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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그 계곡에 달을 묻고[재수정 ㅜㅜ]
게시물ID : readers_14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녕요플레
추천 : 1
조회수 : 3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12 22: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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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의 영원한 양식입니다.
우리 모두 책책책 !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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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곡에 달을 묻고
“무슨 일 있으신가요?”
곱디 고운 한복을 입은 혜율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의 어깨를 덮고 있는 긴 생머리에 혼이 빠진 듯 바라보던 호위기사 류진현은 그녀의 말에 상념에서 빠져 나오면 급히 예를 취했다.
“아. 아닙니다.”
혜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위무사의 표정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아니긴요 무슨 일이 있으신거 같은데..... 혹시 어디 몸 불편하신데라도 있으신거에요?”
호위무사 류진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픈 데는 없습니다. 잠시 제가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랬던 모양입니다. 어서 가마에 오르시지요. 약속 시간에 늦으실 꺼 같습니다.”
혜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걱정스러웠던 표정을 털어 버렸다.
“그래요. 그분은 늦는 걸 제일 싫어 하시니까요 어서 가요”
가마꾼들은 그녀가 가마에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위무사 류진현은 그녀가 가마에 탄 걸 지켜본 후 자신도 말에 올랐다.
“류진현 님”
“예”
“저어 이 한복이 저한테 잘 어울리나요?”
천진난만한 열 아홉 소녀는 약혼자를 만나러 가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호위무사에게 동의를 구했다.
류진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고려 제일 미인 황후님이 나타나신다 하더라도 혜율 님만큼 아름답지는 않을 꺼 같습니다.
“고마워요”
류진현의 지시로 가마꾼들이 출발하였고 류진현은 그 옆에 말을 타며 그녀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는 봄 하늘은 화창하였다. 그들은 봄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엇다. 한참을 말 없이 가다가 가마의 작은 문을 열며 혜율이 입을 열었다.
“오늘.....”
혜율은 조금 들떠 있는 거 같았다. 류진현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청혼을 받을지도 몰라요.”
“.......예?”
류진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류진현 님도 놀라셨죠?”
“아....예 가 감축드립니다.”
“고마워요 누구보다도 꼭 류진현 님께 감축 받고 싶었어요.”
혜율은 류진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은 소문을 들었거든요. 저희 집 수다쟁이 혜나 아시죠?”
“그 키 작고 얼굴 검은 하녀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혜나라면 항상 혜율의 곁을 떠나지 않은 충직한 하녀였다. 말이 조금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혜율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해 왔엇다.
“혜나가 전해 주더군요. 지후 님이 성 안의 유명한 상인 에게서 가락지를 사셨다고 하시더라구요”
“.... 그렇군요”
그 말이 정말이라면 지후는 아마도 혜율에게 청혼 예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 터였다. 꼭 오늘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곧......
“저, 지금 막 흥분돼요. 꼭 류진현 님이 저희 집의 무사 시험을 치뤘을 때 처럼요. 그때 기억 나시죠? 그게 얼마나 된 애기죠?”
류진현은 쓸쓸히 웃었다.
“5년 전 애기입니다.”
“그래요 벌써 5년이나 지났군요”
5년
류진현은 5년 전에 무사가 그리고 혜율의 호위무사가 되었었다.
혜율은 마당에 나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엇다. 혜나는 몇 번이고 방 안에 들어가 차분히 소식을 기다리라고 권유했지만, 혜율은 도저히 방 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무사 시험은 끝이 났을 것이고, 어제쯤 류진현은 이곳으로 돌아와야 했엇다. 어제와 오늘, 벌써 이틀째 마당에 나와 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디 류진현이 무사 직위를 받았기를..... 이번 기회가 사라지면 다음 무사 시험은 언제 치루어 질지 모르는 일이였다..... 그렇게 간절히 부처님께 기도했던 혜율이였기에, 대문이 활짝 열렸을 때 혜율의 눈은 크게 떠 져 있었다.
혜율의 가문은 사실 몰락한 문신의 가문 이였고 선조대에는 문신 높은 집안이였다고 하지만 무신의 반란으로 인해 벌써 5년째 걸처 무신들의 정권으로 인해 정계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밖에 일 보러 가셨을때 류진현을 데려 왔으며 그때부터 류진현과 혜율은 남매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엇다.
