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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는 잘못 날아왔다
게시물ID : lovestory_859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28 20:37:5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vHRoW






1.jpg

김명철

 

 

 

몸과 마음을 단단히 여며도

당신은 아무도 모르게 습격당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전면전이어서

낮과 밤 뼈와 살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은행알과

육삼빌딩과 깨진 돌과 핸들 꺾인 세발자전거와

지표를 뚫고 올라오는 지하철 탄 사내가 여자가 당신을 습격해온다

 

빈틈없는 생활

방심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틈엔가 당신에게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틈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당신은

저항하다 기어이 붙들리고 만다

 

그 틈으로 당신의 절반이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당신은 마지막 일전을 치를 수도 투항할 수도 없다

 

틈은 처음에 하무도 모르게 그러나 나중에는

당신을 제 마음대로 관리한다







2.jpg

이동훈연락 두절

 

 

 

여남은 날눈이 줄곧 내려

쌓인 눈이 서까래 밑까지 이르면

다락 창문을 통해

굴뚝만 남은 그대 집을 보게 되겠지

피어오를 어떤 희망도 없이

눈 속에 파묻힌 그대

그대는 끝내 신호를 보내오지 않고

생각다 못하여 널빤지를 내어 밀고

전신줄을 자일 삼아

눈구멍길을 지치고 가려 하네

막막한 그대 집으로 가려 하네

창문께의 눈을 헤치면

그대나를 또 한 번 부끄러워하려나

구호품 붉은 딱지가 선명한

라면상자를 들키고 벌게지던 그때

내 귓불이 더 벌게졌다는 사실을

나도 들키고 싶었네

내게든 네게든 미안한 옛날을

층층 덮듯이 눈이 쌓이면

그대닫힌 문을 다시 두드리고 싶네

얼어붙은 눈이 다 녹을 때까지

라면 한 상자를 다 축낼 때까지

그대 곁에서

연락 두절로 지내고 싶네







3.jpg

신달자적막이 적막에게

 

 

 

내 안에서 늘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어쩌다가는 쿵쿵 쾅쾅 하는 거센 소리도 들리지

오늘은 그 소리 내 밖으로 터져 나가서

옆구리가 욱신거리기도 했어

적막을 베고 적막을 쓸고 적막을 깨부수어

허공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

허공의 부스러기들이 우박으로 새벽잠을

두들긴 게야 계단은 그때 한 단계 만들어지나 봐

오르고 싶었어

몇만 평 평야보다 넓어지는 이 허공을 조각하여

오르고 또 오르면 거기 도무지 무엇이 있을까

거기 또 다른 허공이 적막을 두르고 날 오라하면

오늘은 그렇다네

허공계단을 밟고 경건히 오르고 올라서

계단 하나하나를 접어

건반처럼 뼈가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

오르고 싶어지상의 들붙는 먼지들은 내리고

나도 한 번은 깨끗하고 상긋하게

그렇게 사뿐하게 오르고 싶어

오르고 싶을수록 내 안에 부시럭거리는 소리 높아지고

누구하나 손잡아 주는 이 없이 나는 서서히 오르는데

긴 구름치마를 끌며 아카시아꽃 화관을 쓰고 나 오르지

거기 나비무늬의 비단 적막이 날 반기네

여기서는 한 번은 아프지 않게 웃어보라 하네

내려가는 계단은 지워도 좋겠어

실은

여기가 바로 거기라네







4.jpg

김왕노궤나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가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

 

그리워질 때면 그립다고 부는 궤나

그리움보다 더 깊고 길게 부는 궤나

들판의 노을을 붉게 흩어 놓는 궤나 소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승들을 울게 하는 소리

 

오늘은 이 거리를 가는데 종일 정강이뼈가 아파

전생에 두고 온 누가

전생에 두고 온 내 정강이뼈를 불고 있나 보다

그립다 그립다고 종일 불고 있나 보다







5.jpg

김성규불길한 새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쳐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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