엄마가 대신 상담을 해주고 너가 좋은길, 널 위한 길을 위해서 애써주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빠란 사람은 '내가 좀 아는데' 로 시작해서 너는 사회생활을 모르니까 a쪽으로 가라 라며, 엄마에겐 그런 것도 모른다고 구박합니다.

 막상 동생이 a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는데 야근이 잦고 밤을 새는 경우도 다반사인 겁니다. 그래도 차비, 밥값이 나온다며 걱정하는 엄마를 웃는 얼굴로 달래는 동생이 그렇게 기특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아빠는 거봐 내가 말한데가 맞지? 라며 너스레를 떱니다.

 그런 아빠를 보며 전 왜 속이 상하고 끓어오를까요. 결코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야근 수당도 없이 밤새 일하기도 하는 애를 보고 왜 미안해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선택에 자랑스러워 할까요? 자기가 15년 동안 나가지만 않았어도 적어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에 취직하지 않았을런지.. 내가 아빠가 되면 적어도 내가 바람을 펴서 나갔다 들어왔다면 취직이 됐어도 생고생하는 자식에 미안해 눈물이 날 거 같은데..

 이런 사건 말고도 자잘한 사건으로 자식과 아내를 괴롭히는 건 아주 일상에 가까워졌습니다.
 먹을 것 가지고 하루 한번은 꼭 투정을 하며 뒤에서 이 음식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만 합니다. 분명 두분이 같이 장사를 하고 들어와서 음식 청소 빨래 및 집안일 전부를 하는 건 엄마입니다. 아빤 누워서 티비만 보며 손가락질 하죠. 물 하나도 스스로 못 떠먹습니다. 그래놓고 자식들한텐 화장실 나올땐 청소하고, 뭐하고.. 그걸 그냥 잔소리가 아닌 뿔난듯 화나서 소리칩니다.
 게다가 사람 말은 어찌나 무시하는지 무언가 자잘한 부탁 뿐 아니라 밥을 먹을거냐며, 무얼 먹을 거냐며 엄마가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자신이 답하고 싶을때만 답하고 거절 찬성 어느것 하나 표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나오면 신나게 떠들지만 상대의 대답은 듣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뭐 이런 문제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것들이지만 오늘은 특히 심하네요.

 엄마는 20여년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나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등록금 걱정 없게 만들어 드렸지만 그래도 막상 한 번 여행가려면 큰 돈이 든다고 생각하시는지 엄두를 못내시죠. 최근 아빠가 들어오고 2년동안 좀 마음이 풀어지셨는지 종종 가까운 거리는 주말에 놀러다니십니다. 그래도 서울 밖을 벗어나지 못한 그저 공원 정도의 산책이나 아줌마들끼리의 수다 뿐이죠.

 그러던 중 며칠전 엄마 친구분께서 제주도 비행기표와 숙박 세트가 남는다 하여 같이 가기로 하셨나 봅니다. 돈도 안들고 가서 밥값만 내면 1박 2일동안 즐거울 생각에 만반에 미소를 띄우셨지만 결국 못가셨습니다. 그 이유가 참 천불이 납니다.

 두분이서 같이 장사를 하시지만 아빤 매주 토요일 오전에 낚시를 하러 가서 일요일 늦게 오시죠. 분명 휴일은 일요일뿐, 토요일은 사실상 가장 바쁜 장사입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갑니다. 엄마는 다시 아빠가 나갈지 모른다면서 어쩔 수 없이 보내고 혼자 장사를 하시죠. 화장실도 제대로 못갑니다. 아무래도 문을 닫고 잠시 갔다오면 손님이 가버릴 걱정에 발이 안 떨어지는 겁니다.

 그런 생활을 지속하는 가운데 엄마는 한번뿐이니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토요일에 가겠다고 했었죠. 일요일 쉬는 날을 포함하면 하루만 아빠 혼자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문제는 거기서 아빠가 불 같이 화를 내는겁니다. 어디서 바쁜 토요일에 놀러갈 생각을 하냐고, 아줌마들이 정신이 있는거냐며..
 가장 바쁠 때에 무슨놈의 여행이냐며 한시간동안 타박하더니 엄마가 결국 졌다는 듯이 전화를 걸어 여행을 취소합니다. 그래도 아빠의 화는 가라앉을줄 모릅니다.

 이게 대체 뭔가요? 불과 어제! 어제 자기는 오전부터 낚시하러 놀러가 놓고 엄마는 그게 안된다니. 그것도 단 한번인데. 자신이 그동안 15년 버려둔 걸 개의치 않더라도 2년동안 토요일 마다 놀러간 건, 대체 그 사실은 어디로 내뺀건지..!

 돌아와서 2년동안 여름 겨울 휴가철마다 아빤 혼자서 낚시하러 놀라갑니다. 평생 가족 여행도 못해본 우리에게 정말 미안하지도 않는걸까요?


 이게 소시오패스 아닐까요?

 곧 있으면 10월에 생일이 몰려있는 나와 동생 엄마는 무시 당할겁니다. 남의 생일 아니, 가족의 생일 따윈 중요하지 않은 아빠는 곧 다가올 자기 생일만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생일 선물은 고사하고 축하한다는 한마디조차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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