류진현은 틈이 날 때마다 꼭 무사가 되어 그녀의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이야기 했었고 열여섯의 혜율은 그녀보다 네 살 많은 오라버니가 꼭 무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자신의 첫사랑의 꿈이 이루어 지기를
“오라버니?”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대문이 열리면서 그의 허리 옆에 무사의 칼이 차 있었다. 터질 것 같은 기쁨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스무 살의 무사가 혜율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오라버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혜율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를 포옹하기 위해 그를 향해 뛰어갔다. 뒤에서 혜나가 부르는 소리는 들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진현은 그녀를 안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그녀에게서 서너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금속이 공명하는 투명한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그녀가 사랑했던 류진현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언제 칼집에서 빠져 나왔는지 거의 허리에 메달려 있던 칼은 마당 흙 속으로 그 새하얀 몸을 찔러 놓고 있었다.
“오늘을 위해서 무사가 되었습니다.”
“예?”
설마?
“당신을 지켜 드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결국 눈물이 나고 말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고, 고개 숙인 류진현의 입에서는 미리 준비해 왔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대 고려의 무사 류진현 당신의 호위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이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대답 대신 그녀는 무릎을 꿇은 호위무사의 품을 껴 앉고 엉엉 울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언제나 그녀보다 높은 곳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이끌어 주었던 어린 시절의 오라버니는,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었다.
“또 다른 생각하고 있었죠? 류진현 님?”
“아, 예. 죄송합니다.”
혜율은 류진현을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무엇인가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안해하는 류진현이 보기 민망했는지. 혜율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몽골 군이 침략했나봐요.”
“네. 천리장성 쪽에서 가벼운 분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몽골군은 이미 천리장성을 넘어왔다. 하지만 무사도 병사도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그러한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다. 류진현은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했다.
“별 것 아닙니다. 고려군은 강하니까요. 이곳 개경까지는 몽골 군이 닥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류진현 님은 전쟁터로 나가지 않으시나요?”
류진현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말투에 호위무사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군의 수도에는 많은 병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몽골군이라고 할 지라도 이곳 개경까지는 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주에서 몽골군을 잘 막고 있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그 작은 성에서 몽골군을 막고 있다구요?”
혜율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대단하죠? 고려군의 투지와 근성으로 인해 이곳 개경까지 올 일은 없을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개경의 수비를 든든히 하고 계시고 의주에서 막고 계시는 장군님들 또 한 대단한 장군들이기도 하구요”
혜율은 밉지 않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류진현님도 충분히 강해요. 전 세상 누구보다도 류진현 님이 제일 뛰어난 무사라고 전 믿고 있어요.”
류진현은 오랜만에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 거기 다 온 모양이군요. 저 저택이 아닙니까?”
혜율은 류진현이 가리킨 손 끝을 따라가 보았다. 작은 언덕 위에 고풍스런운 저택이 서 있었다. 지후 의 저택이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혜율 아가씨의 호위를 담당하는 호위 무사 류진현 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한가?”
류진현은 반 쯤 고개 숙여 인사하였고 지후는 인사를 받은 후 혜율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후는 잘생긴 청년이였다. 큰 키에 하얀 피우에 매끈한 얼굴은 그의 체격과 잘 어울렸다. 지후는 손을 들어 정원에 놓여진 의자를 권했다. 한창 정세를 잘 타고 있는 지후의 집의 마당은 넓었고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다. 고급스런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 위에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차와 다과가 놓여져 있었다.
혜율은 의자에 앉으며 류진현을 소개했다.
“저의 호위를 담당해 주시는 분이에요. 지후 님.”
“그대의 무용담에 대해 많이 들었네. 이번 무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인물이라고. 혜율이 어찌나 이야기를 자주하던지 한번 보고 싶기는 했네. 옆에 앉지 서 있으니 내가 불편하군.”
지후는 친절하게 류진현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호위무사는 호위를 수행할 때 의자에 앉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지후 님.”
조금은 딱딱한 말투로 류진현은 대답했다. 너무나 귀족적이고 세련된 거의 말투와 몸짓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류진현은 평민이였고 지후는 귀족이었다. 자신에게 과도한 친절을 배푸는거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류진현은 예의를 갖춰 그의 호의를 사양했다.
