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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폭행사건 기사를 보며
게시물ID : military_47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쌍문동또치네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17 23:46:49
2004년에 입대해서 2006년에 제대. full 로 2년 꽉 채우고 제대했습니다.

자칭 노무현세대입니다. 2년으로 바뀌고 나서 제대하는 첫번째 세대 였을 듯.

아 요즘 분들은 무슨 소리인가 싶겠네요. 2년으로 바뀌다니? 늘어났나? 하고 ㅋㅋ

제가 입대하기 직전 무렵까지 육군이 2년 2개월이었음다.

그게 2년으로 단축된다는 발표와 동시에 당시 이미 복무중인 장병들은 입대일에 따라 일정 비율로 군복무 기간이 차감됐죠.

그래서 입대해서 보니 선임들이 2년 1개월만에 제대하는 인간 2년 보름하고 제대하는 인간 아주 제각각 이더군요.

당시 고참들 말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군복무 단축하고 현역들부터 순차적으로 단축한다는 발표 할때  내무반에서 모두들

"노무현 만세 !!! "  

를 외쳤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군대에서의 한달, 일주, 하루가 어떤 의미인지 공감하는 분들은 아마 그 기분 이해하실 듯 ㅋㅋ



근데 지금과는 근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그 시절에는, 물론 저보다 먼저 군생활 했던 분들이야 더 했겠지만.

구타 및 가혹행위가 난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뭐 병영생활 행동강령이란게 생겨나서 조금 줄어들었다지만

구습이란게 하루아침에 일소되는게 아니잖습니까.



주둔지가 독립되어 순찰이 뜸한 곳이었는데 밤이 되면 아주 낮과는 다른 사병들만의 세상이 됐죠.

뭐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다들 직,간접적으로 경험들이 있으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말이죠.

꼭 구타를 하는 사병들이라고 아주 인성이 망나니에 개차반이고 싸이코패스들이 아니었단 겁니다.

사실 군대 생활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군대에서 후임을 구타하거나 갈구거나 하는 역할을 그것도

밑에 애들 시켜서 내리갈굼까지 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병사라면 외람된 얘기지만

당시로서는 아주 군생활 잘하는 병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 만큼 그 조직 내에서 인정 받고 있다는 거지요. 분대 혹은 소,중대 내에서 선,후임들 사이에 어느 정도

능력과 통솔력을 인정받는 인원이니까 그런 권력을 휘둘를 수 있는 권위가 어깨위에 얹힐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제 위 고참 중에 1명 그리고 아래 후임 중에 한 명이 제가 복무 중에 영창을 가거나 타 중대로 전출되어 나간 적이 있죠.

모두 구타가 원인이었습니다. 

고참이란 사람은 서울 명문대 재학생으로 군대를 좀 늦게 와서 25에 입대한 사람이었는데 두뇌도 명석하고 논리적이어서

밑에 애들 갈굴 때면 도저히 반문할 건덕지가 없게(뭐 비논리적인 고참이라고 반문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잘못을

요목조목 지적하던 사람이었죠. 일도 참 잘하고 상하관계 의식도 투철해서 나이어린 고참들한테도 깎듯이 했습니다.

보통 상병 달고 좀 꺾이고 하면 가까운 선임들한테는 좀 개기기도 하고 맞먹기도 하는데 이 형은 그런 것도 전혀 없이 아주 FM이었죠.

당연히 일도 최고로 잘했고 간부들한테도 인정받고 포상도 여러번 받았구요.

저같은 경우 그 형 부사수로 따로 임무배치 받은게 있었는데 그래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근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상대하면서 겪어보니 상당히 부드럽고 인격적으로 저를 대해줬습니다. 

자기가 군대에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 얘기를 들려주며 이런 부분들은 문제가 많으니 앞으로 자기가 최고참이 되면 바로잡겠다

뭐 이런 얘기도 해주고 마치, 학교 선배처럼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자기 사회 있을 때 얘기도 들려주더군요.

그런 형이었는데 또 일할 때는 후임들한테 엄격했죠.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후임이 있으면 어떻게든 가르쳐서 고치게 만들려 했고

그러다 영 고쳐지지 않는 경우에는 구타를 행했습니다. 뭐 구타가 워낙 일상이었던 때라 그 사람만 특별한 건 아니었죠.

가끔 훈련 중 사고치는 애들이 있으면 내무실에 들어와서 발로 까서 쓰러뜨린 다음에 화이바로 두들겨 패거나 탄띠 풀어서 마구 후드려 패기도 했죠.

지금 얘기하고 보니 저도 공포스러운 장면인데 그 당시에는 그냥 덤덤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을 그냥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서울 명문대 다니고 일도 잘하고 나름 성격도 인격자였던 그 형이었고

또 그런 광경을 그냥 덤덤하게 지켜보는게 그 시절의 일상이었습니다.




또 다른 1명 제 후임 중에 영창으로 날라가버린 녀석은 대구 출신의 까맣고 키작은 녀석이었는데

제가 이놈 후임이었어도 정말 지렸을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놈이었죠.

하루는 휴게실 청소를 하는데 이등병들이 침상에서 늦게 내려왔다고 다짜고짜 싸대기를 후리는데 선임인 제가 봐도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상당히 성격이 불같고 애들 까지는 걸 못보던 놈인데 그래도 고참인 저하고 있을 때는 애교도 부리고

담배 얻어 피울라고 재밌는 얘기도 하고 꽤나 순박한 놈이었습니다.

고졸이라 대학을 못간 녀석이었는데 제대하면 배를 타서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 모시는게 꿈이라는 녀석 보고 있으면

웬지 제가 (당시 대학생) 사회 특권층이나 된거 같고 코가 시큰해지기도 하고 했지요.

아무튼 제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시골 청년이었던 그 놈도 애들 후드려 패다 결국 영창가고 다른 중대로 날라갔습니다.




제가 이렇게나 길게 별거 아닌 제 군생활 썰을 풀어가며 하고 싶은 얘기는

과연 군대에서의 구타 나 가혹행위 사건이 터졌을 때 그 가해자 개인의 인격이나 품성 문제로만 원인을 돌리는게 맞는가 하는 의문때문이에요.

물론 한정된 제 경험이 모든 군대의 표본이 될 수도 없고 10년 가까이 지난 그 시절과 지금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제가 경험하고 느낀 바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회에서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살았던 사람도

군이라는 집단에 적응하여 그 곳의 룰에 의해 살아가다 보면 구타를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할 수 있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단 거지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그래서 사실 군대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 사건이 터졌을 때

인터넷 뉴스 댓글란 같은 곳에 혹은 이곳 오유 같은 곳에서 가해자들을 가열차게 욕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듭니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을 보는 듯한 그 태도들에 대해서요.

나도 당신도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을까. 정말 그 정도로 자유로울까.

아니 군대가 아니라도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조직과 집단의 보이지 않는 룰에 의해 당신도 나도 또 다른 가해자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참고로 저는 군대에서 후임들에게 손을 댄 적은 없습니다.

제가 뭐 대단한 군자이고 특별한 신념이 있어서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무서워서 안 때렸습니다. 겁이 나서.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사실은 그 일체화된 폭력의 시스템에서 한 명의 부품으로 그 폭력에 동조했던 동조자였다는 것은 변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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