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병 총기자살 사고가 난 부대에서 매일 사격하러 가던 예하부대 전역자입니다,
여러부대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을 보면서 아니, 제가 입대하면서 매번 느낀 생각이 있는데요.
해당부대에서 병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신체검사를 했던 병무청(특히 군의관)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역자 분들은 신검 받아봐서 아시겠지만, 신검 받을 때 군의관들이 거들떠 본 적 있습니까? 자기들 전공서적 들여다보거나 핸드폰하느라 피검진자들은
거의 거들떠 보지도 않고, 웬만한 질환 및 질병 증명서를 가져가도 대충 읽어보곤 그냥 넘어가라고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군의관들부터 엄벌에 처해야하는데 정작 해당부대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요. 애초에 이런 병사들은 가려냈다면 부대에서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얘기 하나 덧붙이자면, 군대에서 다쳐서 전역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요통이라던지, 발목 염좌라던지, 대부분의 분들이 소위 '골병"이 들어
전역하시는 경우가 많으신대요, 군내 의료시스템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진료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외진 시스템도 엉망입니다. 이 점도 애초에 건강한 병사들 위주로 입대시키면 모르겠는데, 웬만한 질병을 갖고 있어도 우선 입대해보라는 식이니...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미군 같은 경우는 신체검사가 매우 까다로우며, 자대 배치 전에도 꾸준한 체력테스트로 탈락자를 선별한다는데, 쪽수만 채워놓고 보는 우리나라 징병 방식은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p.s.의무학교...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제가 사실 의무병으로 전역을 했는데요, 여긴 정말...다 까뒤집어서 모조리 모가지를 잘라버리고 싶은 곳입니다. 의무관련 기본 지식과 처치방법을 교육 받으러 가는 곳인데, 한 일이라곤 수-군의관 후보생들 생활관 청소해주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기("야쓰"라고들 하죠), 먹고 간 식판 닦기, 건물 청소하기, 심지어 간호장교 숙소 청소하기, 정규 과업시간까지 빼서 취사지원 시킨 기억 뿐입니다.
교육하러 오는 군의관들도 의욕이 없어서 교육도 거의 없습니다. 제 의무병 맞후임은 그 한 달동안 과업을 안하고 미드 '하우스' 전 시즌을 마스터하고 왔다더군요. 심지어 의무각개라고 하는 2박3일의 마지막 훈련도, 훈련간 쓸 장비가 없어서, 물품이 없어서, 어영부영 앉아만 있다 끝났고.
저는 의료계열 전공생이라 자대가서 그나마 임무라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의료보건 계열이라 하면 (안경공학과 등등) 다 받아주는 요즘에는 후반기 교육도 다들 안 받고와서 정말 처음부터 사소한 개념까지 다 가르쳐야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이고, 그런 애들이 치료 어시스트할 때 군의관들은 혈압올라서 화를 내기 일쑤입니다. 기본적인 무균술의 개념도 없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까요.
의무학교... 화딱지 나는 곳입니다. 제 세금으로 돌아간다는 생각하면 혈압 오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