“무사로써의 예절을 항시 익히고 있는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요새 시를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렇지 아직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을 열거하는 수준밖에는 안되지만 말이야.”
류진현은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
“지후 님은 항상 겸손하신거 같아요. 류진현 님 지후 님은 이미 개경 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분이세요.”
혜율은 책을, 특히 시를 좋아했다.
“혜율이 높게 평가해 주는 거지요. 아직 공부해야 할게 많습니다. 혜율만 해도 저보다 시에 대한 감각이 훨씬 뛰어나지요. 혜율을 처음 만났을 때 쓴 시들을 보았을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창피해요. 그냥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들만 적은건데......”
“아니야. 혜율. 지난번에 나에게 보여주웠던 시는 정말 놀라울 정도 였어. ”계곡을 달은 묻고“라는 시였지? 다음에 폐하께 그 시를 보여드릴꺼야. 그럼 폐하께서도 깜짝 놀래키시겠지.”
혜율과 지후의 정겨운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보며 류진현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과찬의 말씀이세요 지후님. 저도 지후 님의 시를 볼 때 무척 기분이 좋아져요. 지후 님의 시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차 향기처럼 감미롭구요. 상큼한 봄바람 같은 느낌이에요.”
“나도 그래. 나도 혜율의 시를 볼 때엔 그 시에 빠져들 게 되더군. 혜율의 글은 아름답고 조금 슬프지만 아주 낭만적이야.”
지후는 잠시 말을 끊었다.
“이런 건 어떨까? 매일 함께 마당 탁자에서 시를 나눌 수 있다면, 아침에 차를 마시여 시를 이야기 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각자 시를 쓰는거야. 저녁에는 달을 바라보며 다시 서로의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겟지. 어때 혜율?”
혜율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매일 그럴 수는 없잖아요.”
“아니, 그럴 수 있지. 혜율만 좋다면... 내가 혜율의 방을 이 집에 마련해 줄 수 있어.”
“....예?”
류진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오늘이였다. 젋은 귀족이 반 년 동안 사귀었던 여인에게 청혼을 하는 날은.
“나와 혼인해줘 혜율.”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다. 차라리 5년 동안 그녀에게 청혼하지 않은 것이 잘 한 일이었다. 신분 차이는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이였으니까. 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
“몽골 군이 의주를 지나치고 개경으로 오고 있다는 게 사실이냐?”
의주에서 온 긴급 전보를 받은 전하와 대신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전하 몽골 군이 병력을 돌려 개경으로 지금 진격하고 있사옵니다. 피하셔야 됩니다 전하.”
“아니 어떻게 의주를 돌아서 바로 개경으로 올 수 있단 말이냐.”
고려의 왕은 그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성을 함락하고 일루 오고 있는거 같사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전하.”
“맙소사.”
고려 왕의 탄식과 함께 조정 안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도대체 몽골군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말인가.
“언제 개경으로 올 지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 개경을 지키는 병사들의 경계를 철통 강화 해야 하며 빨리 피난 갈 준비를 해야될 꺼 같사옵니다. 전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신들은 역시 전투가 두려운 모양이었다. 의주에서 막혀있던 몽골군이 개경으로 갑자기 진격하고 있을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디로 피난을 가야 된다는 것이냐.”
“아무래도 강화도로 피신 하여야 될 꺼 같사옵니다.”
몽골군은 육지에 강한 대신 수군에 약하다 그래서 대신들은 강화도로 피난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사옵니다. 전하.”
“말해 보거라.”
“몽골군이 이끄는 총 대장이 함락한 지역 모두를 약탈하고 아녀자들을 모두 북으로 올리고 남자들은 모조리 죽인다고 하옵니다 전하.”
고려 왕과 대신들은 얼굴에 각자 경악의 감정이 번져 나갔다.
“아무래도 속히 피하셔야 될 꺼 같습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개경 또 한 무사하지 못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고려의 왕은 다음과 같이 명했다.
“오늘 밤 안에 속히 강화도로 천도를 옮긴다.”
“허면 전하 백성들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고려의 왕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였다.
