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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살던 집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6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25
조회수 : 250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2/09 10: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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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에 이사가서 2000년에 이사 나왔던 옛날 집 이야기 입니다.
 
 
부모님이 큰 집으로 이사간다고 구경가자고 하시더군요.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지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웠는데 너도 집 한 번 보면 반할 거라는 등쌀에 밀려 졸린 눈을 비비며 이사 갈 집으로 향했습니다.
 
부모님 말이 맞더군요. 2층 집이었는데 집이 엄청 넓어 마루엔 샹드리에가 걸려있을 만큼 독특하고 멋스러운 집이었습니다.
 
집주인 앞에선 조심하셨지만 부모님은 틈만 나면 이 집을 싸게 구입했다고 본인들의 수완을 자랑하셨드랬죠.
 
뭐 저도 그 부분은 칭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집이 썩 좋긴 했습니다. 
 
집에 대한 환상은 이사가고 한 달 후부터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기괴한 일이 많아서 번호를 달아 설명드리겠습니다.
 
 
1. 아버지의 집에 대한 집착
 
아버지께서 집에 이사가자 마자 이것저것 손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기 시작합니다.
 
먼저 벽난로를 놓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혼자 공사를 시작합니다.
 
전 집에 있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불려가 도와야 하는 처지가 되어 영 피곤했습니다.
 
벽난로를 만드신 후엔 집 외벽에 돌을 붙이자고 하시더군요.
 
주말 마다 돌 주으러 다니고 자영업하는 아버지는 일은 내팽개치시고 열심히 돌 붙이십니다.
 
물론 저도 틈만 나면 붙잡혀 돌 붙이는 작업에 동원이 됩니다.
 
돌 붙이기 다음엔 연못파기 랍니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일요일에도 학교에서 보충수업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야할 처지였습니다.
 
그런 눈에 보이는 뻔한 탈출의 거짓말을 칠 때마다 아버지는 광인처럼 길길이 날뛰곤 하셨습니다.
 
결국 그 당시 중2였던 제가 연못의 반정도를 팠습니다.
 
그 다음엔 정원에 노송을 심고 주차장 슬라브에 텃밭을 만들고 ...
 
그렇게 아버지는 생업까지 집어 던지시고 집에 광기어린 집착을 하며 가족과 멀어지셨습니다.
 
 
 
2. 가위를 무척이나 많이 눌렸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밤에 잠만 자려하면 가위가 눌리는 것이었습니다.
 
뭐 가위는 한 두 번 눌려봤던 게 아니라 그리 크게 놀랄 건 없었지만 그 집에서의 가위는 뭔가 다른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가위가 눌릴 때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항상 제 침대 옆으로 천천히 걸어와 절 내려다 봅니다.
 
가위라는 게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내용도 달라지고 깊이도 달라지고 하는 건데 그 집에서의 가위는 항상 같았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침울한 표정으로 아이컨택. 제기랄.
 
 
 
3. 결국 귀신을 보게 됩니다.
 
아까 설명드렸다시피 2층 구조이지만 2층 방에서 나오면 마루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에서 나왔는데 마루의 어둠 속에서 뭔가 희끗한 게 시야에 잡히더군요.
 
뭐지? 자세히 바라보니 뭐랄까 흰 가래떡 모양의 사람 크기의 뭔가가 재주넘기를 하듯 천천히 움직이더군요.
 
검은 옷 남자에게 많이 데였던 때라 깜짝 놀라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현실로 받아들일 순 없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띠엄띠엄 기억나는 주기도문을 외우고 다시 문을 열고 마루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마치 놀러왔던 손님이 돌아가듯 현관 쪽으로 가래떡 귀신이 총총히 사라지더군요.
 
무섭긴 했지만 전 화장실에 가 소변은 볼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4. 할머니
 
저희 할머니 방이 1층 주방 옆에 있었습니다. 물을 마시려면 할머니 방 옆을 지나 주방으로 가는 구조였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할머니에겐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할머니가 허리를 다치신 이후에 자식들과 손자에게 아프다는 신호를 많이 보내셨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가는 소리를 들으시면
 
방에서 '에이구~ 허리야~ 에이구~ 허리야~' 이렇게 꼭 한 말씀씩 하셨죠.
 
