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깐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던 시절, 항상 나를 챙겨주시던 주임님이 한분 계셨다. 어린 친구가 고생이 많다며 차로 태워다 주시기도 하고, 맛있는게 들어오면 먼저 챙겨주시기도 하고, 정말 이렇게 마음속부터 착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분 덕분에 매일 야근에, 힘든 일이 있어도 속으로 눈물만 삭일 뿐이었던 나날을 위로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그분과 함께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1시가 넘어가서인지, 나와 주임님을 포함해 6명 남짓의 직원들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마침 청소부 아주머니 두분이서 들어오셨다. 그러더니 이내 아주머니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 마냥, 죄송하다고 말하고 헐레벌떡 문을 닫고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그 큰 직원 식당에 몇몇의 직원들이 있었지만, 그런 아주머니들의 태도에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채, 다들 식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주임님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 나가시더니, 아주머니들을 불렀다. 그러고는, 같이 식사를 하자며 두분을 모시고 들어왔다. 직원들의 표정은, 관심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몇몇은 '왜 데리고 들어온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직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뒷정리를 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자신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달가워 보이는 표정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지갑을 열어 식권까지 뽑아가며, 자기 옆자리에 아주머니들을 모시고 같이 식사를 하게 됐다.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우물쭈물한 표정과, 그리고 계속 고맙다는 말만 반복해서 하셨다. 주임님은 뭐가 자꾸 고맙냐며 "앞으로는 식당에서 식사 하세요. 왜 못들어와요." 라고 하시며, 매번 그분들의 식사를 챙기기 시작했다. 일부러 식사시간이 되면 아주머니 들을 모시러 가기도 하고, 바쁜 날에는 나에게 식권을 가져다 드리라며 심부름을 시키신 적도 수차례 있었다. 나는 왠지 그런 주임님의 행동을 보자니, 왠지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았다.
또 언제는 주임님께서 사무실의 쓰레기통을 몇개 더 가져다 놓으시더니, '앞으로 다 분리수거 합시다.' 라고 하신 적도 있다. 그러자 한 직원이 '귀찮은데 뭐하러 그렇게 해요. 다 치워줄텐데.' 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주임님은, 적어도 나는 단 한번도 본적 없는 화가 끝까지 난 표정을 하시고는, 그 직원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아라. 너보다 힘든 사람이라고 그런식으로 막 대하면 안된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그분들도 많이 편해지시는데, 겨우 그까짓것을 못하냐. 너 출근하기 3시간 전부터 출근하셔서 청소 다 하고, 너희 퇴근하고 청소하고 가시고 받는 돈이 겨우 100만원 남짓이다. 그런식으로 하면 안된다."라며 호통을 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주임님의 태도에서, 언젠가 '나보다 곤란한 사람일수록 더 잘해줘야 한다.' 라고 말했던 주임님의 철학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곳으로 임해라. 그것은 이번에 방한한 교황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낮은곳으로, 어려운 곳으로 임하는 것은, 우리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실천이며, 그리고 배려라는 것을, 나는 그 분에게서 배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