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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손톱과 바늘
게시물ID : panic_85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로심슨
추천 : 13
조회수 : 174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1/26 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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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연이를 처음 만난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였어요.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왜냐면 그날은 특별한 날이였거든요.
뭐 남들이 들으면 시시하겠지만 저한테는 소소하게 특별한 그런 날이요.
어렸을때부터 심심하면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고양이나 개한테 돌을 던지면서 놀았어요. 그거 말고 별달리 재밌는게 없었거든요.
그게 꽤 단순한거 같지만 어려워요. 고양이는 나무나 의자처럼 가만히 있는게 아니잖아요.
번번히 실패해서 짜증나있었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성공했거든요.
엄청 기뻤어요. 그런 특별한 날이라 기억하고 있다구요.
 
  유난히 까맣고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
그게 수연이의 첫인상이였어요. 처음에는 검정 커텐이 혼자 움직이나 싶을 정도로 정말 머리카락밖에 안보였어요.
그 긴머리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나서야 수연이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놀이터 구석에서 언제부터 저를 보고 있었던건지는 몰라도 계속 저를 보고 있더라구요.
제가 처음 본 사람한테 말을 먼저 거는 성격은 아닌데 그날은 머리카락에 홀린건지 뭔지 먼저 가서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정말 친해졌어요. 고등학교도 일부러 같은곳으로 진학할만큼이요.
수연이랑은 얘기가 잘통했어요. 수연이는 항상 저를 제일 친한친구라고 하고 다녔는걸요.
아.. 뭐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수연이는 한가지 이상한게 있었어요. 머리카락이요.
왜 여자들은 한번씩 머리 스타일을 미치도록 바꾸고 싶을때가 있거든요.
특히 우리나이때 여자애들은 더 그럴텐데도 이상하게 수연이는 그런게 없었어요.
아뇨아뇨, 염색이나 파마같은걸 말하는게 아니구요. 걔는 머리도 한번 자른적이 없었다니까요.
아시겠어요? 제가 처음 수연이를 만났던 날 수연이는 머리길이가 허리까지 올 정도였는데 그 상태로 한번도 자르지 않았으니
올해는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까지 닿을거 같았다구요.
저는 그게 정말 답답해보이기도 하고 이상했는데..
뭐 그게 바로 저 머릿결의 비결이구나 싶기도해서 그 얘기를 입밖에 낸 적은 없었어요.
 
