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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바이오 해저드 -1
게시물ID : readers_14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라무트
추천 : 3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12 18: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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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엔 모든 게 다 있습니다.
여러분이 평생 못다할 경험을 책을 통해 다 할 수 있습니다. 
즉,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다는 겁니다. 연애만 빼고. 연애는 닥치고 실전이더라구요. 
어쨌거나 연애만 빼고 남들보다 앞선 사람들이 있는 곳. 책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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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출근 시간이 얼추 지나간 오전 열 시. 오전 회의를 마치고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온 준석은 습관처럼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요즘 빡세지? 원래 그 맘때가 제일 힘든 법이다."

언제 따라나왔는지 기척도 없이 다가서며 진오가 말했다. 준석과 나이는 동갑이지만 입사는 2년이나 이른 선배. 진오가 없었다면 몇 번이나 회사를 그만뒀겠다 싶을 정도로 준석에겐 의지가 되는 회사 동료였다. 

"진짜 요즘은 그것들이 꿈에 나올까 무섭네요. 대리님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텼어요?"

새삼스런 준석의 물음에 준오는 입에 문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빨아 들였다. 

"하다보면 하게 돼. 처음 입사할 때의 어떤 사명감, 의욕, 이런 건 금방 사라지지. 그냥 습관처럼 하게 되는 거야. 우리가 오전 회의 끝나면 나와서 담배 한 대씩 하는 것처럼."

그 때, 준석의 허리춤에 걸려 있던 소형 무전기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다. 준석은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오전부터 비상이네. 짜증나게."

진오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준석의 어깨를 툭 쳤다. 담배 한 대 필 여유도 없이 출동을 나가야 하는, 둘에게는 지독하게 일상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까만 마스크로 얼굴의 반절을 가린 진오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 보였다. CS탄을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준석은 말없이 가방에서 CS탄 하나를 꺼냈다. 굳게 닫힌 철문. 이 문이 열리면 지옥도와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 자명했다. 비장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준석이 CS탄의 뚜껑을 개봉했다. 그와 동시에 진오는 철문의 손잡이를 잡더니 왈칵 열어 제꼈다. 철문이 열리기 무섭게 안으로 투척되는 CS탄. 매캐한 연기가 실내를 감싸자 혐오스러운 그것들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이게 뭐盧?"
"이거 참으면 ㅅㅌㅊ?"
"thㅔthCo가 우리 ㅁㅈㅎ 시키러 왔盧?"

겉보기엔 평범한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그들. 하지만 그 껍데기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차마 사람이라고 부르기 힘들었다. 소위 '감염자'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감염된 바이러스는, '이기심의 결정체이며 사회적, 윤리적 규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사회 부적격자이자 스스로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남을 헐뜯고 비웃는 행위에서 자기 위안을 찾는, 산업 폐기물 똥꼬 털보다 존재 가치가 떨어지는 인생 패배자 상쓰레기들'이라는 말을 줄여 One bebug 라고 불리었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다. 준석은 황급히 품에서 형사 소송 건(Gun)을 꺼냈다. 사회에 급속도로 퍼지는 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개발된 특화 무기였다. 준석의 검지 손가락은 빠른 속도로 방아쇠를 당겼고, 발사된 탄환들은 여지없이 감염자들의 신체에 적중했다. 이렇게 형사 소송 건에 피격된 감염자들은 일시적으로 바이러스의 활동이 중단된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형사 소송 건에 맞은 감염자들이 자리에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의 활동이 중단되었다는 뜻이었다. 

"이러다 우리도 앙망하게 생겼盧."

