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습니당^.^
요즘 우리집에 수상쩍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족 사진이 담긴 액자가 깨진 채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었고
결혼식에서 썼던 샴페인 잔이 없어지는 등 마구잡이로 물건이 사라졌다.
값어치는 없어도 추억이 깃든 물건을 가져간 이 해괴한 침입자 때문에 아직도 겁에 질려있다.
경찰에 신고하니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보안키로 작동하는 도어락도 새로 달았다.
더 이상한 점은 지난주 쯤인가 우리집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고장이 났는데 배터리를 빼놔도 밤낮으로 경보음이 울렸다.
그래서 아예 박살을 내어 빗자루로 쓸어담아 분리수거함에 버렸다.
인터넷에서 새로 감지기를 주문했고 오늘이면 택배가 올 예정이다.
오늘 아침 8시쯤 평상시처럼 잠에서 깼다.
아내의 잠자리는 잘 정돈되어 온기가 사라진 후였다.
6시 반쯤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5살배기 아들을 유치원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주부 아빠이기 때문에 보통 2살 먹은 딸이 일어나라고 고함을 치기 전까지 자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용했다.
딸이 아직 자는지 확인해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의 방으로 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딸이 있어야 할 요람에는 인형이 놓여 있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가 어쩌면 요람에서 기어나와 인형을 가져다 두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방에서 나와 딸이 갔을 만한 곳을 찾아봤는데 현관문 밖으로 향하는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아내가 신고 나가는 출근용 구두 발자국이었다.
근데 발자국이 진한 빨간색이었다.
페인트인가 화장품인가 헷갈렸는데 요람 앞에 커다랗게 피가 고여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왜 저걸 못봤지?
점점 어지러움을 느끼며 발자국을 따라 현관문 앞까지 가보았다.
발자국은 아내가 차를 대는 위치까지 이어져 있었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아내는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지 않았다.
침대에서 여전히 곤히 자는 중이다.
적어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지러움이 심해져서 방문에 몸을 기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고 앞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 것도..아..
지금 여기가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