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연구
우와!!!!!!!! ♥♥♥
이번 주는 내 생에 최고의 주말이었다. 어디부터 어떻게 써야 될까?
토요일 아침 우리 집에 전화가 한 통 와서 엄마가 받았다. 내게 온 전화란다. 보통 내게 전화를 하는 사람은 할머니 아니면 할아버지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선셋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이다! 게다가 전화도 그냥 안부만 물어본 것이 아닌, 집에 놀라와 하룻밤 자고 가는 게 어떠냐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난 정말 신이 나서 엄마한테 그래도 되냐고 물었다. 엄마는 선셋에게 잠시 아빠 좀 바꿔달라고 하시더니 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그 때 만큼 간절히 바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결국 엄마는 된다고 하셨다.
맘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선셋의 집에 가고 싶었다. 그치만 엄마는 제대로 짐을 싸서 가라고 하셨다.
선셋의 집은 마을 외곽에 있었다. 집은 약간 아담했지만, 숲이 우거진 곳에 있어 정말 근사해보였다.
집을 보여줄 때 선셋은 '너무 볼품없어서 미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내 눈엔 멋지기만 했는데 말이다. 선셋네 아빠가 골동품 동전을 수집해놓은 걸 보여주셨을 땐 난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 했다.
선셋의 아빠는 좋으신 분 같았다. 자상하시고, 농담도 잘 하시고,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점은 핫도그랑 햄버거를 맛있게 잘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식사가 다 완성되기 전, 선셋은 같이 숲에 나가보자고 했다. 선셋은 자기가 좋아하는 하이킹 코스와 함께, 그 곳에 숨은 여러 굴들을 알려주었다. 선셋은 그 곳들이 자기만 알고 있고 남에게는 안 보여준 비밀 기지랬다.
거기에 들어가 우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내 눈에 길쭉한 막대기가 보여 나는 스타워즈의 제다이 놀이가 하고 싶었다. 근데 선셋은 스타워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날 오타쿠라고 했다. 나는 화가 팍 나서 선셋에게 소리를 질렀고 몇 초간 우린 말다툼을 했지만, 어쩌다보니 그게 칼싸움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진짜 제다이 기사단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칼싸움은 재밌긴 했었다. 선셋이 내 이마 위로 막대기를 너무 세게 휘두르기 전 까진 말이다. 무지 아팠고, 또 혹시 안경이 부러졌으면 어쩌나 싶어 내가 막 울먹거리던 찰나, 웃기게도 선셋이 먼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선셋은 그건 일부로 그런 게 아니었으며 제발 자기를 싫어하지 말아달라고 큰 소리로 내게 애원했다.
뭐 하긴.. 아프긴 아팠지만 선셋이 일부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이후 우린 선셋네 집으로 돌아와 반창고와 소독약으로 나의 첫 전투의 기념품으로 얻은 상처(이렇게 부르는 게 더 멋있는 것 같다. 히..) 저녁을 먹었다.
이건 내 첫 잠옷파타였으므로, 난 첫 잠옷파티를 더 재밌게 하기 위해 참고할 책을 한 권 가지고 왔다. 선셋은 무슨 헛짓거리를 했냐고 하면서 그냥 서로 재미있게 놀면 그거로 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책에서 봤던 하고 싶었던 게 무지무지 많았으므로 나는 선셋이 두 손 두 발 다 들 때까지 책대로 하자고 부득부득 따졌다.
그래서 우린 결국 내 말대로 머리도 땋아 주고, 진실게임도 하고, 배게 싸움도 하고, 기타 등등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오래된 닌텐도 64를 꺼내 마리오 카트 64(물론 고전게임이 다 되어가는 게임이긴 했지만, 여전히 재미있었다.)했고 밤늦게까지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선셋은 스타워즈는 안 본다고 했다. 두고 보자. 꼭 보게 하고 말 테다 >:( )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나 샤이닝 아머 오빠랑 같이 자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우리는 한 침대에서 서로 몇 시간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거 하나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문득 난 왜 선셋은 아빠 랑만 같이 사냐고 물었었다. 선셋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고 했고, 그래서 엄마가 엄청 밉다고 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 몰라 나는 그냥 선셋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게임도 하고, 집에 갈 시간이 될 때 까지 둘이서 같이 숲을 돌아다녔다.
집에 오니 엄마가 재미있게 놀았냐고 물어보셨다. 당연하죠!!!
