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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집회 참가자들의 심리 이해
게시물ID : sisa_8600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4
추천 : 7
조회수 : 6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09 03:41:51
요즘 태극기 부대랍시고 몰려나온 애잔한 민폐갑 인간들이 참 많이 부입니다.

보고 있으면 좀 딱한 인간들이긴 한데, 그렇다고 동정이 가는 건 아니고 다만 왜 저러는지, 또한 저러는 인간들 수가 왜 의외로 저렇게나 많은지에 대해 주관적 분석을 해봤습니다.

친박과 친새누리(현 자유당) 지지층은 언제나 확고했습니다. 세대로 따지자면 대체로 고연령층에 해당하기에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가긴 했지만(이유야 뭐.. 인간도 생물이니만큼 뻔한 이유죠) 아직 30% 정도의 탄탄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콘크리트죠.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때 이들은 집단 멘붕에 빠졌습니다. 실제로 콘크리트의 일정 비율은 새누리 지지에서 떨어져 나가버렸고(그러나 이들이 야권 지지층으로 돌아서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양비론 무당파에 가까워졌죠) 나머지는 그냥 충공깽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태 초기의 박근혜 지지율 5%의 밑바닥은 사실 콘크리트의 25%가 돌아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중 5-10% 정도는 돌아섰지만 10-15% 정도는 멘붕에 빠져 지지를 차마 못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죠. 그 와중에도 열심히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던 5%의 애잔보스들도 사실 멘붕인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냥 아몰랑 우리 박공주님이 그럴리 없엉 악다구니 쓰며 지지했을 뿐 멘붕은 피해갈 수 없었을거에요.

그러나 그러한 사태도 이들의 친 새누리 성향을 완전히 꺾어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박정희 신화와 수구독재매국 정당에 대한 신화적 믿음, 종교적 광신에 있죠. 정치적 지지가 아니라 종교의 영역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랜세월 믿어오며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죠. 이들에게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는 이러한 종교가 한 순간에 거짓으로 전락하는 대참사였으며, 자기 인생과 믿음, 신념이 박살나고 부정당하는 끔찍한 멘붕의 재난이었을겁니다.

일생 바쳐 믿었던 종교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자기 인생의 큼직한 일부가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충격 앞에 평범한 인간 정신력은 쉽게 견뎌내기 힘들겁니다. 더구나 이들은 이미 머리가 굳을대로 굳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삶의 방식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노년층이 절대 다수였기에 말그대로 삶이 끝장나는 지옥같은 경험을 한 걸 겁니다.

이런 엄청난 충격과 멘붕 앞에 현실 부정은 손쉬운 도피처가 되어주죠. 아니야 이럴리 없어 혼란에 빠진 그들에게, 누군가가 딱 그들이 원하던 그 말을 속삭여줍니다. 여러분 이거 다아아아 거짓 조작인거 아시죠?

