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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이 되도록 겪어온 여성의 성적인 위험 노출에 대하여 (굉장히 스압)
게시물ID : panic_859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얘기아님
추천 : 44
조회수 : 7736회
댓글수 : 268개
등록시간 : 2016/01/30 15: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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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면 저의 성별과 대략적인 나이가 모두 밝혀지기 때문에 익명게시판에 올릴까 했지만,

익명게시판에는 고민글만 올리는 것 같아서 용기내어 공게에 글을 씁니다


저는 성차별을 옹호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여성이 조금 더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겪어본 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자 어린이 였을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1.

제가 국민학생 일 때, 중학생인 앞집 언니, 오빠네 집에서 자주 놀았습니다.

오빠와 함께 놀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중학생 오빠가 어떤 일이 생겨 오빠의 친구와 저를 둘만 남겨놓고 잠시 나갔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 오빠의 친구는 병원놀이를 하자고 했었죠

병원놀이는 셋이서도 잘 하던 놀이라서 좋다고 했었지만

둘이서만 하는 병원 놀이는 달랐어요.

제 윗도리를 들춰서 만지고, 바지도 벗기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제 소중한 곳을 문지르고 헤집었어요.

의사인 오빠친구가 환자인 저를 진찰하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이 놀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하고, 저는 약속을 지킵니다.

이 상황이 성추행이었다는 걸, 저는 중학생이 되고서야 알았어요.




2.

두번째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 일입니다.

저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지만 이웃사람들 얼굴을 다 아는 작은 촌동네에서 지내와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추운 겨울, 오래도록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저를 태워주겠다는 낯선 남자의 차에 바로 얻어 탔습니다.


- 저희 집은 여기로 올라가야 해요.


제 말을 들은 남자는 고개만 끄덕이고 저희집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쳤어요.

제가 의아해하고 있자 남자는 사야할 것이 있어서 슈퍼에 들렀다가 가야한다고 했죠.

그 말을 믿고 앉았지만 남자는 슈퍼에 들리지 않고 유턴을 해서 저희집으로 가는 길로 돌아섰습니다.

저희동네로 가는 길에는 양 옆으로 논이 계단식으로 주욱 펼쳐져 있어요

오르막인 도로를 주행하던 중에 남자는 또다시 차를 골프장을 만들기위해 비워진 공터 쪽으로 빼서 세웠어요

잠깐만 볼일 좀 보고 온다던 남자는 차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저에게


- 아저씨 여기 좀 볼래? 빨간 게 튀어나왔어.


라고 말하면서 뒷좌석에 앉아있는 저에게 고개를 돌렸어요

그때 제가 그 빨간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와서 도망쳤어요

도로 위로 달려가면 혹시나 차로 따라잡을까봐, 엉엉 울면서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는 논을 넘고 넘으면서 달렸어요

그때 남자는 저를 더이상 쫓아오지 않았어요.




3.

저는 곧 여중 여고를 다니면서 바바리맨을 보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로 자랐습니다.

토요일 오전 조퇴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모르는 차가 내 앞으로 서서 창문을 내리고 자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도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나는 놀라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정도로 머리가 컸죠.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고2 겨울방학 때, 동아리 모임 때문에 학교에 가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저는 아직도 촌구석에 살고 있어서 버스가 한 대 오려면 30~4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았어요.

마침 이웃집 아저씨가 가는 길에 태워준다고 하셔서 감사히 얻어탔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저씨는 귀걸이 구멍이 세개나 되는 제 귀가 신기하다며 귀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아직 귀를 뚫은지 얼마 안되어서 아프니까 만지지 말라는 말로 아저씨의 손을 제 귀에서 떼어내고 난 후에도

아저씨는 제 왼손을 가져가서 자꾸 만졌습니다.


- 우리 ㅇㅇ가 딸 같아서 그래.


손까지 뿌리치면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전 도로만 있는 길이 끝나고 아무곳에나 차를 세워 달라고 말할때까지 왼손을 아저씨한테 계속 붙잡히고 있었습니다.




4.

이후로는 전 남자들을 신경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친구든, 인자한 아저씨든, 내 동생의 친구이든.

그러나 그걸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들켜서는 안됐어요.

왜냐면 제가 본인을 조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본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단 생각으로 기분이 나빠질테니까요.


밤길을 혼자 걷고 있는 제 뒤에 남자가 뒤따라오고 있어도 발걸음만 조금 빨리할 뿐이예요.

실제로 앞서 걸어가던 여자가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고 뛰어갔다고 기분 나빠하는 남자들의 말도 들었고, 사연도 나오잖아요.


게다가 너무 조심하면 비웃더라구요.