다음번엔 선셋을 우리 집에 초대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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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은 불편한 표정으로 래리티의 세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다섯 명이 정원인 차에 여섯 명이 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로에 파인 웅덩이를 밟고 차가 덜컹거렸고, 그 바람에 핑키 파이의 팔꿈치가 또 한 번 선셋 쉬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이럴 거면 그냥 나만 오토바이 타고 왔으면 됐잖아."
선셋은 투덜투덜 불만을 토해냈고, 래리티가 운전석에서 그 말을 받았다.
"또 불만이다. 자기! 전에 그 일 때문에 이번엔 여섯 명이서 같이 트와일라잇을 만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음..."
플러터샤이가 조심조심 끼어들었다.
"그래도 이제 괜찮아졌다니 다행이네... 3일이나 아팠다니... 안됐다. 진짜..."
핑키 파이의 아래에 깔린 채로 레인보우 대쉬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거 무슨 중병 걸린 것도 아니고, 고작 감기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래 진짜.."
조수석에서 여유롭게 앉아있던 애플잭이 헤실헤실 비웃는 표정으로 대쉬를 돌아보았다.
"하고! 그리 대단하신 분이 지난번 감기 걸려가가 체온 37도까증 올랐을 때 그랗게 죽는 소리를 했심니꺼? 감기는 별 것도 아니란 분이 참 별꼴이네예."
레인보우 대쉬는 뭐라고 하려다가 그 순간 차가 또 요동을 치려는 바람에 말을 할 기회를 놓쳤다. 핑키는 그 자리에서 톡 튀어올랐고, 원래부터 깔려있었던 레인보우 대쉬를 정통으로 또 한 번 깔아뭉개고 말았다.
핑키는 일부로 힘을 꽉 주고 대쉬를 깔아뭉개고 있었고, 그걸 본 선셋은 피식 웃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복잡한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그냥 사견을 배제하고 단순히 생각해보면 아픈 와중에도 트와일라잇이 연락을 해 줬으니 최소한 그건 다행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트와일라잇에게서 또 한 번 연락이 왔다. 방과 후에 한번 보고 싶으니 여섯 명이서 와달라는 메시지였다.
"다 왔다."
래리티는 평범해 보이는 교외의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
트와일라잇... 선셋은 포니 트와일라잇과 인간 트와일라잇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포니 트와일라잇은 선셋의 반전된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선셋이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이기심과 명예욕에 물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선셋은 트와일라잇을 진심으로 존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포니 트와일라잇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속이 좀 착잡하고 아려왔다. 비록 서로 문자를 주고받는 친밀한 관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 트와일라잇은 포니 트와일라잇과 전혀 달랐다. 물론 그 트와일라잇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봐주기를 원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포니 트와일라잇이 선셋의 반전된 모습이었다면 이 트와일라잇은 과거 선셋의 모습과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옛날 선셋만큼의 독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트와일라잇은 지식과 성과를 끊임없이 갈구했고 자신의 욕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상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점이 선셋은 못내 신경이 쓰여 어쩔 수가 없었다.
"선셋.."
운전석의 래리티가 선셋의 어께에 손을 올렸다.
"정말... 괜찮겠어? 지금 트와일라잇이랑 너랑 무지 어색한 관계란 것도 문제지만.. 내가 알기로는 걔는 지금 올케언니랑, 특히 걔 오빠랑 같이 살고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선셋은 잠시 눈만 깜빡거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잡생각을 날려버렸다. 이런 당연한 걸 깜빡하고 있었다니. 트와일라잇의 가족들이 '인간' 선셋과 알고 지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죽은 선셋을 다시 보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도 별로 유쾌한 체험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분명 트와일라잇이 선셋도 집으로 오라고 했었으니...
"괜찮을 거야..."
자신감 없는 어조로 눈을 내리깔며 선셋은 대답했다.
일행은 차에서 내려 집 앞으로 걸어갔다. 애플잭이 대문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창문 쪽에 걸린 커튼 너머로 장신의 여성이 현관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선셋은 볼 수 있었다. 문이 배꼼 열리자 공황감이 선셋을 감쌌다. 선셋은 벽에 몸을 숨기고 눈만 배꼼 내밀어 누가 나오나 엿보기 시작했다.
"아아. 어서들 와요."
현관에서 들려오는 건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너희들이 트와일라잇의 새 친구들이니? 어쩜, 만나서 정말 반갑다."
