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의 양식입니다. 책게는 양식을 나누는 나눔터 입니다. 우리모두 책게에서 마음을 키웁시다
시작하기 전에 저는 의학적 지식이 전무함을 알립니다. 이 소설은 말이 될리가 없습니다. 지금 술이 좀 취한상태라서 글이 많이 헛소리입니다. 봐주세여. 그럼 시작할께요
나는 꿈 많은 어린 세포였다. 피부, 근육, 뼈, 심장.. 되고 싶은게 너무도 많았다.
무엇보다 어서 자라서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드디어 성년세포가 된 날,
내게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온몸을 여행 하는 도중 겨드랑이 근처에 도착했다.
빈번한 마찰로부터 주인의 피부를 지켜주는 자리, 땀을 품어서 줄줄 흐르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자리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주인의 몸을 지켜주는 자리라는 말에 끌려 단숨에 지원했다.
그렇게 나는 겨드랑이 털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새로온 겨털 41호입니다!”
“그래^^ 앞으로 우리랑 함께 잘 일해보자.^^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는 들었겠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구 우리의 사명을 위해!”
“쳇, 사명같은 소리하네 19호 녀석은 실실 웃으면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단말이야.
야 꼬마! 넌 평생 고통이나 받을걸. 한두번이라도 제대로 기능해 보면 운 좋은 거라고.”
“네? 그게 무슨소리예요? 고통이라뇨? 기능을 못하다뇨!”
“멍청한놈. 이몸의 주인은 여자라고 여자! 이게 뭘 의미하는지 정말 몰라? 여자에게 겨털은 불편한 존재야. 우리 같은건 평생 제모나 당할 운명이라고!”
부정적인 겨털 23호의 말에 혼란스러워 졌지만 일단 19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 우린 자랑스런 겨털들인걸! 임무에만 충실하자. 어서 길게 길게 자라야지.
겨털이 되고 이틀이 지나자 내 키도 어느정도 자라서 겨드랑이 밖으로 까슬까슬하게 설 수 있게 됐다.
“저번 제모로부터 3일이 지났으니 슬슬 다시 올때가 됐군. 쳇, 어이~ 누가 신참꼬마 손이라도 잡아주라고”
23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소 옷으로 막혀있던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휴 이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매번 겨털깎는 것도 귀찮아 죽겠네]
주인의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하얀 크림이 우리 모두를 뒤덮기 시작했다.
“우웁 이게 뭐야!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으아아아악 아파 너무 아파!”
갑작스러운 상황에 비명을 질럿지만 주변 겨털들의 비명소리에 함께 묻힐 뿐이였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온 털이 녹아가는 고통속에 더 이상 비명을 지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슥슥. 주인은 제모크림과 함께 녹아내린 털부분을 걷어냈다.
더 이상 우리의 몸이 아닌 흐물흐물해진 털들이 물에 흘러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우리의 본체인 모근과 잘려나간 부위의 욱신거림 뿐.
끔찍했던 고문의 순간이 끝났지만 기진맥진한 겨털들은 신음소리를 낼 힘조차 없었다.
충격과 공포였던 첫 제모 후 난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이런 제모를 평생 여름마다 겪어야 하다니..
겨털은 존재만으로 잘못인 걸까...
그때 주인의 전화통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진짜 매번 제모하는 것도 귀찮아 죽겠다니까~ 이참에 확 기르고 다녀버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영구제모 하러가자 요즘 여름세일 하던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주인친구의 영구제모 소리는 청천벽력 같았다.
나쁜년. 지 일 아니라고.
“야 들었냐 영구제모란다. 우리를 모근째 태워버리겠다는 거 아냐?”
“난 더 이상 못견디겠어. 어차피 우리를 필요없게 여긴다면 그냥 자라지 않아버리면 되잖아!”
주인의 영구제모 소문은 왼쪽 오른쪽 겨털 할 것 없이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분노한 겨털들은 영양분을 거부한채 자라지 않기로 했다.
‘노 필요? 노 발모!’ 이것이 겨털들이 내건 슬로건 이었다.
이상황에서 동요하지 않고 영양분을 섭취하는 겨털은 19호 뿐이였다.
“그래도 언젠가 분명히 필요한 날이 올꺼야! 우리가 정말 아무도 자라지 않았다가 마찰 때문에 겨드랑이가 까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겨땀이 머무를 곳을 못찾아서 줄줄 흐르면 어떡하냐구! 우리들은 자라서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거야. 난 계속 자라겠어!”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자라지 않는 겨털들 사이에서 홀로 몇배의 영양분을 섭취한 19호의 키는 독보적이였다.
맨들맨들한 겨드랑이에 19호 만이 길게 꼬불거리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왜 이것만 이렇게 길게 자랐지?]
주인은 망설임 없이 19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안돼! 난 당신을 지키려고, 단지 그걸 위해서 자란 것 뿐인데, 어째서.. 어째서”
“19호 아줌아! 모두 도와주세요 19호 아줌마가 끌려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난 당신을 위해 자란 것 뿌..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모근째 뽑힌 19호는 주인의 방바닥에 힘없이 버려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분노로 눈앞이 하얘졌다. 19호는 따뜻하고 성실한 겨털이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자라서 꼬불거리기 위해 태어났는데 어째서 자라면 안된단 말인가.
오냐, 밖으로 자라는걸 원치 않는다면 안으로 자라주리라.
나는 걸신이라도 들린 듯 주변의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겨털들이 거부한 덕분에 영양분은 충분히 쌓여있었고
나는 엄청난 속도로 자라며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좋아 가라 꼬마!”
23호의 응원이 들려왔다.
어느새 두개골에 도달한 나는 뇌를 만났다.
“네놈이구나.. 네놈이 주인을 조종해서 제모를 하게하고 19호를 뽑게하고..”
“잠깐! 난 그저 주인을 위해 그런 것 뿐이야. 여자가 겨털같은 것 길러봤자 조롱거리가 될 뿐이라고, 평생 솔로가 돼서 자손도 남기지 못해!”
“겨털의 고마움도 모르는 주인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레이션-
크아아아아아아앙 투명 겨털이 소리쳤따. 투명겨털은 짱 쎘따. 아무도 못이겼따.
“이건 19호의 몫!”
“이건 제모당하는 겨털들의 몫!”
“이건 맨들맨들한 겨드랑이 때문에 힘없이 흘러내린 겨땀들의 몫!”
뇌를 장악한 나는 호르몬을 폭발시켜 겨털들을 마구 자라게 했다.
길게 자란 겨털들은 주인의 팔다리를 휘감아 주인친구의 집 쪽으로 향했다.
“유녀야! 오유녀! 이것봐! 겨털들이 이렇게 자랐어. 아름답지 않니?”
-나레이션-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저건 자신의 친구가 아니다. 친구의 모습을 한 겨털의 목소리다.
뒷걸음질 치는 주인친구를 붙잡은 우리들이 외쳤다.
“겨털들이여! 일어나라! 언제까지 핍박받고 살것인가! 안으로, 안으로 자라서 모두 뇌를 장악하라!”
이내 그녀의 몸을 장악한 겨털들은 우리와 손을 잡고 다른 겨털들의 해방운동에 가담했다.
핍박을 이겨낸 용감한 겨털들의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소문을 들은 겨털들은 너도 나도 인간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자들의 겨털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냄새와 숨막히게 무성한 겨숲에 같혀살던 남자 겨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윽고 소문은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구는 겨털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끝-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