대학에서 자취를 할 때, 동아리 모임을 하다가 혼성으로 잠을 자는게 조금 꺼려져도

그 모습을 보이면 저는 유난 떠는 여자가 되어버립니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는, 예쁘지도 않고 여성스럽지도 않은 제가 그런 내색을 해서는 안됩니다.

니가 여자냐? 비웃음거리가 돼요.


그래서 불편해도 내가 유난스러운거고, 내가 이놈들을 남자로 여기지 않는만큼 이놈들도 날 여자로 여기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 여럿+여자 여럿일 경우에는 잠깐 한 방에서도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어느날은 학교 과제로 인해서 지내는 무리중의 한 남자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야했어요

과제 인원중 남자는 4명, 여자는 저 혼자뿐이어서 방문하기 전에 제 잠자리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지만

자기 집의 여동생에게 허락을 얻었다고, 그 방에서 여동생과 함께 자면 된다고 하는걸로 잠자리는 마무리 된 상태였죠

그런데 당일에, 여동생과 함께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안된다고 해서.

그래서 찜질방에서 자겠다고 했습니다.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는데 그냥 우리 다섯이서 한방에서 자면 되는거라고 자기들끼리 마무리 지었습니다.

여러번 찜질방에서 잔다고 했지만


- 너 왜 그러냐 혼자?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왜 이상한 놈으로 만들어?


하는 말에 미친년, 까탈스러운 년이 되기 싫어서 그 방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하나뿐인 여자를 바닥에서 자게 할 수는 없다고 침대 위로 자리잡게 했어요.

제가 침대에서 안자겠다고 하면 불 안끄고 자지 않겠다고 했어요.

모든 불편이 '나 때문에' 일어나게끔 만들었기 때문에 침대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의 저는.

그런데 그 방의 주인은 침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제 옆에 누워서 자려고 하는겁니다.

거기서 또 제가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자꾸 저 혼자 유난 떨고 있는 것처럼 되었으니까요.


무려 4년을 서로 개새끼라고 하며 지내온 놈이고, 여자친구까지 있는 상태라서

내가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놈의 옆자리에... 최대한 구석으로 떨어져서 등을 보이고 누웠는데

그 놈이 자기 발로 제 다리를 건드리거나, 손으로 어깨를 툭툭 치거나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동기들은 바닥에서 자고 있고, 저는 최대한 신경질적으로 발을 쳐내고 손을 치웠지만

그 놈이 제 이불까지 빼앗아 가버렸을 때, 못 참고 일어나서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고 나갔습니다.

그 새끼는 장난이라고 웃었지만

저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저에게 그 새끼는 더러운 새끼입니다.




그 이후로도 혼기가 찬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는,

5살 이상으로는 남자로 안보인다. 라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10살 이상의 남자들에게 대놓고 구애를 받을 때도 있었고,

아니라고 딱 잘라서 거절해도 나이가 찬 여자는 어쨋든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인지... 자기 돈 많다는 소리나 하며 밀어붙이고,

어디 가둬놓고 자빠트리면 결국 내 여자가 된다는, 지한테만 우스개소리인 거지 같은 말을 들은 적도 있고

문란하지 않은 술집에서 서빙으로 일하고 있을 때에도 3차 나가지 않을래? 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전 20대 중반까지는 짧은 반바지 같은 것도 입지 않고, 나름 할말은 다 하는 편에 속하는 여자인데도 이런 일들을 많이 당합니다.

지금은 또 나이가 나이인만큼 윗사람이 성적인 농담을 해도 사회생활이려니 하고 넘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고 있구요.


현재 일하는 곳에서


- ㅇㅇ는 마음 없는 남자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하거나, 영화를 보자고 그러면 칼 같이 쳐내지?

그런데 사회 생활에서는 말이야, 그런 사람하고 한번씩 저녁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할 수 있는게 좋은거야.

어차피 본인의 중심만 지키면 되는 거니까.


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

정말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서른살이나 먹고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는 제가 멍청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 그런게 사회생활이라면 제대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끝으로

이 글은 남성혐오를 일으키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그저 보통의 여성이 성적인 위험에 이렇게 노출되어 지내왔다는 것을, 약간은 푸념하고자 늘어놓은 글입니다.


그리고,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여자가 뒤를 힐끗 힐끗 돌아보다 뛰어가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남자와 여자 둘만 타고 있는 상태에서 여자가 남자 쪽을 너무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본인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예요.


그런 상태에서 정말 못된 놈을 만나서 나쁜 일을 당했을 때, 피해자가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그러길래 조심 좀 하지

이거거든요

그냥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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