"안녕하심니꺼. 애플잭이라 합니더. 화~ 참 좋은데서 사시네예."
애플잭은 현관에서 나온 여성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었다.
잠시간의 화기애애한 웃음이 흐르고, 선셋을 제외한 서로간의 간단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자. 어서들 들어와. 열은 지금 많이 내렸고,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고 트와일라잇이 그러더라. 아. 너희들을 진짜 보고 싶어 하더라구."
그 여자는 뭔가 빠진 것을 열심히 찾는 눈치였고, 다섯 명의 일행은 서로 어색한 시선을 교환했다. 몇몇은 지금 선셋이 있는 곳을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너도 왔지 선셋? 나와 보렴."
떨리는 목소리로 캐이댄스는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네 이야기 다 해 줬어.. 숨을 필요 없어.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단단히 해뒀으니까.."
선셋은 한숨을 쉬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현관 앞에 서 있는 캐이댄스 앞으로 걸어왔다.
"어쩜 세상에!!.."
캐이댄스는 숨을 죽이고 두 손으로 입가를 감쌌다. 두 눈은 커질 대로 커져있었다.
"...트와일라잇이 사진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니... 진짜.."
캐이댄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선셋은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럴 때엔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 미안..."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캐이댄스는 선셋에게 사과했다.
"....잠시 내 어리광 좀 받아 줄 수 있겠니?.....물론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무지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마..마음대로 하세요."
선셋은 하늘을 보며 멍하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캐이댄스는 선셋을 가슴께로 와락 껴안았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어쩌다 이런 얘를 다 데려가고... 네가 없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삭막했는지 알기나 하니?"
선셋은 뻘쭘한 표정으로 펑펑 울면서 달려드는 캐이댄스의 포옹을 받아주었다. 괴상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래서 캐이댄스의 기분이 좀 나아진다면야... 못 해줄 것도 없겠다 싶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캐이댄스는 훌쩍거리면서 포옹을 풀었다. 눈 화장은 이미 엉망이 되어있었다.
"미안... 나도 참 못났네... 그저 내가 알던 선셋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지금 선셋 너한테 풀고 있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선셋은 다섯 명의 일행을 돌아보았지만 다들 어께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음.. 괜찮아요. 저기... 음... '다른' 선셋이랑 여러 가지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았었나 봐요?"
캐이댄스는 웃음을 지었다. 새빨개진 두 눈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 했다.
"글쎄.. 그렇게 많았던가? 하지만 그 아이를 절대 잊어버릴 수 없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한 사실이란다. 자.. 옛날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 어서들 들어와."
여섯 명은 일제히 현관으로 들어왔다. 캐이댄스는 위층으로 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트와일라잇 방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오른편에 있어. 부탁인데, 트와일라잇에게 잘 대해줘야 된다. 알았지? 말은 거칠게 하지만, 알고 보면 걔도 섬세하고 착한 구석이 있는 아이거든. 걔가 친구를 사귄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이네.."
"걱정 붙들어 매세욧!!"
핑키 파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캐이댄스를 꼭 안아주었다.
"시누이분 얼굴에 웃음이 떠날 일이 없게 해드리겠습니다아~!"
갑작스런 포옹에 캐이댄스는 약간 놀란 눈치였지만, 곧 환한 미소가 그 얼굴에 떠올랐다.
"후훗.. 그래. 믿음직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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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은 가볍게 방문을 두드렸다.
"트와일라잇. 우리 왔어."
"들어와."
선셋이 문을 열자 스파이크는 손님들이 반가운 듯 이리 저리 뛰며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플러터샤이는 이런 스파이크를 안아 올려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트와일라잇은 연필을 귀에 꽃은 채로 잠옷 바지와 탱크 탑만 입은 채로 침대 위에서 랩톱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침대 주변은 구겨버린 종이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무데나 앉아.... 아니.. 바닥밖엔 없나? 미안. 방에 의자가 별로 없어서.'
"저.. 몸은 좀 어떻노 트와이? 보니까 쌩쌩해 보이네?"
애플잭이 벽에 몸을 기댄 채로 질문을 던졌다.
"그저 그래."
여전히 랩톱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트와일라잇은 대충 대답했다.
"날 무슨 나약해빠진 약골로 아는 모양인가 본데, 이건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감기일 뿐이라고. 약간만 쉬면 낫는 그런 부류의 질병이지."
"오올~ 몰라봤는데 생각보다 팔팔하네 트와일라잇."
