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에 생긴일입니다. 본인이 실제로 겪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의아한 일이였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인 시절 우연히 자전거에 맛들려 현금 + 할부로 고가의 로드 자전거를 구입해서 타고 다녔습니다.
집이 서울인지라 중랑천, 한강 자전거도로를 자주 이용했고 주말에는 북한강, 남한강 자전거도로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정도 체력도 붙고 자전거 타는 요령도 생길무렵 국토종주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국토종주 코스와 4대강 종주 코스가 있는데 국토종주를 가자 생각하고 바로 다음날 출발을 했습니다. (이때 조금만 알아보고 갈껄 하는 후회...)
국토종주 코스가 인천 아라뱃길을 시작으로 서울 한강, 여주, 충주, 문경, 구미, 칠곡, 창녕, 양산으로 해서 부산까지 가는 코스로 총 633km 입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오자 생각하여 배낭을 하나 짊어지고 인천 아라뱃길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인천에서 충주까지는 대부분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충주를 지나고 부터는 국도(차도로) 옆으로 지나가야하는 길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문경에서부터는 업힐(언덕)이 많기 때문에 체력도 많이 빠지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여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합니다.
3일차 구미 인근 모텔에서 숙박을 하게 됐는데 배도 고프고 혼자 모텔을 오다보니 심심해서 소주 2병과 안주거리를 사서 먹었습니다.
덕분에 1시에 일어나버려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부랴부랴 챙겨서 나와 달리는데 마침 비까지 오기 시작합니다.
계획으로는 창녕까지 갈 생각이였는데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쉴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5일안으로 못갈거 같다는 생각에 계속 달렸습니다.
달성을 지나고 나니 오후 7시쯤 됐는데 해도 점점 저물고 어두워졌지만 창녕까지만 어떻게 해서든 가자는 생각에 문제 의 청룡산을 지나갔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좌측에 꼬불꼬불한 길이 청룡산 코스이며 우측으로는 깨끗한 일자도로로 되있는 자전거도로입니다.
사실 좌측에 청룡산 자전거도로는 MTB 전용이고 완전 산길이기 때문에 국토종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우측으로 가는게 정상이고 길도 더 쉽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좌측으로 갈일이 없습니다. (제가 그 미친놈입니다...)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바닥이나 이정표로 "XX 국토종주길" 이라고 표기가 되있는데 그것만 믿고 밤 7시에 청룡산 자전거도로로 진입을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됐지만 진입하는 입구에 경고 표지판이 있었네요.
네. 저걸 못본 제가 바보였죠. 어두워진 밤에 저길 들어가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포장도로여서 로드인 저로써는 타고 갈 수 없어 12km 를
끌고 갔습니다. 만약 우회도로를 알았다면 절대 저쪽으로 가지 않았을텐데 그 때 당시 사전조사를 안했기 때문에 저길로 갔습니다.
산속에다가 비는 오고 길도 질퍽질퍽해서 걷는것도 힘든데 자전거를 끌고 가려고 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거기다 산이다 보니 어두워서 자전거 라이
트를 제일 밝게 하고 지나갔는데 마침 배터리가 다 되서 꺼져버렸습니다. 이게 건전지가 아니고 충전식이기 때문에 모텔에서 충전하면서 왔는데 마침
배터리가 방전이 되네요. 우산도 없이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걸어서 12km 가는것도 힘든데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려니 속도도 안나고 정말 무서웠습니다. 당연히 사람 한명 지나가지 않았고 부엉이소리, 산짐승소리때문에 미칠 지경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