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A의 마지막
모른 척 해왔었지만 이제는 힘들어
왜 내가 안주할 곳은 어디에도 없는 거야?
날 더 이상 욕하지 마,
난 너희들 누군지도 몰랐어.
너희는 내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나한테 들러붙어 사사건건 욕했지
내가 비싼 옷을 구경이라도 하면
와 저거 김치년 보소
내가 좀 예쁘게 입고 사진을 찍으면
와 저거 걸레년 보소
내가 말실수라도 조금 했다 치면
와 저거 인성 보소
난 너무 참을 수 없어서 너희들을 신고했었지
그때 너희는 뭐라고 했어?
잘못했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빌고 또 빌었지
내가 아닌 경찰에게 말이야.
그렇게 대충 판결 나오면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아서 나에게 엿을 날렸었지
난 그러려니 했어
너희들의 생각 수준은 딱 그 정도겠지 하고.
하지만 이젠 더 이상은 힘들어
너희들이 없는 사실로 나에게 욕을 할 때도
너희들이 우리 부모님 욕을 할 때에도
너희들이 내 옛날 사진을 들춰볼 때도
너희들이 나한테 칼날이 든 편지를 보냈을 때도
난 참았어,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이젠 다 필요가 없어
너희는 그냥 내 존재 자체가 싫은 거잖니?
그러니까 내가 너희 눈앞에서 사라져줄게
그러니까 너희를 위해서 내가 죽어줄게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부탁할게
더 이상은
나 같은 사람들을
만들지 말아줘.
A의 소식은 여기서 끊겼다
더 이상의 사진도
더 이상의 글도
더 이상의 생활도
업로드되는 일은 없었다.
A를 갈가리 찢던 굶주린 짐승들은
더 이상 찢을 살조차 남아있지 않을 때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
다만 그 자취에는
다시 돌아오라고
보고 싶다고
그립다는 말들만 남았다.
정작 A를 내쫓은 것은 그들 자신이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