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병신백일장] 일렬로 나열하세요
게시물ID : readers_145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애플타르트
추천 : 10
조회수 : 44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8/11 11:35:07
옵션
  • 본인삭제금지
* 책게에서 추천받은 내 취향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순간, 그 기분이 어떠한지는 느껴본 사람 만이 압니다.
그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싶으시면 당장 책게로 달려오세요! 
--------------------------------------------------------------------









5년 만인가. 간만에 들린 집은 폐가와 다름없이 변해있었다. 
마루 곳곳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그간의 세월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럴 법 싶다. 
할아버지에게서 이 집은 세상 그 무엇보다 슬프고도 끔찍한 장소였을 터이니, 차마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신발을 벗지 않은 채 마루 위로 발을 내딛었다. 들어선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풍경, 벽지를 타고 오른 곰팡이, 썩어 들어가는 마루바닥까지.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사람이 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행한 장소에서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고. 
누군가 그 끔찍한 마지막 순간을 반복하기라도 하는 양, 내부는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혼자 치울 수는 없겠네. 업자를 불러야겠어.


일단 중요한 물건만 챙겨두도록 할까. 그리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열었다. 
전주인의 고상한 취미를 반영하듯, 방 내부는 온갖 책으로 가득 메워져있었다. 
이건 도저히 다 가지고 갈 수 없겠네.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내야했다.


우선 나는 책상 주변을 뒤적였다. 일기장이나 중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우선 그부터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텅 빈 서랍 속, 종이 조각 하나 만이 팔랑일 따름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거라도 적어놓았는가. 
나는 종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애석하게도, 이에 적혀있는 것은 몇 개의 책 이름이 전부였다.



 

「 미지의 섬,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하늘의 문,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중요한 책이었던가. 일단 골라내볼까. 
그럼에 종이 위 적힌 책들을 찾기 위해 책장을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나의 몸은 일순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책들은 정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중앙, 일렬로 나란히 줄서있었다.


나는 울음 섞인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도서명이 적힌 종이 아래, 글자 몇 줌을 남긴 채 집을 나섰다. 
채 남아있을 누군가가 부디 이 종이를 발견하길 바라며.





「 미지의 섬,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하늘의 문,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괜찮아요, 아버지. 」









--------------------------------------------------------------------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