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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수II법사" 라는 판타지 소설을 아시는분 있나요?
게시물ID : readers_14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마피
추천 : 1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16 19:29:24
"한국에서 판타지 장르가 발전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의 댓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판타지소설 중에 하나여서 따로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예정입니다만
"그냥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고싶어" 라던가 "난 스토리 알고 봐도 상관없어." 하는 분들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전반적인 스토리래봐야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자세하지는 않지만요.
대략적인 흐름을 제외하고는 원작과 맞는 부분을 찾는게 더 빠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우선 "수II 법사" 라는 제목에 맞게 주인공은 수II를 공부하는 대한민국의 고3 이과 수험생입니다.

  전반부에서 주인공에 대한 이런저런 애기를 하는데, "아 또 이고깽(이세계 고교생 깽판물) 인가." 하는 생각에
킬링타임용으로나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대놓고 필력이 저질이거나 하는 것만 아니면 다 읽을 수 있는
판타지 독서계 잡식남이었으니까요.

여차저차해서 판타지 세계관으로 주인공이 이동하고, 이래저래 하다가 마법을 접하게 됩니다.

  이 때, 주인공이 마법에 수식이 쓰이는 것을 알게되고, 이세계는 아직 무식한 계산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정도의
수학적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당연히 주인공이 알고있던 수식들은 도움이 되서
계산을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었고, 그것은 큰 이점이 되서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정식 기사가 됩니다.

  다만, 기존의 판타지와 다른점은 물불빛바람을 하나로 합치면 캡틴플래...ㄴ 같은 다양한 마법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약간 큰 손이 하나 더 있다 싶을 정도인 염력수준의 마법과, 국소적인 공간을 비트는 "공간꺾기" 정도의 마법이 전부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기사들은 저 "공간꺾기"를 피할 수 있구요.

주인공은 마법이 이딴거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사실상 집으로 돌아가는 시도는 포기하고, 판타지 세계에서의 삶에 충실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공주였는지 자신을 거둬준 공작의 영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수호기사가 됩니다.

그 후, 정권다툼으로 인해 자신이 지키던 여자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 여자를 데리고 도망나옵니다.

  보통 여느 소설에서는 저런 도망나오는 상황에서도 품위도 잃지 않고 그와중에 이런저런 이벤트도 발생하고 하는데 그런거 없이 작가가 주인공을 싫어하는 것 마냥 철저하게 밑으로 추락시킵니다. 추해지지는 않지만 겉모습은 한없이 피폐해지고... 그래서 여자에 대한 주인공의 마음이 더 부각되죠.
  가끔 "이벤트"라고 부를 만한 것도 발생하는데 그 중 한 장면은 너무도 애절하고 안쓰러워서 아직까지도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원래 머무르기로 계획했던 마을에서 추격자를 만나 가까스로 뿌리치고 이동수단을 모두 잃은 채로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지쳐 쓰러지는데, 눈에 그녀가 보입니다. 지켜야 되는 그녀가 보입니다. 
  비까지 세차게 내려 지붕이 간절한 상황인데 주변에 민가나 동굴따윈 없었고...주인공은 커다란 나무 밑 뿌리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것을 보고는 미친듯이 그 밑을 파내려갑니다.
  어느정도의 공간이 확보되고 둘 모두 그 밑둥으로 기어 들어가서 지친 몸을 뉘이고는 그저 살기위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장면.

  대략 이런장면이었습니다.
  처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망칠 때의 전반적인 작중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제가 필력이 부족해서 좀 더 잘 묘사하지는 못했지만요 ㅠㅠ.

그녀를 망명할 수 있는 다른 어딘가에 데려간 후 그녀가 안전해졌다는 것을 확인하지도 못한 체 주인공은 죽습니다.

  이 장면을 읽을때, 책을 읽다가 몇초동안 멍때렸습니다. 그렇게 개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바득바득 기어왔는데 자신이 이뤄낸 것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 보통 이런건 해피엔딩이어야 하지 않아? 하면서 말이죠. 기억으로는 그 여자도 결국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판타지 소설중에 처음 읽었던 제대로된 비극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 작가분의 후기를 찾아보니 "절대로 이런 결말은 안될거야!"라고 생각하고 짜놨었던 엔딩이라네요 ;



  희극만 읽던 저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작가분의 스토리텔링도 꽤나 대단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을 접했을 때가 아직 고등학교 때였고 완벽하게 비평을 하며 소설을 읽었을 정도로 성숙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취향만 맞다면 적어도 장르문학 카테고리 내에서는 한 사람의 책장 한켠을 차지하게 할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문학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라는걸 한 구석에서 조용히 외치는 글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어필하면서,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혹시나 흥미가 동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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