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도 병신 안 읽어도 병신이라면 책 읽는 병신이 돼라 -엘빈 토플러
책게는 당신을 원한다 -미군 홍보 포스터





애교 많은 너와 이별하며
이 글은 소리내어 읽으면 더 운치가 있습니다





네가 나를 얼만큼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말했다.

오늘이 슈퍼문 데이래. 저기 큰 달 보이지?

저 달만큼 커다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는다고 생각해 봐.

딱 그만큼 널 사랑해.

반쯤 오그라들고 반쯤 감동한 너를 보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근데 그 양동이에는 살짝 금이 가 있어서 조금씩 새.

물론 농담이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그 양동이에는 금이 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나는 말했다. 너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가만히, 표정 없는 얼굴에서, 눈물만 방울방울 똑똑 떨어져 내렸다.

가슴이 아팠다.

너의 눈물을 보는 것도 가슴이 아팠지만 그보다는 그러면서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나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너는 나에게 시리도록 눈부신 여자였다.

과분하다고 여겼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지. 결국에는 다들 이상형과 거리가 먼 짝을 만나게 돼.

너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가 주장했다.

좆 까. 나는 이상형을 만났어.

나는 의기양양하게 반박할 수 있었다.

네가 바로 나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다.

짧게 내려오는 단발. 선한 눈매. 작고 아담한 손.

그리고 무엇보다, 애교 많은 성격.

너는 애교가 정말 많았다.

너처럼 애교가 많은 여자는 처음이었다.

가식적으로 만들어낸 애교가 아닌,

선천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진짜배기 애교.

"너의 그 애교를 좋아했어."

너는 말 없이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모르겠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떨어져 내리는 눈물 방울을 슥, 아무렇지도 않게 손등으로 떨쳐내며

마침내 네가 입을 열었다.

"오똥켕 솨랑이 병하늬?"

"모든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어. 우리의 사랑은 그 유통기한이 끝난 거야."

"뤼사뤼사는 구렁거 잉정할 수 업쪙."

물론 너의 이름은 뤼사뤼사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알아들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

"오퐈, 오퐈는 다룰 거라궁 생각해쪙. 항데 아니엉나방.

결국 오퐈도 딴 남찡들이랑 똑강탱. 남찡들은 다 똑강탱."

굳게 움켜쥔 너의 조그마한 손이, 내가 죽고 못 살던 그 귀여운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좋은 사람 만나."

언제나 부드럽게 웃고 있던 너의 눈동자가 표독스럽게 변했다.

"오퐈는 죠은 사람 망나지 뫙. 뤼사뤼사처럼 상쳐 마니 바당. 주글 망큼 아퐈행."

나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리고, 걸어간다.

너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도 그러기를 바랐다.

이렇게 우리는 헤어지는 것이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직감적으로 너라는 걸 알았다. 나는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너의 마지막 문자를 바라보았다.

=====================================================
ㅇㄱ ㅃ ㅏ!!!!
ㄷ ㅏㅅㅣ 항벙만 ♡♥루ㅣㅅㅏ루ㅣㅅㅏ♡♥를 솨랑해주면
안되? 솔ㅉㅣㄱㅣ 이건 아니ㅈㅏㄴㅏ
우ㄹㅣ 해어지는거 진ㅉㅏ 어의없는 ㄱㅓ 알ㅈㅏㄴㅏ 응??
4랑ㅎㅐ
우ㄹㅣ 해어지는거보다 꼐속 만ㄴㅏ는 ㄱㅔ 서로ㅇㅔㄱㅔ
낳은 결말 ㅇㅏ닐까???
=====================================================





모든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세월호를 잊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