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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에 집필된, 아직도 가슴아픈 어느 진단
게시물ID : sisa_543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매인생
추천 : 3
조회수 : 4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10 16:02:54
(출처는 옛날 딴지일보입니다) 
 
암에푸로 있는 넘, 없는 넘의 구분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 없는 넘들만 죽어나고 워낙 있는 넘들은 술 마실때 건배하면서 "이대로~" 를 외친단다. 하긴 요즘은 돈 있으면 돈놀이 하기 딱 좋다. 이런 걸 없는 넘들이 보고 있자면 열 받게 되어 있다. 
 
암에푸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럴 경우 울 나라에서 소위 있는 넘의 논리는 간단 명료하다. 
"내 돈 내가 쓰는 데 누가 뭐라고 해, 꼬우면 너도 벌어..."
 
없는 넘은 더 간단하다. 
"씨발..."
 
있는 넘들은 자기들이 바로 없는 넘들을 고용해서 먹여 살려주니, 없는 넘들은 찍소리 말고 고마워하라... 하는 논리를 펴고, 없는 넘들은 또 나름대로 우리가 일해줘서 니네가 벌었다... 아무리 니네 돈이지만 우리가 열받지 않게 좀 잘 써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자... 뭐 대충 이런식으로 떠든다. 
 
이런 야그 발전하면 꼭 있는 넘 입에서 공산주의가 튀어나오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능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자가 정당하게 번 돈은 당당하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 돈 쓸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시스템 아니냐, 나쁜 짓에만 안 쓰면 되는거 아니냐, 왜 눈치를 보느냐... 만약 똑같이 나누라거나 그런 돈 쓸 자유를 속박 당한다면 그건 공산주의다. 그래서는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북한 봐라 시스템이 그러니 생산성이 떨어지지... 어쩌고 저쩌고...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 나오고 북한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이쯤부터 있는 넘들이 이기기 시작하고, 이게 좀 더 발전하면 없는 넘들이 지 게으른 탓은 안하고, 지 머리 나쁜 탓은 안하고, 열심히 일해 볼 궁리는 안하고... 그저 있는 넘들 보고 배가 아프니까 그런다... 요기까지 발전하고 있는 넘 논리는 대충 끝이 난다. 
 
그럼 없는 넘들 마지막 대답이 보통 상징적인 "씨발"이다.
 
우리가 암에푸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다는 뉴스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자, 각국 언론의 초기 반응은 대충 이랬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 일본 신문 - 걱정 ( 빚이 제일 많이 물려 있으니까 )
- 미국 신문 - 분석 ( 무서븐 장사꾼 쉐이들 )
- 유럽 신문 - 비아냥 ( 나중에는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경계하면서 우리편 들어주기도 했다..??)
 
그 중에 유럽의 신문들이 즐거워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적 가치의 환상은 끝났다... 뭐 이런 제하의 기사가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동남아 위기와 극동의 한국이 쓰러지는 걸 보며 유럽애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아시아적 가치 -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되고, 책임감과 비판의식보다는 의무와 순종을 강요하며 민주주의보다는 독재 정권의 리더쉽에 의존하는 - 가 자신들에게 패배했다고 떠들었었다. 
 
아시아의 4룡이라던 나라들이 한참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릴 적에, 더 이상 고성장도 없고 실업률도 높아만 가는 자신들의 시스템에 가졌된 회의와 무력감이 안도감과 상대에 대한 비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결정타를 날렸냐 하면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유럽의 엘리트과 다르게 아시아 위기의 현장에는 언제나 일반 국민만 죽는다..."
 
"일반 국민만 죽는다..."조또 정확한 필살 똥침이었다. 
 
"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유럽 신문들이 말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서구 엘리트 정신의 기본이다. 위기가 오면 서민들 보다 먼저 튀어나가는거다. 지위와 권한이 있는 만큼 보다 큰 의무를 져야하고, 그런 의무를 지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정신인데... 
 
이것이 단지 지위, 권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로 돈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있는 넘들이 있는 만큼, 없는 넘들 앞서 대중과 사회에 일종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거다. 
 
자본주의의 총아하면 미국이다. 사람들 똥꼬 놀라서 경련일으킬 정도의 부자가 수두룩하면서도 거지도 발이 채이는 나라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만큼, 흔히 말하는 돈지랄이 사회적으로 별 지탄을 받지 않는다. 자기가 기르는 똥개를 위해 자기 집에 거대한 수영장을 짓고 극장과 골프코스까지 딸린 거대한 대저택에서 똥개랑 단 둘이서만 살건, 지혼자 깨끗한 공기 마시겠다고 침실을 산소탱크화해서 디비 자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있는 넘들이 "내 돈가지고 내가 쓰는 데 누가 뭐라고 그래..." 하는 것은 미국과 이런 점만 단순 비교해보면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한국과 다른 것은, 신기하게도 있는 넘들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존경받는 넘들이 우리랑 비교할 수 없이 많다는 거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데, 우리나라에서 있는 넘치고 존경받는 넘 드물다. 간혹 그 권력을 두려워해서 알랑방구 끼거나 엄청난 부 때문에 내심 부러운 대상이 되기는 해도, 사회적으로 존경씩이나 받는 넘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이건희회장이 존경받는가, 고위 공직자들이 존경받는가... 
 
