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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전제품은 모두 소리를 낸다
게시물ID : lovestory_86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01 19:10:4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5cWQxxi3JoU






1.jpg

이승하가전제품은 모두 소리를 낸다

 

 

 

어머니 장례식 치르고 돌아온 날

 

한평생 손수 밥 한 끼 차려본 적 없는 아버지에게

전기밥솥 사용방법을 가르쳐드린다

아버지쌀을 이렇게 씻어서

물 요만큼만 넣고 뚜껑을 닫고

이걸 누르시면 됩니다

시간이 되면 밥이 다 되었다고

알람이 알려줍니다

밥을 퍼 드시면 되요

 

집에 들어오니 벽에 걸린 어머니 옷에서 체취가 풍겨온다

 

한평생 손수 옷 한 번 빨아 입어본 적 없는 아버지에게

전기세탁기 사용방법을 가르쳐드린다

아버지옷을 이렇게 넣어서

가루비누 요만큼만 넣고 뚜껑을 닫고

이걸 누르시면 됩니다

시간이 되면 빨래 다 되었다고

알람이 알려줍니다

빨래를 꺼내 널면 돼요

 

자주 내려올게요 아버지

 

어머니 안 계신 집에서

울 아버지 홀로 살아가게 되었다

아니전기밥솥전기세탁기진공청소기냉장고텔레비젼

칭얼거리는 가전제품들을 돌보며

살아가게 되었다







2.jpg

황인숙묽어지는 나

 

 

 

설거지를 마치고

묵직한 스펀지를 내려다보다

헹구지 않고 그냥 두었다

한번쯤 더 쓸 만하게

한바탕 거품을 품고 있었으니까

 

이상하다

거품이 일지 않는다

 

어제는 팔팔했는데

괜히 기진맥진한 오늘의 나

거품이거품이 일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 비누 거품







3.jpg

이갑수소문

 

 

 

왕성한 소문이

웅장한 건물에서 나와

웅성한 사람들 속으로 흘러들었다

 

우스운 것들이 실은

무서운 것들이야

 

쥐 한 마리가 태산을 흔드는 것을 보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귓속으로 들어가서는

대단한 일이 되어 입으로 나왔다

 

이빨은 고드름같이 자라서

사람들 가슴을 할퀴곤 돌아다녔다

 

저지른 바가 있는지

제지하는 이 아무도 없었다

 

상처는 흉터로 남고

사람들은 흉가에 남았다

 

그림자 없는 소문들 앞에서

그림자 있는 것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4.jpg

이상국달동네

 

 

 

사람이 사는 동네에

달이 와 사는 건

울타리가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지붕 꼭대기에

달의 문패를 달아 주었다







5.jpg

이가림쇠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쉽게 뺄 수 없는 게

바로 그 쇠뿔

 

원래 뿔 각()

깨달음의 각()이기도 하므로

각각 다른 것이면서

하나인 것

 

어쩌다

쌍갈고리 같은 쇠뿔을

휘어잡는 수가 있으나

번번이

내 이마를 치받고

달아난다

 

아아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쇠뿔 하나 붙잡는 데

백 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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