누가봐도 뻔한 엉터리 주장들이 판을 치기 시작합니다. jtbc 태블릿 피씨 조작설에서부터 시작해 온갖 말도 안되는 엉터리 조작설 음모론이 판을 치더니 때맞춰 박근혜가 인터뷰를 통해 이거 다 누군가의 음모고 엉터리 덮어씌우기다 주장을 하면서 보조를 맞춰줍니다.(이때쯤 누군가 박근혜의 전략을 이쪽으로 확고히 잡아준 것으로 보입니다. 신년 기자 간담회 부근에서요. 누군지 몰라도 진짜 개애새애끼입니다 그새애끼) 시기적절하게 엉터리 가짜 신문,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고 어르신들 카톡에는 문재인이 중국과 짜고 대남 적화 공작을 벌인다는 우습지도 않은 개소리들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나으 박공주님 나으 박정희느님 따님이 그럴리 없어 하고 멘붕에 빠져있던 이들에게 딱 듣고 싶던 그 말, 현실 부정을 마음껏 누릴 핑계거리를 던져준 것이죠. 그러면서 이 모든게 음모이고, 그것에 맞서는 위대한 애국자 느낌 같은 느낌을 살살 부추겨 줍니다. 나름 그 연령대에서는 첨단 신문물 느낌인 카톡이나 인터넷 짜가 언론들을 이용해 부정한 탄압에 맞서 나라와 박정희 따님(...)을 지킨다는 카타르시스도 선사해주죠. 이런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가짜 언론도 만들어 뿌리고 뭐 좀 있어보이는 인간들 (국회의원이라거나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변호사 같은..) 얼굴마담으로 나서주고 용돈 적절히 뿌려서 집회 참가 유도하니까 다들 우와아앙 하고 나와서 '박정희 수령아바이 동지의 위대하신 따님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야당의 부정한 탄압(...)에 맞서 목숨걸고 태극기 휘두르며 최첨단 싸이버 카카오톡 메신저와 인터넷 짭언론을 두루 섭렵하며 저 사악한 반역도당(과 나 용돈은 안 챙겨주면서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요즘 젊은것들)에 맞서는 카타르시스'를 누리는 겁니다.

태극기 흔들면서 눈물 짜고 (뜬금없이) 야당 욕하고 특검/헌재 협박질 하는 늙은 분들, 물론 적당한 용돈 챙기는 분도 많겠지만 그거랑 별개로 진심으로들 하시는 일이라니까요? 사실은 자기 인생/신념/믿음/(박정희에 대한)신앙이 '요즘 젊은 것들'에 의해 부정당할 멘붕의 위기에서 어느 악독한 세력이 슬쩍 열어준 현실 도피 비상구로 내달린 것 뿐이긴 해도 말이죠.

태극기 집회 참가자 뿐 아니라, 사태 초기에 아무말 못하고 숨어지내던 박 지지자들이 요즘 삼삼오오 모여 하는 이야기들 어깨너머로 들어보면 다 똑같습니다. 하나같이 현실부정 변명들을 자기최면하듯 읊고 있어요. 이미 현실도피 행복회로가 가동된 상태에서 자기네 스스로를 거짓에 탄압받는 '핍박받는 애국자'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는 것이기에 논리로 설득하려 해봤자 더 단단하게 저항할 겁니다. '거짓에 휘둘린 뭣모르는 젊은 것이 애국자인 나한테(감히 기어올라?)'로 반응할테니까요.

사태 초기에 안보이던 박 지지자들이 지금은 어디서 이렇게 태극기 손에 들고 광장에 기어나왔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들은 그냥 계속 그자리에 있었어요. 샤이 박근혜..는 아니고 멘붕 박근혜를 누군가가 꼬드겨 내서 저런 맛 간 집단을 만들어낸거죠.

애비는 나라를 동서로 쪼개놓더니 딸년은 나라를 세대별 위 아래로 쪼개놓네요. 이 죄값 어찌 책임지려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제아무리 숨어있던 친박 영혼까지 끌어모아 태극기 손에 쥐고 눈물의 똥꼬쑈 벌여봤자 그게 한계에요.

지금 태극기 집회나 황씨 대선 지지율, 탄핵 여론조사에서 반대 비율 같은게 사태 초기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걱정하실거 없습니다. 이들은 그냥 계속 그자리에 있었어요. 다만 30%의 콘크리트가 그래도 박 정권을 거치면서 19% 정도로 많이 줄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시면 될 듯 합니다. 물론 그 줄어든 11%가 야권 쪽으로 넘어오지는 않을테고, 상황에 따라서 신 수구 세력을 자처하는 집단에게서 다시 뭉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콘크리트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고, 박근혜에 의해 심각하게 쪼개져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태극기 집회 사람 생각보다 많이 모인다, 황대행 지지율 생각보다 높게 나온다, 탄핵반대 비율 생각보다 높다, 이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30에 비하면 엄청 줄어든 겁니다. 사실 그분들, 가시는 날 전까지는 절대 안 바뀔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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