애플잭은 맞장구를 쳐 주며 옷걸이에 스텟슨 모자를 걸었다.
"쨌든, 다시 연락준 거 고맙다. 선셋에게 니 야그 들은 뒤로 댑따 걱정했데이."
"그..그건.."
트와일라잇은 다섯 명과 선셋 쪽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볼을 붉혔다.
"별 것 아니야. 그냥 내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한 것 뿐.."
아무도 그 다음에 대화를 연결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선셋은 화제를 돌릴 거리를 살펴보려고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안은 여러 가지 싸구려 장식품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트와일라잇에게는 영 안 어울리는 것들뿐이었다.
"음.. 뭐랄까.."
먼저 입을 연 건 래리티였다.
"생각보다 방 안에... 과학적인 분위기가 부족한 것 같네.."
래리티는 방 안에 놓여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장식품들을 가리키며 말했고, 트와일라잇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왜냐면 여긴 그냥 손님방이고, 난 여기 이사 온 지 약 1주일밖에 안 됐거든. 좀 더 과학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발티모어에 있는 내 본가로 가보던가."
"와우! 그 말 듣고 나니까 진짜 한 번 가보고 싶은걸? 분명 멋지구리 한 것들이 무지무지 많을 테고!"
핑키 파이가 툭 끼어들었다.
"맞췄어."
트와일라잇은 어쩐지 기쁜 눈치였다.
"하지만 그건 지금 아무래도 무관한 이야기지. 오늘 너희들을 여기 부른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레인보우 대쉬는 불만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그냥 병문안 와달라고 부른 게 아니란 건 진작부터 알아봤다. 놀랍지도 않구만.."
트와일라잇은 난잡하게 늘어져 있는 종이들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 때 찍은 영상들이랑, 선셋이 해 준 증언을 분석해봤어. 이 이상 현상들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들을 내 놓은 상태지만, 몇 가지 분석할 정보가 더 추가된다고 해서 해 될 건 전혀 없겠지. 소위 '이퀘스트리아 마법'에 노출된 인체가 어떻게 변이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 너희들 전원 생체 검사를 해보고 싶은데 어때?"
"거..검사라구?"
플러터샤이의 얼굴이 급속히 창백해지더니 품 안의 스파이크를 더 꼭 껴안았다. 스파이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레인보우 대쉬가 역정을 내며 한 소리 하려는 찰나 애플잭이 레인보우 대쉬의 어께를 잡고 만류했다. 애플잭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젓더니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본나. 트와이. 우리가 암만 닐 도와준다고 했지만 서두, 것도 한계란 게 있는 기다. 만화속 미친 과학자 짓거릴 하는 걸 우리가 가만 보고 있을 것 같드나?"
여섯 명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어안이 벙벙한 트와일라잇은 잠시 눈을 끔뻑거리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
"만화속 미친 과학자? 도대체 날 뭐로 보고..... 그냥 간단한 혈액 검사나 체력 검사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고. 캐이댄스 언니가 병원 간호사시거든. 이미 언니에게 허락도 맡았어."
"체력 검사?"
레인보우 대쉬는 한 쪽 눈매를 일그러트렸다.
"그거라면 진작 학기 초에 다들 한 번씩 했는데, 그냥 그 때 자료나 참고하지 그러냐?"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자료들은 엄연한 개인 정보라 지금 내 신분으로는 열람이 불가능하거든. 아. 말 나온 김에 부탁 하나만 더 하자. 여기 있는 실험 동의서에 서명을 좀 해 줬으면 좋겠어. 너희들 중 18세 이하는 법적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와야 될 거야."
"웅...."
핑키 파이는 트와일라잇이 내민 종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란 건 알겠는데.."
"어디 한번 줘봐."
선셋은 혹시 법적인 하자는 없는지 동의서를 자세히 살폈다. 몇 번 검토한 결과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괜찮은 것 같아. 무슨 사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음모 같은 것도 없고 말이야. 그냥 의사를 동반한 신체검사나 세포 조직 채취와 그 조직의 연구에 관해서 동의하겠냐 말겠냐 라는 내용뿐이야."
선셋은 방에서 펜을 하나 찾아 문서에 서명한 후 트와일라잇의 두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믿을게,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의 두 볼이 다시금 붉게 물들었다. 트와일라잇은 종이를 홱 낚아챘다.
