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1인 무역회사 일하는 사람입니다.
과거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무역일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일단 연락이 FAX와 국제전화 밖에 안 되고, 통화료만 분당 1000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비행기 왕래가 쉽지 않아서, 아무나 해외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무역서류에 필요한 C/I, P/L, B/L을 작성할 때 타자기 혹은 수기로 무조건 기입해야 합니다.
무역서류가 신용장에 쓰일 경우에는 단 한 자의 오차도 용납 안 합니다.
엄청난 숙련도가 필요한 일입니다.
과거에는 글씨 잘 쓰는 것도 기술이었다는 거 아는 사람 드물지요.
거기다 수출입면장은 지금처럼 전산화가 안 되서, 무조건 해당 세관 가야 합니다.
과정을 보면 간단한 수출일을 하는데 필요한 인원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장-영업, 연락
* 여직원 두 명-타자나 수기로 무역서류 작성 및 남는 인원이 서류 띠기
최소한 사수는 숙련자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사장 포함 3명이 필요함.
과거 80~90년대만 해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야기죠.
지금은 이렇게 안 합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일단 인터넷이 되므로 연락에 드는 비용이 Free입니다.
미국에 전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요새 분당 10원도 안 됩니다.
더구나 과거에는 피드백 받는데 몇 일 걸렸지만, 지금은 바로바로 채팅해서 받습니다.
거기에 영업도 굳이 발로 뛸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업을 하는 회사들이 주루룩 나옵니다.
여기서 타겟 정해서 메일 보내고, OK 사인 받고, 샘플 보내고, 마음에 들면 진행됩니다.
서류도 엑셀로 걍 대충 만듭니다.
요새 신용장 거래 하기엔 좁아 터진 세상입니다.
엥간한 회사들이 현금 송금 선호하지, 비용 많이 드는 신용장 거래는 후진국하고나 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서류도 간단하고, 틀릴 일도 없죠.
과거처럼 고임금 숙련자가 필요없습니다.
수출면장, 원산지증명서는 걍 전산으로 처리해서, 집에서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수출업을 하면서 단 한 명도 고용 안 하고 돈 법니다.
과거에는 주주총회하려고, 한 달을 꼬박 자료정리하고, 그래프를 궤도에 그렸습니다.
지금은 걍 몇 분만 투자하고, 결재올리면 프리젠테이션 준비 끝입니다.
이게 전세계적인 현상이긴 한데, 별다른 대책도 없습니다.
공돌이가 아닌 이상에야 저처럼 영업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몇 십대 일을 뚫어야 하는 공무원이나 노려야죠.
일반 회사도 요새 들어가기 힘듭니다.
문돌이 초봉 월급 200 넘으면 그럭저럭 잘 주는 겁니다.
그것도 없어서 난리이죠.
요새 누가 기획, 인사, 마케팅 같은 헤드에 듣보잡 대학생 집어 넣습니까?
과거에야 궤도 그려야 하니까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책 읽으면서 인문학 열공해야 한다고 바람 잡는 것은 웃사람들 헛소리죠.
문돌이가 살아 남으려면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력서 100번 200번 넣어 빠꾸 먹어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감과 영업 필드에 나서 수많은 Decline을 감수하는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이게 싫으면 고시 패스하거나, 명문대 가서 서류통과는 할 정도는 되어야죠.
제가 영업을 뛰어보니 느낀 것이지만, 영업활동이라는 것은 이성의 영역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돈냄새를 맡는 감각입니다.
저도 나름 책 좀 읽은 사람이긴 하지만, 살아 남으려고 처절하게 움직이니 몸과 마음이 어느 순간 돈에 반응합니다.
영업도 제가 해본 바로는 '재능'이란게 필요하더군요.
다행히 저는 거기에 부합하는 유형의 인간이었고요.
직장생활이 저처럼 제멋대로 하고 좌우충돌하는 유형의 인간은 할 게 못됩니다.
그런데 차라리 지금 세상은 고분고분하기보다는 저처럼 예측불가한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금 문돌이들 취업전선은 심각합니다.
지잡 문돌이를 하실 거면 처음부터 공무원 등의 시험으로 붙을 생각을 하시고,
그게 아니면 자신이 영업과 같은 그나마 남아 있는 기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한 인간인지 스스로 자문하시고 진로를 가실 것을 권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문돌이들 불쌍해서 한 번 써봤음요.
요새는 SKY문돌이들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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