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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풋풋했던 열일곱살[회상체][중글주의]
게시물ID : panic_85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섹시한비둘기
추천 : 12
조회수 : 201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25 10:20:53
내가 자취를하며 학교를 다니던 열아홉살때 일이다

일찍 자취를 한 탓인지 내 자취방은 자연스레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우리의 매일 모임은 근방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주자 친구 A가 굉장히 화가난 모습으로 씩씩대며 들어왔다

"나 아빠랑 대판 싸워서 가출했다 여기서 신세 좀 지자"

늘 마무리는 아버지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나가는게 태반이었던 친구지만

이번만은 왠지 완강해 보였다

왜 싸웠냐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 등등 얘기를 하면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홈쇼핑 채널에 남자 구두가 눈에 띄었다

지금 생각해도 절대 꿇리지 않을만큼의 남자 구두였던 걸로 기억한다

"와 저 구두 진짜 이쁘네 대박이다 진짜" 

친구의 말에 

"나는 나중에 나이들면 저런 구두 딱 신고 옷 딱 갖춰입고 그럴거야"

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았었다 

시간이 좀 늦어서 잠자리에 들었고 그 날 나는 가위에 눌렸다

실눈을 어렴풋이 떴는데 방안에 안개가 좍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구두를 신은 다리와 구두 뒷굽이 비췄다

끙끙대고 있자 그 구두를 신은 다리가 서서히 내쪽으로 돌기 시작했고

'뚜벅 뚜벅' 하고 천천히 오다 이윽고 내 눈 앞에서 멈췄다 

구두만 바라보며 벌벌 떨고있었는데 마치 허리를 확 굽혀 쳐다보듯 

피로 칠갑이 된 거꾸로 뒤집힌 남자 얼굴이 눈 앞에 비췄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깼다

옆에는 친구도 숨을 고르며 앉아있었다

"ㅇ..야 너 왜 왜그래" 라고 묻자 내가 본 것과 똑같은 상황을 얘기했고 

우리는 안되겠다 싶어 주변에 친구들을 억지로 다 불렀다

B와C는 내 자취방까지 각각 5분 10분이 걸리는 거리에 거주했었다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진짜 무서웠다고 잠 다 잤다고 친구랑 

이야기 하던 와중 내 머리속에 스치는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그 남자가 신고 있던 구두였다

"야 생각해봐 그런데 그 남자가 신고 있던 구두 아까 TV에서 봤던 거 아니었냐?"

한참을 고민하던 친구가 부르르 떨며 "어어어 맞어 그 구두야 진짜 그러네 수제 로고 박힌 거까지 똑같애" 대답했다

이윽고 도착한 B와 C가 왜 이 시간에 사람을 불러서 귀찮게 하냐고 짜증을 내며 들어왔다

나는 너무 무서운 가운데에서도 친구들이 있단 사실에 안도가 되었다

그때 느닷없이 B가 

"야 근데 너네집 앞에 어떤 남자가 서있는데 신고있는 구두가 졸라이뻐" 라고 얘기했다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짓자 

"얼굴은 못봤는데 구두만 보이더라 사고싶더라 그거 진짜" 라고 말을 이었고

C도 살을 덧붙여서 주절주절 구두 칭찬을 했다

말로만 그 구두를 설명 할 수가없어서

인터넷으로 그 구두를 판매하던 홈쇼핑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구두를 찾았다

이게 맞냐고 보여주자 B와C가 그제서야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와 A는 옷도 챙겨 입지 못한체

B와C가 들어왔다는 입구의 반대편으로 도망쳐 나와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과연 그때 가위를 눌렀던 정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정말 집 밖에 서 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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