남아 있는 감염자들도 당황했다. 금방이라도 준석과 진오를 씹어먹을 듯 달려들던 그들이 혼비백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감염자들의 특징이었다. 홀로 있을 때에는 절대 감염된 티를 내지 않으며,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하지만 셋 이상이 모이면 본격적으로 바이러스가 활동하며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몇이 형사 소송 건에 피격되면, 그들은 모래성처럼 바스라지곤 했다. 이제 그들 중 리더만 제거하면 얼추 상황이 정리될 분위기였다. 리더는 무리 중 특별히 일탈 행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어 인정받은 자가 주를 이뤘다. 저명한 러시아 심리학자 시바스키는 그 리더를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만과 욕구를 같은 무리 내에서 일탈 행위가 마치 용기 있는 행위인 마냥 인증하여 대리만족한 자'라는 뜻을 가진 학명 'Top Byungsin'이라고 정의했다. 

"탄환이 모자라!"

흩어지는 감염자들을 하나씩 처리하던 준석이 외쳤다. 진오는 침착하게 실내를 살폈다. 리더만 찾아서 제거하면 될 텐데...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두리번거리던 진오의 눈에 문득 무언가가 들어왔다. 

"조심해!"

1년에 400일 정도는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는 듯 초라한 행색의 감염자 하나가 어디선가 벌떡 일어나며 준석을 덮쳤다. 준석이 황급히 총구를 돌렸지만 감염자의 움직임이 더 빨라 보였다. 이대로 접촉하면 감염당한다! 

"엎드려!"

진오의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준석은 자리에 엎드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준석을 덮치려던 감염자 리더가 무언가에 겁을 집어 먹은 듯 주춤주춤 물러나는 것이었다. 감염자의 두 눈이 향한 곳에는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다. 진오의 오른손에 들린 촛불은 작지만 환하게 주변을 밝혔다. 

감염자들은 하나같이 촛불을 두려워했다. 일각에서는 '촛불이 마치 자신들의 치부를 밝혀 내는 것 같아 두려워하는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었다. 어쨌거나 진오의 기지 덕분에 준석은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오가 왼손에 쥔 형사 소송 건을 감염자 리더의 머리에 겨눴다. 

"갱생하면 햇빛 좀 쬐고 살아라."

짧고 둔탁한 총성이 울렸다. 




"회수 팀 보내세요. 숫자가 많으니까 대형 차량으로 부탁해요."

무전을 마친 준석은 다리의 힘이 풀린 듯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진오가 그런 준석의 입에 담배를 하나 물려 주며 말했다.

"오늘은 진짜 위험했는데? 조심해야겠어, 하하."
"진짜 이 일도 못해먹겠네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준석이 대꾸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저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지 못하는 거야."
"사명감만으로 하기엔 더럽게 빡센 일이라. 월급도 쥐꼬리잖아요."

퉁명스러운 준석의 말에 진오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웃자. 어쩌겠냐."
"이제 슬슬 근원지가 밝혀질 때도 되지 않았나요? 매번 이렇게 꼬리만 제거해서야 끝이 있을 지 원."
"안 그래도 이번에 부장님이 뭔가 하나 찾아낸 거 같더라. 오늘 중으로 정리해서 전사 메일로 돌릴 거라던데 지금쯤 왔으려나?"

진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바탕 화면의 메일 아이콘에 new 마크가 떠 있었다.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빨아 들이며 메일을 열어본 진오의 동공이 점점 확장되었다. 

"왜 그래요?"

준석이 담뱃재를 털며 심상치 않아 보이는 표정의 진오에게 물었다. 진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 전직원 출동.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근원지로 파악되는 곳을 밝혀냄..."
"오! 드디어! 거기가 어딘데요?"
"글쎄. 그것까진 안 적혀 있네. 어쨌건 규모를 짐작할 수 없으니 확실하게 준비하라는군. 그리고 볼펜 세우기를 연습하래."
'볼펜 세우기요?"

무슨 뜬금 없는 소리일까. 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근원지가 볼펜 세우기 못하면 입장을 못한대. 뭐하는 데야, 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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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르는 대로 써제낀 병신글이며,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아무 생각없이 써제낀 거라 다음 내용에 대한 구상이 전혀 안되므로 두 번까지 도전 가능한 규정에 맞춰 총 두 편으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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