"고-고마워... 그리고 실험에는 대조군이 필요하니까, 학교 학생들 중 대조군 피험자 여섯 명을 너희들이 좀 구해줬으면 좋겠다. 자. 여기 카드들 받아. 카드 계좌엔 각각 25달러 현금이 입금되어 있어. 너희들에게 지급할 실험비 명목 및 대조실험군 학생들을 회유할 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물론 대조실험군은 너희들과 같이 '마법' 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이 있는 학생들로 골라줘. 제 3차 대조군도 필요하긴 한데, 그건 발티모어에 있는 평범한 학생들로 구성할 생각이니 너희들은 그것에 관해선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돼."
애플잭은 잠시 들고 있던 팬을 입으로 물고 깨작거렸다.
"서명하기 전에, 좀 묻고싶은게 있다."
"..역시 이 정도 금액으로는 부족한 거야? 내게 할당된 연구 예산이 비록 천문학적인 액수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에게 지급할 금액이라면 필요하다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지급할 수 있는데.."
"아 누가 돈을 더 바란드나? 돈은 필요 없고, 본나. 핑키 파이가 이번 주말에 슈가큐브 코너에서 파티를 연다카이. 다 니 마을에 이사 온 거 환영해줄라고 여는 기다."
"뭣?!?!? 내가 그랬었다고?!?"
핑키 파이는 진심으로 놀란 눈치였다. 레인보우 대쉬는 씨익 웃으며 핑키 파이의 어께를 두드렸다.
"지금부터 하면 되겠네."
"앗싸~!! 깜짝 파티라고? 맡겨줘!"
핑키 파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번쩍 뛰어올랐다.
"애플잭 말대로야."
래리티는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퀴드 프로 쿼우(Quid pro quo).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그리고 애초에 이게 우리의 계약 내용이었잖아. 기억 안 나?"
트와일라잇은 한 쪽 눈매를 치켜세우고 안경을 고쳐 썼다.
"저기, 내가 '우정의 공주'도 아니고 우정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피실험자들이랑 유대를 다진다고 해서 딱히 실험 결과가 더 뚜렷하게 나올 것 같지는 않거든?"
"그러긴 하지만.. 그래도 트와일라잇..."
플러터샤이가 품에 안은 스파이크로 얼굴을 가리고 머뭇머뭇 말했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일 거야.... 내가 보증할게... 나도 원래 어딜 잘 나가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거든. 여기 대쉬랑 다른 얘들이 날 여기 저기 데리고 다녀준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린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게 되었지..."
"...하아.... 좋아."
트와일라잇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물론 연구 일정 때문에 바쁘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 시간쯤은 낼 수 있을 것 같네."
"오예~! 진~~~~~~짜 재미지겠구나아!!"
핑키 파이가 신이 나서 외쳤고, 트와일라잇은 메모장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좋아. 그건 일단락됐고, 그럼 앞으로의 일정을 함께 정해보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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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캔틀롯 고등학교. 트와일라잇은 과거 두 번의 이상 현상에서 추출한 차트와 통계를 여러모로 건드리고, 분석하고, 계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곧 더 구체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을 테지만, 더 확실한 결과를 내려면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것 또한 중요했기 때문이다.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네요.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옆에 서 있는 캐이댄스에게 트와일라잇은 물었다.
"근데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실험 자료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언니만 괜찮다면 말이죠."
"더 필요하다고? 정확히 뭐가 말이니?"
얼굴을 찌푸리며 캐이댄스는 질문했다.
"그 여섯 명에게서 혈액을 채취하게 된다면 언니가 혈액검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죠? 만약 언니가 여분의 혈액을 더 뽑아 주신다면 저도 별도로 검사를 한번 해 볼 생각이에요. 통상 규격 외의 혈액검사를 통해서 좀 더 쓸 만한 결과를 한번 추출해보려구요."
캐이댄스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곧 트와일라잇의 귀에 대고 누가 들을세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트와일라잇.... 어째 그건 좀 비윤리적인 짓 같은데.."
트와일라잇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그냥 약간의 혈액만 더 추출하는 것뿐이잖아요? 걔네들도 별 이상 없을 테고... 안 되나요?"
"너무 제멋대로 구는 거 아니니 트와일라잇?"
한숨을 푹 쉬며 캐이댄스는 말을 이었다.
"...근데... 네가 작정을 한 이상 누가 말리겠니.."
"고마워요! 역시 언니밖에 없어."
트와일라잇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올케언니를 꼭 안았다.
