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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똥은 마려우나 날씨가 선선해서 즐기는 중
게시물ID : readers_14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정상
추천 : 8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11 14: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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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책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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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누워있다. 방은 내가 말하는 순간 방구석이 되어버렸으나 아무쪼록 상관은 없다.

내가 몸을 굽히고 누워있는 이 매트리스 위에서 핸드폰만 주구장창 하는 것은 어디라도 상관없을테니까.
아, 아니구나. 길거리 한복판 사람많은 광장에서라면 상관은 있겠구나.

태풍의 영향인지 달라진 바람의 세기가 내 다리 위쪽의 창문으로 부터 전해져 온다.
아니 그게 느껴진다. 막 차갑지는 않은데 어쩐지 조금 오래 쐬고있으면 추워질 것만 같다.

선선하다. 날씨도 밝고 화창한 기운이 느껴진다.
밖은 덥다. 방금 외출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말했다. 
거실쪽에서 돌아다니니 덥다고 선풍기를 트시는 소리가 들린다.

밖의 상황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이렇게 개강 전 기숙사 발표를 기다리면서 뒹굴거린다.
사실 기숙사 발표가 나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 많이 무섭고 떨린다.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창가에서 조금 밝은 빛이 들어와 핸드폰 액정 밝기를 좀 조절한다.
방금전 오유에 글을 썼다.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는다.
카톡에 들어간다. 단톡방에도 개인창에도 당연하게 아무도 말이 없다.
며칠 전 개강 시간표와 교재라고 올라온 글이 있는 학과 단톡방을 마지막으로 톡은 잠잠하다.

다시 오유에 접속한다. 베오베를 몇번이고 눌러보지만 거짓말처럼 베스트 게시판에서 보던 글들이다.

웃대에 들어간다. 역시 방금 전에 오유에서 본 글과 같은 글이 몇개 있고, 새로운 글 몇 개, 그리고 본 글들.

쿠x런에 접속한다. 랭킹을 보면 내가 제일 꼴지다. 아니 아래에 딱 한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경쟁 참 좋아해. 이런 게임 하나에도 랭킹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제작했잖아, 하고 괜히 탓해본다. 
네번째 맵에서 열쇠를 먼저 쓰고 하트를 쓰려고 했는데 열쇠 하나만 쓰고 나서 바로 레벨업했다.
어쩐지 열쇠랑 하트가 아쉽다. 그냥 추가로 주면 좀 좋나.
괜히 기분이 찝찝해져서 마음이 울렁거린다. 그래서 게임을 종료한다.

-아.
그러고 났더니 할 것이 없다.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온다. 천장은 조금 누렇고도 하얗다.
다음 학기 과목 하나가 암기과목이라 미리 공부하려고 했던 방학 초반의 말은 이미 흐지부지.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지만 기분나쁜 마무리에 별 것 없던 여행.. 그저 기차타고 개고생을 찍었었지.
2달간의 방학이 끝나고 아무에게도 연락이 먼저 오지 않아 많이 노력했는데도 힘들다.
학교 사람들에게 연락은 딱 한번? 그리고 내가 두번. 랭킹으로 따지면 내가 제일 아래일거야.

개강이 좀 두렵다. 사실 방학전에 뭔가 도망치듯이 방학을 기다렸다가 도망 온 꼴이라서.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적응을 못한 건가.
초딩때처럼 겉친구라고 생각하고 겉돌다 왕따당한 것처럼 이게 다시 반복된건가.

역사는 반복된다 이거냐. 지겹다 아주.
배가 아프다. 아랫배가 슬근슬근 땡겨오는게 꼭 똥이 마려운 기색이다.

아니다, 이건 똥이 맞지만 그 똥이 아닐 것이다.
내 불안과 두려움과 지루를 벗어난 권태가 뭉친 똥이 되어 나를 압박해 오는 것이다.

선선한 기운이 들고 한뼘이 조금 안되게 열린 불투명한 유리창문 옆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언제인가부터 바람의 종류를 구분 할 줄 알았다.

이건 정말 기분좋은 바람이다.
아니면 기분 좋기를 바라는 바람이었던가.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복통은 잦아들고 똥은 계속해서 마렵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나도 선선하다.

눈을 감고 이 마려운 기분을 그대로 느낀다. 직면한다.

어쩐지 막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놀랍고도 고요하다.

좁은 방 안을 선회하는 바람결에 잠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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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을 것이고, 또한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기억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세월호라는 그 단어를, 모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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