반면 서양넘들 중 존경 받는 있는 넘들은, 있는 것이 돈이던 권력이던, 있는 것 자체 때문만으로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지 않고 일정 수준의 존경 받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거기도 졸부가 있고 지탄받는 개쉐이들이 많겠지만, 바로 "noblesse oblige" 정신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있는 넘들이 더 많이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있는 넘들이 더 앞장 서서 없는 넘들 권익을 대변해주고, 있는 넘들이 더 앞장 서서 정의를 부르짖는다 이거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다. 울 나라 있는 넘들은 더 많이 숨기고, 더 앞장 서서 없는 넘들 울궈먹고, 더 앞장 서서 비리를 저지르는데 말이다. 
 
예를 들면 한국 재벌은 무슨 무슨 재단이니 미술관이니 하는 것을 많이 만드는데, 그것 자체로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고 보고 기특하게 생각하다가도 그 뒷면의 목적, 즉 절세 - 증여세나 상속세를 탈세하려는 의도를 발견하게 되면 씁슬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재벌의 재단이니 미술관이 만들어 지는 시점은 묘하게도 소위 후계자 승계시점이나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이익과 부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정의구현이구 나발이고 관심없더라 이거다. 비록 더 많이 있는 넘 일수록 그 수단은 더 교묘해지고 더 그럴듯하게 포장되지만 결국 그 속셈은 제 뱃속 채우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의 경우는 그게 좀 다른점이 있더라... 
 
우리의 재벌 아들들이 연예인들이나 꼬셔보려고 혈안이 되어 자신이 귀족이라고 착각하면서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몇백만 달러 날리고 있을 때, 미국 어느 유명한 재벌의 아들은 아버지 돈은 내 돈이 아니라면서 빈민가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돈 몇푼 때문에 살해를 당하고 그 아버지는 또 그것을 애통해 하며 엄청난 장학 재단을 설립하더라... 
뭐 이런 식으로 차이가 나고, 
 
우린 기부금을 내도, 고등어 평생 팔아 모은 돈으로 할머니가 1억, 행상으로 평생을 보낸 할아버지가 또 1억 뭐 이런 식으로 신문을 장식하며 우리 가슴을 적시는데, 미국에서 정말 있는 넘들이 무기명으로 1, 2억이 아니라 엄청난 돈을 십 몇년간이나 몰래 자선 사업에 써 오다 기자의 추적으로 밝혀져 그네들 가슴을 적시더라... 
뭐 이런 식으로 차이가 나고, 
 
또, 우리가 금모으기 하는 데는 사별한 남편의 금반지를 가져오는 평범한 아주머니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는 방법으로 금모으기를 독려 하는데, 서구에선 자선 사업을 하건 모금 운동을 하건 정말 있는 넘들이 가장 먼저 나서서 엄청난 액수를 팍팍 기부하고, 그걸 본 서민들이 그 다음 따라 가더라...
뭐 이런 식으로 차이가 나더라는거다. 
 
그래서"일반 국민들만 죽는다"는 유럽 어느 신문의 사설은 너무도 정확하고 아픈 똥침이었고, 울 나라 없는 넘들은 그런 있는 넘들의 정신자세 차이를 보고, 바로 그걸 보고 XX 하는 것이다. 
 
그저 돈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정신자세 차이를 보고 말이다. 
 
씨발... 


※ 필자가 친절하게 풀어 쓰자고 작심했다면 더 긴 얘기가 나올수 있는것을 짧게 쓴 거겠지만, 갈등의 대략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놓치지 않은 진단으로 보여요. 
외국 부호들이 돈지랄을 하고 난리를 쳐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별로 큰 반대나 비난에 부딪치지 않는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데, 그걸 전혀 이해 못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부자나 권력자들을 비난할 때에는 "외국에서는 자기가 돈벌어 자기가 쓰는걸 비난하지 않는데, 한국의 일부 나쁜놈들이 그걸 비난하고 있어서 문제다" 라고 얘기하지요. 그리고 그들이 정작 하고싶은 말은, 부자나 권력자들의 명확한 악행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조차도 "거 봐라. 한국은 부자나 권력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악감정을 갖고서 욕부터 하려 드니 문제라니까."라는 주장으로 덮어나가려 들고.
딴거 다 필요없고 합리적 이성적인 사고방식만 갖고있으면 다 해결되는 그런 문제가 낭비적이고 바보같은 논쟁속에서 몇십년동안 표류하는게 한국사회의 답답한 모습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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