“백성들을 끌고 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백성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바로 강화도로 갈 준비를 한다.”
“예 전하.”
“일찍 일어나셨군요 혜율님.”
류진현이 혜율의 집에 왔을 때 혜율은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를 읽고 있었다.
“류진현 님? 어서 오세요.”
혜율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류진현은 예를 취하고 혜율이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혜나, 류진현님께 차를 한 잔 드리도록 해. 내 것도 새로 부탁하고.”
“예, 아가씨.”
혜율의 옆에 서 있던 혜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부엌 쪽으로 사라졌다. 류진현은 잠시 마당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요새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 한 거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류진현은 시장에서 들은 애기를 해주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몽골군이 개경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호위무사로써 그것을 알려 드리려 일찍 왔습니다.”
“몽골군이 개경 근처까지 와 있나요?”
그녀는 책을 덮고 걱정스런 눈으로 류진현을 바라보았다. 류진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몽골군이 의주를 지나칠 일 없고 또 한 그랫다면 지후님께서 혜율 아가씨게 직접 애기를 드렸겟지요.”
“그건 그렇지만 몽골군은 보이는 대로 다 죽인다고 하던데.....”
류진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혜율 님을 지켜 줄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 호위무사 류진현은 혜율 아가씨를 항상 지켜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혜율은 밝게 웃어 보였다. 웃는 모습이 천진스럽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류진현은 그녀의 손에 작고 예쁜 가락지가 끼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가락지는?”
“아, 이거 말이에요?”
가락지를 끼고 있던 왼손을 들어 올리는 혜율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나타났다.
“그때 지후 님이 류진현 님께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한 후 저에게 주신 가락지에요.”
“... 허락하셨군요.”
혜율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류진현은 눔을 감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제겐.... 그분 밖에 없어요. 정말 그분 말씀대로 아침에 함께 눈을 뜰때부터 저녁에 함께 달을 바라볼 때까지 항상 그분과 함께 시를 읽고 싶어요. 그리고...”
혜율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시구요.”
아버지께서는 당연히 정계 진출을 위해 지후와 혼인을 하는 것을 당연히 기뻐했으리라. 웬지 억울하다는 감정이 치밀었지만 류진현은 잠자코 그녀의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 행복할 거예요. 류진현 님도 축복해 주실 꺼죠?”
“혼례는 언제 올리십니까?”
혜율은 꿈을 꾸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다음 달 쯤... 그건 양가에서 결정해 주시겠죠. 제가 혼약을 허락했을 때 지후 님도 무척 기뻐하셨어요.”
류진현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어렸을 때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류진현은 그녀의 얼굴과, 새카만 머리카락과, 작은 어깨와, 작은 손가락 긴 생머리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마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처럼.
‘... 어쩌면 정말 다시는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천리장성의 함락 소식과 몽골군의 개경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자 문득 류진현은 꺼림칙한 생각을 해버렸다. 만약 몽골군이 여길 함락한다면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큰일났습니다. 아가씨.”
류진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무슨 일이세요 류진현 님.”
혜율을 놀래며 류진현을 진정 시키려고 하였다.
“아무래도 빨리 피하셔야 할 꺼 같습니다. 몽골군이 지금 개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말씀이세요?”
“아무래도 개경이 함락이 된 거 같습니다. 이미 지후님과 아버님은 피하셨고 폐하께서는 미리 예전부터 궁궐을 비우셨다고 합니다.”
혜율의 눈의 커지며 불안해 하기 시작하였고 류진현은 이내 혜율의 손목을 잡고 마굿간 가기 시작했다.
“가마를 탈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말을 오르시고 피하셔야 될 꺼 같습니다.”
일단 류진현은 혜율을 말에 태우고 그 다음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개경의 남문으로 말을 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혜율은 류진현의 허리를 감싸며 가는 위치를 물었다. 류진현은 시장에서 들었던 말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전하와 지후님 그리고 혜율의 아버님 께서도 강화도로 피신을 가신 거 같습니다.”
“어째서 저에게 말도 없이 먼저 가신거죠?”
“아무래도 지후 님과 아버님을 만나고 계셧던걸로 보아 그때 같이 가신 거 같습니다.”
“아버지는 무사하시겟죠?”
