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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일기장아?ㅎㅎ 오늘부터 일기를 써야지. 먼저 나를 소개할게!ㅎㅎ
나는 현역 외고생이다. 우리 아빠는 치대를 나왔고 엄마는 이대 영문과를 나왔지. 우리 집은 돈이 많다. 내 책가방은 마크 제이콥스고 난 한 달에 150만 원짜리 학원을 과목별로 두 개씩 붙인다. 희망 대학교? 서울대학교죠 당연히!
우리는 할아버지 때부터 돈이 많았다. 우리 할아버지는 친일파 목록에 20번째 안으로 올라 있다. 나중에는 잠시지만 대통령도 하셨었다. ㅎㅎ 난 우리 할아버지가 참 멋있다. 뭐 모르는 애들은 할아버지가 일제의 꼭두각시에 독재자에 민주주의의 농약이었다고 헛소리 하지만 그건 전부 걔네가 무식해서 그런다. 아니 우리 할아버지가 친일을 하고 싶어서 했겠는가? 우리 할아버지가 똑똑하고 잘났으니까 일제도 그걸 알고 할아버지를 시킨 거겠지. 자기네도 시키면 했을 거면서 우리한테만 사과하라고 지랄이다.
그런데 요새 학교에 별 이상한 빨갱이 새끼들이 선동질을 하고 다닌다. 뭐 물론 집에 돈도 없는 가난한 새끼들이 지껄이고 다니는 말에는 관심이 없지만 우리 반 어떤 년이 하고 다니는 말에는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 년 집은 독립유공자 후손이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근현대사 시간에 당당하게 말하는지 모른다. 지가 한 것도 아니고 조상이 한 거면서. 게다가 역사의식 있는 척도 쩐다. 반크? 그딴 게 다 뭐임?ㅋㅋㅋ 내가 보기엔 돈으로 상장 산 것 같다. 뭐 위안부 팔찌를 애들한테 선물해주고 나중에는 교내에서 팔고 그 수익금으로 후원한다는데 분명히 삥땅쳤을거다. 병신년. 그 년 교장실에 간 거 보고 웃었다ㅋㅋㅋ 멍청한 년 그러게 학교에서 장사는 왜 하니? 오늘의 일기 끝.
씨발 오늘 그 년이 학교에서 상장을 받는 꼴을 봤다. 알고 보니 교장이 좌빨 역사선생 출신이었던 거다. 미친 내가 빨갱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니 좆같다. 씨발씨발 좆같은 새끼 빨갱이와 늙탱이 빨갱이새끼. 둘이서 소강당 한 구석에서 어깨동무 하고 사진 찍는 지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속이 뒤집혔다.
“야 안연수, 우리 뷥스나 가자. 급식 먹지 말고.”
“왜?”
“저년 상 받은 거 보고도 밥이 넘어가냐? 빨갱이년 교장 선동 잼ㅋㅋㅋㅋ”
“그건 그래. 저 년 저번에 나한테 박정희 만화랑 독재자의 최후 추천했다? 미친년이 우리 집 먼 친척분이신데. 솔직히 박정희 대통령님 아니었으면 우리나라 필리핀임ㅋㅋㅋㅋㅋ”
“아 진짜 내가 보기에 저년 존나 개념없는데 애들이 왜 빨아주는지 모르겠다고 존나 씹선비질이나 하고”
“다 선동당해서 그래. 어 저기 존나 예쁜 애 있다.”
“별루 안이쁜데? 존나 삐쩍마르기만 하고. 여튼 점심시간에 봥~”
뷥스 존나 맛있다. 역시 돈이 많아야 한다ㅋㅋ. 담임 눈깔 피해서 왔는데 저 년이 또 애새끼들을 선동하고 있다.
“음 난 우리나라 친일파 후손들이 사과하고 어느 정도 재산도 내놓아야 한다고 봐. 그들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의 암적인 행동으로 인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큰 시련을 겪었는지 생각하면 사과가 절로 나오는 게 정상적인 행동 아닐까? 프랑스에서는 독일군 앞잡이부터 처치했는데 난 이런 면에서 아직 우리나라 부족하다고 생각...”
