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 토론의 기본부터 배우고 와야 할 듯 합니다. 마치 2012년 대선 토론회 당시의 이정희의 데자뷰와도 같았죠.
Yes or No 로 대답하라뇨. 토론장이 무슨 심문이 벌어지고 있는 취조실입니까. 정책과 노선은 언제나 그랬듯 선명하더군요.
아마 기존의 이재명 지지자들을 더욱 공고히 뭉치게 하는 정도의 효과는 있었다고 봅니다.
토론 말미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표명하는 시점에서는 4명의 후보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말 하긴 하더군요. 사드에 대한 입장은 저도 기본적으론 공감합니다만, 이재명에게 언제나 부족한 것은 정제된 언어죠.
전쟁이 곧 일어날 것과 같은 공포감을 주는 문장들도 실책이었다고 봅니다.
문재인 - 외로운 문재인. 득도 없고 실도 없다, 정도 일까요. 문님의 평소 성격이라면 쉽게 연상하기 힘든 강경한 태도를 중간중간 보여준 것은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봐도 보이는 이재명의 날선 저격에 대해서조차 이 정도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면 오히려 실이 됐겠죠.
1차 토론을 들어봐야 알겠습니다만, 이번 2차 토론 서두에서 법인세에 대한 입장은 적절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끼긴 했습니다. 물론 이재명의 화법 자체가 적절한 답변을 하기 힘들게 만들긴 했지만요.
약간 의외였던 것은, 연정과 사드에 대한 입장은 안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단겁니다. 이전에 토론장 밖에서 보여줬던 안희정의 맛탱이 간 언행들을 몰랐던 사람들이 봤다면 '아니..별로 다르지도 않은데 왜 안희정만 욕을 먹지?' 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라고 까지 느꼈어요.
최성 시장과의 영혼의 복식, 모든 후보에게 예의를 지키는 모습은 역시 그릇이 큰 사람이구나, 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경선 후 자유당 잔당 모리배 후보와의 토론시엔 좀 더 명확하고 단호한 언어와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안희정 - 신사. 그리고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제정신이었던' 안희정.
본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선의' 발언에 썩 어울리는 태도였긴 했습니다. 특정 후보를 저격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발언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타 후보의 답변을 마치게 해준 모습이나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진 것, 최성 시장 덕분에 적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오해를 상당히 불식시켰던 점,
이재명을 향한 고급스런 먹이기, 동지애 강조는 꽤 좋았어요.
팟캐스트에선 안희정 토론에 대해서 실이 더 많았다, 4명 중 최악이었단 평도 있었는데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경선 후에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구나, 란 최소한의 안심은 됐달까요.
최성 - 아마 토론회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요. 물론 자신의 홍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었지만 이건 당연한거죠.
전 무슨무슨 타운 건설! 과 같은 공약은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방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시종 유쾌하고 활발한 토론 자세는 청량제와도 같았습니다. 공격을 하되 선을 지키는 자세 역시 참 좋았죠.
문님과의 티키타카에선 웃음이 터졌습니다. 고양고양 고양시의 최성이 아니라, 진짜 '최성' 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줬죠.
다음 토론부터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북한과 외교쪽에 더 경주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족 - 청취자들과의 연결은 참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초의 시도라 그랬겠지만, 오히려 토론 말미에 집중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