그럼 전 문을 열고 '할머니 허리 주물러드려?" 여쭤본 후 허리를 한참 주무르고 나서야 목을 축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날도 할머니가 신호를 보내면 또 허리 주물러 드려야겠군 생각하며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더군요.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계시는 목소리셨는데 저희 할머니라고는 믿기 힘든 목소리였습니다.
 
충청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를 혼합해 쓰시던 분이었는데
 
똑똑히 표준말로.
 
"오셨습니까? 오시느라 힘들지 않으셨는지요. 저는 언제 준비하면 됩니까?"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두 가지 불길함이 동시에 왔습니다.
 
대화 내용에서 느껴지는 ... 소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셔서 대화를 내누시는 건가.
 
그리고 ... 다른 불길함은 ... 혹시 치매?
 
할머니 방문을 열어볼까 100번을 망설였지만 끝내 열어보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방으로 와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오랜만에 검은 남자가 찾아오더군요.
 
할머니는 그 후 치매를 앓으시고 3년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5. 무당
 
그 집에 산 후, 가족들한테 안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반미치광이가 되었고 따로 사업을 하시던 어머니의 사업도 기울었고, 할머니는 말씀드렸다시피 치매를 앓게 되었고
 
저는 뭐... 음... 루리웹을 알게 되었고...^^;
 
결국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살던 집주인들 이야기가 하나 둘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처음 이 집을 지은 지방 굴지 기업 건설사 사장은 집을 지은 후 1년 만에 도산.
 
그 다음에 온 사람도 뭐라뭐라 했는데 기억은 안나고 몇 개월 만에 이사 나가고.
 
그 다음이 우리 전 주인이었는데 은행 지점장이셨습니다.
 
몰랐는데 그 양반이 외도를 해서 딴 살림을 차리고 부인분이 그걸 알고 갈라서자 하면서 재산처분의 과정에서 우리가 싼 집을 사는 득을 봤던 거였더군요.
 
아무튼 망해서 나갔다고 싸잡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이 우리 차례였고요.
 
IMF 이후라 집 값은 똥이되었고 똥값으로 내놔도 팔리지가 않더군요.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그 때는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큰 집을 찾는 여자가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그 여자를 만났다고 합니다.
 
무당이었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께선 무당에게 집을 보여주는 게 영 내키지 않으셨지만 가세가 기운 상황에 이것저것 따질 처지는 아니었죠. 결국 무당을 데리고 집을 보여줬답니다.
 
무당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깜짝 놀라더랍니다.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았냐고. 혹시 집에 중병 앓는 사람 없냐고.
 
무당이 약파는 거 같아서 어머니께서 대충 둘러댔는데 무당이 당장 계약하자고 발을 동동 구르더랍니다.
 
왜 그리 서두르시냐 물으니 집이 귀신 살기 딱 좋은 집이랍니다.
 
어머니의 수완은 여기서 또 빛이 납니다. 집 보기전에 가격 얘기를 안 했는데 보자마자 저렇게 좋아하니 은근 슬쩍 우리가 샀을 때보다 가격을 올려 부르셨답니다. 무당은 무조건 콜염~.
 
결국 만 8년의 몰락을 겪고 우리는 차익을 조금 보며 이사 나오고 무당이 그 집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집에 들러 몰래 점을 보고 오신 어머니께 들었는데
 
무당이 그 집에 가자마자 2주 동안 밥만 꾸역꾸역 먹었답니다.
 
체력 모아 굿해서 잡귀들 쫓고 앉히실 신 있으면 앉히려고...
 
결국 무당은 대박나고 그 집에서 벗어난 우리집은 그럭저럭 원상복구하였습니다.
 
가끔 그 집이 생각나서 로드뷰로 확인해 보는데 몇 년전 부터는 걸려있는 빨간 깃발도, 대문에 커다랗게 그려놓은 무늬도 없어졌더군요.
 
또 뭣모르는 누군가가 그 귀신들린 집을 싼값에 좋다고 산 거겠죠. 에효.
출처 루리웹 18번이고해인남자 님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8609476&bbsId=G005&searchKey=userid&searchName=18%EB%B2%88%EC%9D%B4%EA%B3%A0%ED%95%B4%EC%9D%B8%EB%82%A8%EC%9E%90&itemId=145&searchValue=SbT-pzE6Mpc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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