더 들을 수가 없었다.
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역겨워 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씨발년
“미친년아 친일파 후손이 무슨 잘못이야? 씨발 니네 조상은 친일 안 했을 거 같냐? 진짜 말 좆같이 한다 너. 무식한 애들 선동질 하지 말고 팔찌나 팔아. 니네도, 이런 애 말을 믿냐? 얘 나보다 공부도 못함ㅋㅋㅋ”
정적이 이어졌다. 애들의 저 표정.... 존나 익숙해서 좆같다. 다 갈아버리고 싶다 씨발
아 시발.... 진짜 좆됐다..... 좀 참았어야 했는데..... 여기가 좌빨 학교란 걸 존나 잊고 있었다.
“희윤아, 너 무슨 병 있니? 왜 그렇게 상식 없는 말을 해? 우리 할아버지 독립운동 하신 거 알고 있잖아. 니네 집이 상식도 없고 도덕의 개념도 없는 친일파라고 해서 다른 집도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너 공부 잘하는 건 알겠는데 너 150 짜리 과외 3개씩 듣잖아.(사실 여섯 개다) 그거 우리 집 한 달 생활비야. 그거 듣고도 나보다 안 나오면 니 지능에 이상이 있는 거지...”
존나 도발하네 서민년이... 이렇게 된 거 그냥 막 던질까? ...하지만 애들의 눈빛이 두렵다. 씨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한테만 이래? 존나 이거 학교폭력 아니야? 씨발년들 진짜 좆같은 년들... 존나 빨갱이 새끼들 다 선동당해서 그래 저런 년들은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서 존나 패야 하는데 아니면 서대문 형무소 씨발.....
다른 애들도 수군거린다. “쟤네 집 친일판가봐 피꺼솟 부들부들ㅋㅋㅋㅋ”“그니까 존나 애미애비 없는 년 무식갑ㅋㅋㅋㅋ” “혹시 베충 아냐?” “맞는 듯 행게이네ㅋㅋㅋㅋㅋㅋ” “존나 행동하는 암베충ㅋㅋㅋㅋ” “아 이 병신새끼 암베충이래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민서 말 잘한다.” “쓸데없지 저렇게 무식한 년한테 설명해봤자 알아듣겠냐?”“그건 그래 진짜존나 또라이다” “어머 들었나봐” “미친 들으라 그래 애들 다 그 소리 하는데 다 때리게?” “씨발 생각해보니까 개웃기다 친일이 자랑이냐? 독일 같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년들이 지랄은 존나 세계 체고시다~~ 워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모가지가 무겁다. 이 와중에도 피해자 코스프레에 천사 코스프레까지 하고 있는 저 년은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며 내 어깨를 다독거린다. 미친년 그런다고 누가 너 후빨할 것 같냐?
“잠깐 화가 나서 그런 것 이해할 수 있어. 나도 심한 말 했다면 사과할게."
애들은 나를 쓰레기 쳐다보듯 힐끗이며 킥킥거린다.... 좆같다 이 상황이....
‘아니야 니 말도 맞아. 친일파가 잘한 건 아니지....’라고 해서 사과해야 따 안 당할 텐데....
그래도 도저히 입이 도저히 안 떨어진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교실 문을 나왔다. 뒷문을 집어던지듯 쾅 닫고 옆 반의 연수에게 갔다. 빨리 뒷담을 까서 이 기분을 풀어야 겠다. 미친년 나 한 대 때리기만 했어도 우리 엄마아빠한테 시켜서 정학먹일 텐데 좆같은 년. 병신년. 빨갱이 년. 좌빨년. 씨발년.
세상에는 이상한 병신같은 년들이 정말 많다. 왜 다들 나를 괴롭히려고 하지? 난 정말 불쌍하다..... 흑흑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