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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동화 4 -모든 것이 불행했던 여자
게시물ID : readers_86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르타뮐러
추천 : 0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17 10:29:07
잔혹한 동화 4 모든 것이 불행했던 여자
 
   여자의 불행은 매우 단조로웠다. 이렇게 여자의 불행이 재앙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자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주는 상품을 자기 앞까지만 받거나, 결혼에 대한 불행을 자주 들먹였다. 이러한 불행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만이 불행의 주인공이며 특별하다고 여겼다. 이것은 여자의 불행이 가져올 폭풍전야였을 것이다.
아무튼 어느 날에는 여자가 핸드백을 잃어버렸다며 울고 있었다. 여자는 핸드백을 찾을 기미는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불행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만 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핸드백은 찾았다. 여자는 찾은 핸드백의 안을 열어보고는 자신의 불행은 멈추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불행이 시작 되는 것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불행은 단순한 사고로부터 시작되기도 했다. 여자는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여자가 몰던 차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차라고는 없는 조용한 도로였다. 여자는 클랙션을 울렸다. 메아리처럼 소리는 다시 되돌아 왔다. 여자는 고개를 핸들에 박았다. 클랙션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때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놀라서 고개를 올리고 주위를 살폈다. 바람이 불지도 않아서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여자는 조심히 차 안에 잠금 버튼을 눌렀다. 여자는 이상한 공포감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불행에 짜증 낼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차 위에 전등을 껐다. 여자는 침을 삼켰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오고 있었다. 여자는 윗니로 입술을 깨물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다. 초조함과 함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멈춰 있었다. 여자는 곤두세웠던 신경을 잠시 풀었다. 그래도 소리는 나지 않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때 치익 소리가 들렸다. 스프레이를 뿌리는 소리 같았다. 여자는 잠금 장치에 손을 올렸다. 나가야 할까. 여자는 만약 나간다면 불행이 정도가 커질까? 여자의 생각은 여전히 불행과 직결해 있었다.
   치익 소리가 멈췄다. 스프레이 통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여자는 숨도 내쉬지 못하고 있다가 부스럭 소리가 멈추자 입으로 크게 숨을 내뱉었다. 여자는 다시 잠금장치 안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금방 손을 내리고 자신의 불행이 왜 왔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는 다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자 등받이에 몸을 바싹 기댔다. 숨을 멈춘채 인기척을 감추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두 손은 깍지를 끼고 불행이 가게 해 달라 기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눈을 뜨자 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언제 잠들었지? 여자는 주위를 살폈다. 여전히 도로 한가운데에서 자신이 멈춰있었다. 불행은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여자는 자신이 겪은 불행 순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차 잠금 버튼을 풀고 문을 열었다. 그때 뒤에서 자신을 강타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여자는 숨을 겨우 내쉬며 뒤를 돌아보려 했다. 남자들은 담배를 하나씩 입에 물고 있었다. 여자는 자세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인 것 같았다. 여자는 숨을 힘들게 내쉬었다. 남자들은 락카를 흔들며 차 외부에 뿌리고 있었다.
   , 아직 꿈틀되잖아 확실히 해 걸리면 어쩌려고
  락카를 뿌리는 남자 옆에 서있던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락카를 뿌리다 여자를 힐끔 쳐다보았다. 락카를 자기 앞에 내려놓았다. 남자는 기대게 해났던 방망이를 들고 쓰러진 여자의 머리를 다시 강하게 내리 찍었다.
   여자는 불행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각자의 말에 충실한 아줌마들이 유일하게 입을 맞춰 대답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 이후로는 여자의 대한 대답이나 말들이 오가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제 명이지나 운이 안 좋았다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다. 사소함. 아줌마들은 그러한 일에도 사소한 것으로 부쳐버리고, 아파트 비용 문재에 큰소리를 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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