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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처음으로 집사가 되었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99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sle
추천 : 20
조회수 : 83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8/17 17:36:20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태권도장을 다닐 때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태권도장에 가고 있는데 가는길에 있는 어떤 가게 문앞에 

아기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죠.

목줄이 채워져 있었으니 그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었을 것입니다.

원래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조금만 구경하다 갈 생각으로 별생각없이 고양이 옆 문턱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앉자마자 그 아깽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 무릎으로 올라오더니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냥~'하고 한번 울고는 그대로 엎드리는 것입니다.


heart_attack.jpg


심쿵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지만

그 때 전 정말로 누군가 가슴을 세게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사람에 익숙해져 있는것인지, 원래 낯가림이 별로 없는 아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아깽이는 제가 쓰다듬어도 그대로 몸을 맡긴 채 제 무릎에 엎드려 있었고

저는 도저히 고양이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때까지 버티다가 고양이를 내려놓고 태권도장으로 향하는데

줄이 팽팽해질때까지 따라오며 야옹거리던 아기고양이...

눈물까지 찔끔 나오더군요.

결국 그날 태권도장에 지각하고 말았고, 전 그때부터 고양이에 완전히 꽂혀버렸습니다.



그 이후 수시로 부모님께 고양이 키우자고 졸랐지만

산낙지가 불쌍해서 못드실정도로 정이 많은 어머니는 언젠가 있을 헤어짐이 무섭다고,

초코파이 한개만큼도 정이 없는(척 하시는츤데레) 아버지는 사고뭉치라서 피곤하다고

반대를 하시더군요.

거기다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동물을 기를 엄두도 낼 수 없었고,

그렇게 고양이를 기르는 꿈만 꾸며 세월이 흘러 현재가 되었습니다.



이웃집 전파사에서 고양이를 기른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그 고양이가 가출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성당에 가는데 전봇대에 "파사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가 붙어 있더군요.(전파사라서 냥이 이름이 '파사'인가봅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가 찾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냥 지나쳤었는데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단지 사진속에 있던 고양이가 전파사 앞에 보란듯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무사히 돌아왔구나 하고 안도했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 고양이가 가출을 한 동안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돌아온 모양입니다.

며칠 전, 어김없이 부모님과 성당을 가면서 전파사를 지나치는데 못보던 큰 박스가 보여 다가갔더니

세상에, 정말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어보이는 새끼고양이가 7마리나 엉켜서 꼬물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15년전의 심장어택을 다시 한번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도 어머니의 심쿵이 훨씬 컸나봅니다.

동물을 기르는것을 계속 반대해오셨던 어머니가 먼저 입양을 추진하며 아버지를 설득하시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상도 못했던 기회에 저도 당연히 적극적으로 거들었고, 마침내 탐탁치 않아하시던 아버지도 OK를 하시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협상이 타결되고 저희는 당장 전파사 쪽에 분양여부 문의 및 입양의사를 타진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파사에선 최소한의 유기방지보증금(?) 2만원만 받고 아깽이를 분양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2마리 입양을 결정하고 4만원을 지불한 다음

아가들이 조금 더 자라서 젖을 떼고 분양해도 괜찮아질 때까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저는 15년만의 원을 풀고, 정식으로 집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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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치즈태비, 황(黃)이


20140817_180106.jpg

검은 등에 흰 배를 가진 현(玄)이


이름은 천자문에서 따왔습니다.

원래 전파사에서 기르던 어미고양이도 딱히 종을 잘 모르는데

어딘가에서 이름모를 누군가와의 사이에 나온 아가들이니 아마도 잡종이기가 쉽겠죠.

아직은 다가가면 피하고 집안을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는 두 녀석입니다.

그래도 나름 형제라고 둘이 항상 서로 찾고 틈만나면 뒤엉켜 놀더군요.

자고 있을 때 이외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으니 자는사진 말고는 사진이 깨끗하게 나오지를 않네요.



15년만에 달성된 소원.

아쉽게도 전 여전히 주중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지만

저 아이들을 만날 주말을 기다리느라 일주일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갈 것 같습니다.

현아, 황아 사랑해~~♥



http://youtu.be/VrBvNeQwWuM 



20140816_11584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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