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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카 레
게시물ID : readers_14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ZE
추천 : 2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12 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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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시판 바로가기는 우측 상단 네번째에 있습니다. 방사능을 직구해 여행가서 책보쇼. (라고 외웁니다)
 
 
 
 
아직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90년대 중반, 여름방학 시작하기 얼마 전이었다.
 
날씨는 푹푹 찌고 곧 장마가 시작될 것 같이 더웠다.
 
내 짝꿍은 전학온지 일주일 된 친구였는데, 샌님처럼 곱상하게 생긴 친구였다.
 
숫기가 별로 없는 건지, 아니면 경상도에서 전학와서 사투리가 창피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히 착한 친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은 5교시가 체육이었다. 점심 도시락을 먹는둥 마는둥 교실 한켠에서 후다닥 체육복을 갈아입은
 
우리반 아이들은 우루루 공을 차면서 운동장으로 나갔다. 나도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전학온 짝꿍은 우리학교 체육복과 다른 옷을 입었다.
 
오른쪽 가슴에 다른 학교로고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와 노란색 반바지. 
 
아직 바꾸지 못했었나. 촌스럽다고 놀리는 친구도 더러 있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점심먹고 시작한 축구가 5교시 체육이 되어서 반 전체가 하는 피구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마지막 6교시에는 모두가 체육복을 그대로 입은채 푹푹 찌는 더위를 책받침으로 쫓아가며
 
빨리 수업이 끝나기만 바랐다.
 
 
 
체육시간 동안 운동장 옆 스탠드에 앉아있던 짝꿍은 6교시가 되어도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손에 주먹을 진 채로, 무언가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입은 옷이 달라서 그랬나, 아니면 어디 아픈데가 있어서 체육을 못했나.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 해봤는데,
 
보통 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너 괜찮아? 물 마실래?"

 "아... 아이다... 괜찬타...."

 "어디 아픈거야? 식은땀도 계속 흘리고... 양호실 갈래?"

 "아이다... 좀 있으면 괜찮아 진다 걱정마라...."
 
 
 
사실 그때 어린 나는 이 친구가 뭔가 다른 사람에게 없는 특이한 질병이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한 10분 뒤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
 

처음은 짝꿍의 뒤에 앉은 친구의 한마디였다.
 
 

"야.. 어디 냄새 안나냐? 화장실 냄새."

"어디? 킁킁... 나는거 같은데 어디서 나는 거지?"
 
 
 
나는 뒤를 돌아보려다 주먹을 꽉 진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짝꿍의 모습을 보았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팔에 난 솜털이 전부 곤두 서 있었다.
 
그때였다. 무언가 아래쪽에서 냄새가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내려다 본 순간.
 
 
짝꿍의 오른쪽 반바지 사이에서 황금색에 익숙한 무언가가 슬슬 삐져나오고 있었다.
 
마치 나를 보며 반가워 하는 모양이었다. 노란색 반바지에서 황금색의 새생명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똥 냄새를 풍기며.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친구에게 외쳤다.
 
"야.. 너 바지에 그거 뭐야! 똥쌌어?!"
 
짝꿍은 모든걸 내려놓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 아이다.....이.. 이건... 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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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에 카레를 먹으려니 십수년전 그 때가 떠올랐다.

그때 친구는 나에게 "그래 너 많이 쳐먹어라"라고 했었지.

후후. 이제 니들도 똥 먹을 때 카레 생각나게 해주마.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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