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윤일병과 임병장 사건으로 '여자들도 군대에 가겠습니다.'란 피켓을 들고 있는 신문포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저도 갈 용의가 있습니다.
본 순간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른 신문기사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내가 과연 군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란 생각이 퍼뜩 들면서, 과연 실상은 어찌할 지 조사해보았습니다.
군대를 개혁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는 환상적인 마법이 하나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지금 우리는 평화시대가 아닙니다. 아직까지 6.25 전쟁중이니까요. 피터지게 싸우는 것에 지쳐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맺은 후부터 지금까지 무력시위가 있어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쟁으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의 불행이 된 것입니다.
우선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가?' 부터 넘겨짚고 가겠습니다.
군대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민간인으로써, 병력이 가장 눈에 띄더군요.
남한은 정규군 64만명, 예비병력 320만명.
북한은 정규군 119만명, 예비병력 770만명.
정말 큰일이군요. 북한은 우리의 두배가 되네요. 근심하고 있다면, 우리는 통계의 함정에 빠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남한 인구는 5천만인데, 북한은 2442만명으로 남한이 북한보다 인구가 2배나 됩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북한이 우리의 2배의 병력을 운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군복무기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남한이 21개월이니, 그것의 4배.
군복무기간이 무려 7년.[제가 계산기를 두들겨서 나온 추정치임을 밝혀둡니다.]
국방의 측면에서는 옳은 방법일지 모르지만, 경제사회적으로는 악재입니다. 무심결에 '그러니까 너희들의 경제가 그 모양 그 꼴이지.'란 말이 나올 지경이니까요. 경제활동 중 최고의 황금기로 뽑는 것이 20~35세까지입니다. 창조적인 발상이 자유롭고, 체력이 왕성하고, 가장 건강한 시기니까요. (누군가는 26세로 끝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 시계바늘을 6.25 당시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군 장성들은 3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독립군, 만주군, 일본군. 일본군들은 황국신민으로써 의무라는 명목으로 끌려간 것이지만, 실상은 순수 일본혈통들을 총탄에서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 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들의 대부분은 '제길.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일본천황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 독립군으로써 싸우다 죽는 것이 속 편하다.'고 탈영하여 독립군에 합류하거나, 살기 위해 순수 일본인들의 우수한 시다바리로 남습니다. 만주군은 일본군들이 조성한 괴뢰국 만주를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력자였던 황제 푸이가 딴 맘을 품으면 곤란하므로, 일부러 열악한 환경을 조성. 독립군은 3파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병력마저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군과 싸우다보니 게릴라전에만 특화되어있는 병력이었습니다.
군 장성들은 자신의 역량미달을 통감한 탓인지 미군에게 한국군 지휘권을 넘깁니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휘권을 돌려받는 것을 검토중이고, 미군은 지휘권을 어서 가져가라는 상황인데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란 의문을 해결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전쟁 중이니 10만 병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징병합시다라고 미군에게 요구합니다.
그러자 지구상 최대 국사강국은 이렇게 답합니다.
당신들의 역량으로는 10만이 한계다.
그 말을 믿고 서울탈환까지 10만을 유지하는데, 인민군 포로를 접하고 그들의 생각이 바뀝니다. 이들은 원래 서울시민으로 인민군들에게 차출되었다고 자백하는데, 군 장성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우리가 민간인을 남겨두면 우리의 적군이 되는구나. 그러니 이들을 징병하자.
참으로 논리적인 발상이지만, 비참한 결과를 낳고 맙니다. 무려 60만이나 병력을 늘려놓고는 예산은 그대로. 전쟁 전 벌였던 군수품 비리를 저질러서 그마나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싸우다 죽은 국군보다 굶어죽은 국군이 많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지금은 경제도 좋아졌고 OECD가입국인데, 60만 병력 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관심을 가지는 조건은 오직 한가지. 우리가 군을 먹여살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가?입니다.
2012년 한국의 경제력 순위는 세계 15위. 그런데 군사력은 세계 8위. 육군만 놓고보면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위. 군사력만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구도입니다.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하면, 군사대국 미국은 총인구 3억 2천만에 142만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 이는 전 인구의 0.44%를 군인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한국은 5천만 인구가 60만 병력을 관리하는 데 이는 전 인구의 1.5%나 됩니다. 그것도 경제활동의 황금기에 속하는 청년들로만 말입니다.
세계 군인들의 평균 교육이수는 14년. 겨우 중학교 졸업한 청년들이 직장은 구하기 힘들고, 말뚝박고 버티다 보면 별을 달 수 있다는 이유로 투신하는 계급상승의 기회라는 의미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군에 가려면 최소 고졸은 되어야 하며, 강제로 끌고 데려가는 대다수는 대학생.
6.25 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국가예산을 살펴봅시다. 전세계 국방비 지출은 1조 2040억 달러(2006년 통계치)로 미국에서만 4017억 달러. 그에 비해 한국은 34조.
가장 단순하게 본다면 미국은 군인 1인당 283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군인 개인장비만 1100만원.
미국 병사들 월급 25,00달러 + 전역 시 퇴직금 3억 8천만원과 대학입학금 전액 지원.
월급은 인상되었는데, 반면 군대에서 면세점인 PX를 없애고 편의점을 들여놓았으니 체감월급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군인에게 세금을 매기는 데다가, 세탁기 사용료까지 꼬박꼬박 걷어간다. 똑똑한 인텔리들에게 이런 환경이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
불만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군 장성들은 잘 알고 있다. 일제들이 그들을 다스렸던 방식으로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군대에 가지 않는 자를 비국민이라고 매도하고, 비인권적인 대우를 당연시 여기도록 세뇌시키는 것이다.
병사들이 불평을 할 때마다 군대를 전역한 자들은 말한다.
이것들이 군기가 빠져가지고!
군기를 잡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가? 일제들은 군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폭염에 행군을 시키면서 물을 마시는 것을 나약하다는 증거라고 매도했다. 엄중한 군사훈련을 마친 후 탈수증으로 많은 사망자를 냈다. 참고로 사망자들의 물통 안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밖에서 안에서 빈틈없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한가지 실험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좁은 우리 안에 생쥐들을 넣고 스트레스를 주면, 처음에는 서로 돕다가 나중에는 서로 물어뜯고 죽여서 한마리만 남거나 공멸했다는 실험. 그들이 원하는 군인상이 그렇게 살아남는 한 명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란 종은 그렇게 형편좋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일년에 천명 가까이 죽었지만, 자살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다.
문민정권 때는 일년에 300명 가까이 죽었고, 인권위원회에서 관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경제적인 상황에 허락되는 병력을 운영하는 것이다. 병력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삭감하고(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모병제), 민간에서 인권문제에 대해 계속적인 감시를 하는 것이다.
북의 도발은 어떡하냐고?
북의 1년 국방비는 1조, 남한은 34조.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설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전투시도 아닌데 매년 300~1000명에 가까운 병력이 계속 손실되는 상황은 군사적으로 대단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군대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근 50년간 성역으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감히 너희들이 우리를 감시하냐고 불편해 할 것이다. 정예군 60만명을 운용해왔던 장군들을 줄여야 되며, 예비병력인 예비군과 민방위를 책임지던 장군들도 물러나야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