류진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혜율은 계속 걱정어린 마음으로 류진현을 허리를 계속 감싸며 말 없이 강화도로 향해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자고 가야 될 꺼 같습니다.”
밤이 어두워 지자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판단하여 빈 집을 찾은 후 혜율을 과 같이 방안에 들어왔다.
“힘드시죠 류진현님?”
혜율은 자신을 위해 계속 말을 몰고 온 류진현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일단 오늘 여기서 주무시고 새벽에 일찍 출발하지요. 피곤하실 텐데 주무세요 전 바깥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무서워요 류진현 님 저 잠 들때까지만 여기에 있어주시면 안되나요?”
“알겠습니다.”
진현은 혜율의 옆에 앉으며 긴 적막이 흘렀다.
“류진현 님 그거 아세요?”
긴 적막을 깨고 먼저 이야기 한것은 혜율 이였다.
“우리 집 수다쟁이 혜나가 그러는데 류진현 님을 볼때 마다 항상 사모한다고 저한테 애기하고 그랬었죠.”
“그랬었나요?”
진현은 미소를 지으며 혜율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전 그말을 듣고 혜나에게 은근히 질투하고 시샘했었거든요.”
류진현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랬으나 티내지 않고 계속 듣기만 하였다.
“제가 류진현 님을 사모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이제 혼인해야 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지후 님과 결혼하시게 되면 행복하실껍니다.”
류진현과 혜율의 신분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류진현은 자기가 뱉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차마 내지는 못하였다.
새근새근
혜율은 이내 잠이 들었고 류진현은 자기 어께에 기대에 잠 든 혜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도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가까이서나마 그대를 지켜보기 위해서 호위무사가 되었습니다.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혜율 아가씨 지후 님과 결혼하시게 되면 영원히 하지 못할 말인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를 잊어버리세요. 저는 이제 혜율님의 호위무사일 뿐입니...”
“왜 이제야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자고 있었던 혜율이 대답하자 혼잣말을 하고 있던 류진현은 깜짝 놀랐다.
“제가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말씀을 해보시지도 않고 제가 오라버니를 바라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신 거에요.”
“예?”
“이젠 늦어 버렸는데... 이제야 겨우 오라버니가 나를 보아 주기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할 수 있었는데....”
‘오. 신이시여. 왜 저게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류진현은 너무 기가 막힌 나머지 말문이 막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눈물과 슬픔과 그리고 류진현을 향한 원망으로 젖어 있었다.
‘이젠 너무 늦어 버렸지만, 저도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새벽 동이 튼 후 류진현과 혜율은 말을 타며 강화도로 계속 가고 있었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강화도 근처까지 가고 있었다.
“거기 섯거라!”
뒤에서 몽골 정찰 부대가 류진현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강화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을 것이며 거기까지 혜율과 가기에는 몽골의 정찰부대와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류진현은 눈 앞에 보이는 갈대 밭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말에서 내려 혜율에게 이야기 했다
“혜율 아가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이제 얼마 안가면 강화도로 가는 뱃길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혼자 가셔야 됩니다. 이대로 쭈욱 앞으로만 가시면 됩니다.”
“류진현 오라버니 나두고 내가 어떻게 가.....”
류진현은 비장한 결심을 하듯 혜율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아무래도 저는 여기까지 인가 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말이 끊나자 마자 류진현은 말의 엉덩이를 치자 말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진현 오라버니!!!!!”
혜율을 류진현을 애타게 소리쳤지만 혜율의 탄 말은 점점 류진현의 시야에 사라져 갔다.
왜 슬퍼하시는 거죠 잘못은 제가 한 것인데... 한 번도 당신께 제 진심을 보여 드리지도 않고 저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버렸던 건 바로 저인데, 류진현은 마음 속으로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후 앞에 보이는 몽골 정찰부대가 나타나면서 류진현은 혜율을 보냈던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 혜율은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하였고 고려와 몽골의 싸움은 7차 싸움까지 이어 지게 된다. 그 이후 혜율은 류진현을 찾기 위해 방방 곡곡 수소문 했지만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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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우리가 모두 가져가야될 아픔이고 슬픔입니다.
 
 
반드시 잊지말고 다시는 세월호 같은 사건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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