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른 사람에게 빠져들게 되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목선이 새하얗다거나 발목이 가늘다거 나 식사를 할 때 내숭을 떨지 않는다는등 말이다. 예컨데 나에 대해 말해보자면 나는 18살같은 스타일 의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오버니 삭스와 원피스가 어울리고 따분한 농담에도 배시시 웃어주는 여자아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금세 질려 버린다. 과장이 아니라 대부분은 쉽게 질려버리는 물건 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보헤미안풍으로 장식된 근사한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매니저는 아직 음료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사과를 구 하고 테이블에 우두커니 앉아 맹물을 마시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대놓고 그녀들 면전 앞에서 그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18살 같은 여자아이 열의 아홉은 자신이 재기발랄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니 까. 지루한 것이 뭔지조차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녀들과 어울리는 것은 일종의 소꿉놀이 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자아이가 텅빈 플라스틱 잔에 텅빈 플라스틱 주전자로 텅빈 차를 따르면 나는 텅 빈 잔을 들어 텅빈 차를 마시고 차 맛이 예술이군 따위 의 텅빈 칭찬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까다로운 놀이를 마치고 집에 오면 온 몸에 힘이 빠져 씻지도 않고 거실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이런 식으로 몰래 데이트 상대의 기력을 빼앗고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게 아닌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