  근데요, 저번달 너무 더웠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목뒤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데 얘는 그 긴머리를 풀고있더라구요.
처음으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걔가 좀 이상한 말을 하더라구요.
아프대요.
자기는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묶거나 하면 아파서 기분이 섬뜻하다는거에요.
처음에는 애지중지하던걸 잘라서 마음이 아프다는 뜻인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 진짜 아프대요.
손톱을 살에 바짝 붙여 자르는 그 아슬아슬한 느낌이 머리 전체에 느껴져서 온몸이 섬뜻섬뜻 아프대요.
너무 이상한 말을 들으니까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적당히 얼버무렸어요.
네? 물론 안믿었죠. 아무리 친해도 그런 이상한 얘기를 어떻게 믿어요.
그냥 정말 얘기해주기 싫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저번주에 갑자기 얘가 학교를 연달아 이틀을 안나오는거에요.
가뜩이나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도 않는애가 학교까지 안나오니까 무슨일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학교 끝나고 가봤죠.
자주 놀러갔던 집이라 수연이 집 비번도 알고 있어서 누르고 들어갔더니 얘가 글쎄 그 긴머리를 늘어뜨리고 방에 가만히 앉아있더라구요.
 너 거기서 뭐하냐고 했더니 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만 돌려서 저를 쳐다봤어요.
머리는 절대 움직이지 않으려고 고정시킨것 어색하게요.
수연이가 하는말이..
머리가 아프대요. 너무너무 아프대요. 저번달에 했던 그 이상한말을 또 시작하는거였어요.
처음엔 얘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듣다가 짜증이나서 무슨소리냐고 어깨를 잡았는데 몸이 휘청이면서 머리카락도 찰랑거렸어요.
저는 수연이를 알고 지내면서 그렇게 크게 소리지르는 건 처음 들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아프다고 울며 소리지르다 차차 가라앉을때쯤 수연이가 울먹거리면서 말했어요.
저번주까지는 따끔따끔한 정도였는데 지금은 머리가 찰랑거리는 정도도 못견딜만큼 아프다고 했어요.
꼭 누가 손톱밑을 바늘을 찔러넣고 흔들어대는거 같대요.
이해하실라나?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수연이 두피가 거대한 손톱인거에요. 머리카락은 두피에 박혀있잖아요.
그 두피에 10만개가 넘는 바늘이 박혀서 흔들거리며 헤집고 있는거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아팠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한가닥 뽑았어요. 수연이는 당연히 울고불고 소리를 질렀지만 궁금하잖아요.
수연이가 저한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거고.. 그냥 마지막 확인작업이였어요.
어떻게 믿게됐냐면요. 뽑은 자리에서 피가 나는거 있죠. 무슨 코피흐르는 것처럼 줄줄 흐르던데요.
상식적으로 머리카락 한올 뽑는다고 피가 흐르지는 않잖아요. 그걸 보고 믿기로 한거죠.
병원을 가자고 하니까 싫대요. 거기까지 가는 동안의 움직임도 끔찍하거니와 이문제로 꾸준히 정신과치료도 받고 있었나봐요.
뭐 아시다시피 별 효과는 없었던것 같지만. 그것도 그럴것이 이문제는 마음의 병따위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수연이한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했더니 머리카락을 뽑아달래요.
아.. 정말 난감했어요. 머리카락에 손만대도 소리소리 지르는 애가 뽑아달라니..
네? 밀면 되는거 아니냐구요? 아직 이해를 못하셨구나.
저기요.. 손톱밑에 바늘이 박혀있으면 사람들은 바늘을 빼지 바늘을 손톱모양대로 자르는게 아니잖아요.
고통을 견디며 머리를 밀어봤자 아마 금방 자랄테고 뽑는다고 하면 글쎄요.. 10만번이 넘는 고통을 수연이가 견딜수 있을것 같지는 않았어요.
 
  수연이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고 그 방법은 제가 생각해냈어요.
손톱자체를 뽑는거요. 밑에 박힌 바늘을 일일히 뽑아낼수 없다면 그 근원을 없애버리면 되잖아요.
수연이도 듣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긴 했어요. 뭐 이거아님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마취가 필요했어요. 제가 아픈건 아니지만 바늘을 뺄 동안 수연이가 소리소리 지르면 제 집중력이 흐려지잖아요.
그건 싫으니까 마취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시다시피 고등학생 집에 마취제가 어딨어요. 수면제도 처방전 없이 못구하는판에.
그래서 제가 나가서 술을 한병 사왔어요. 큰 컵에 따라서 수연이한테 전부 마시게 한 다음에 수연이가 취할때까지 기다렸어요.
슬슬 수연이 눈동자가 풀릴때쯤 저도 칼을 불에 달궜어요. 뽑고나서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뒷처리를 부탁할 수 있게 핸드폰에도 미리 119를 눌러놨구요.
그리고 칼을 수연이 이마에 가져다 댔어요.
 
  수연이는..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쳤지만 술에 취해서 그런지 몇번 버둥거리다 말더라구요.
저는요 정말 성공적으로 바늘을 뽑아.. 아니 벗겼구요.
근데요 진짜 신기했던게 뭐냐면요.
그 잘라낸 손톱이랑 거기 박힌 바늘이요. 제 머리에 정말 잘맞는거 있죠.
성공한김에 장난삼아 제 머리위에 얹어봤는데 이게 진짜 완전 제머리 같은거에요. 부분가발이라도 쓰면 티나는데 이건 진짜 제머리였어요.
한참을 그렇게 거울보면서 묶어도보고 꼬아도 보고 하다가 수연이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부랴부랴 119에 전화했어요. 다행히 늦지는 않았더라구요.
아쉬운건 그 손톱도 같이 가져가버리던데..
그럴줄 알았으면 사진이나 잔뜩 찍어놀걸 그랬어요. 한장도 못찍어놨거든요.
저는 머릿결이 그렇게 좋은편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대리만족 하는거죠 뭐.

  근데 그거 지금 어디있어요? 설마 버리셨어요?
네? 수연이 두피 접합수술이 성공했다구요?
어.. 그러면 안될텐데..
수연이도 그거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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