캐이댄스가 근처의 보관함에서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있을 때 트와일라잇은 다시 한 번 목록을 확인했다. 그 여섯 명이 제 2 대조군으로 뽑아둔 사람들의 이름이 거기 적혀있었다. 벌크 바이셉스, 더피 머핀즈 후브즈, 라이라 하트스트링스, 바이닐 스크래치, 플래쉬 센트리..
잠깐.. 마지막 피험자의 이름은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아..안녕 트와일라잇. 잘 지냈어?"
지난주에 자신과 부딪혔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그러고 보니 선셋이 과거에 저 남자랑 사귀었다고 했었지... 선셋 말로는 플레쉬 센트리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했지만...
플래쉬 센트리의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멋쩍게 뒷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가져온 실험장비가 뭐랄까... 정말 멋지네... 그나저나, 다른 얘들이 말해주더라. 네가 지금 내가 전에 알고 있던 트와일라잇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지난번에 나 때문에 많이 놀랐지? 미안."
트와일라잇은 연구용 가운의 주머니에 연필을 쑤셔 넣고 안경을 바로잡았다.
"그 사과 받아들일게. 하긴 많은 사람이 놀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지. 그나저나 나도 너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었어. 또 다른 트와일라잇이과 조금이나마 교제한 적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너랑 선셋이랑 전에 사귀었다가 헤어졌다고 했었지?"
"그..그게-"
"그러니까 확실히 하나 말하고 넘어갈게.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네가 알던 그 트와일라잇이 아니고 솔직히 말해 넌 내 타입은 절대 아니야."
눈앞의 플래쉬 센트리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트와일라잇은 단언했다.
졸지에 차인 꼴이 된 플레쉬 센트리는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고개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하하하. 아이고.. 이거 너무 직설적이어서 마음이 다 아플 정도인걸. 뭐, 좋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사실 나도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거든. 마음도 정리하고 좋네. 그래도.. 음.. 그냥 아는 친구 사이정도는 괜찮겠지?"
트와일라잇은 어께를 으쓱했다.
"최근 들어 갑자기 다들 내 친구가 못 돼서 안달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군. 뭐, 그건 두고 볼 일이지."
플래쉬 센트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씁쓸하긴 하되 후련한 표정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트와일라잇은 다시 차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때
"괜찮게 생겼네 저 얘. 귀엽기도 하구"
캐이댄스가 씨익 웃으며 트와일라잇의 어께를 한 손으로 감쌌다.
"하아... 아까 말 했죠? 쟨 절대 내 타입 아니라고. 그리고 피험자들이랑 사적인 관계를 맺는 건 실험 윤리에 어긋난다구요."
"어머? 우리 트와일라잇이 언제부터 실험 윤리를 신경 썼었던가? 그리고 진짜로 다른 얘들이랑 안 어울렸다고 장담할 수 있니?"
둘은 동시에 방 저편을 쳐다보았다. 레인보우 대쉬와 선셋 쉬머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보조 간호사의 입회하에 측정 장치를 온 몸에 단 체 러닝머신을 뛰고 있었다.
선셋을 본 트와일라잇의 양 볼이 또 한 번 달아올랐다. 트와일라잇은 황급히 얼굴을 들고 있던 차트로 숨겼다.
"무...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죠 언니?"
캐이댄스는 잔잔하게 웃으며 트와일라잇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거짓말 할 때 넌 진짜 귀엽다니까.. 하지만 조심하렴. 저 얘들은 분명 좋은 애들이긴 하지만.. 언니는 네가 계속 쌀쌀맞게 굴다가 쟤네들을 놓쳐버리는 건 아닐지 약간 염려가 되서..."
트와일라잇은 이를 부득 갈았다. 큰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꾹 참았다.
"....전 프로에요 언니. 연구에만 집중할 생각이구요. 쓸데없이 감상에 젖을 필요 따윈 없다구요."
캐이댄스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트와일라잇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다른 검사를 감독하기 위해 트와일라잇의 곁을 떠났다.
트와일라잇은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기 위해 차트를 다시 한 번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연필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더니 곧 연필심을 부러트리고 말았다. 트와일라잇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감정적으로 답답한 상황이 되자 트와일라잇은 다시금 선셋을 보며 위안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매섭게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쩌면 캐이댄스 언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정을 허비하기엔 이번 일은 인간의 이성을 한참 벗어나는 범주의 일이었다. 친구를 사귀는 것 보단 연구가 한참 더 중요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선셋 쉬머.... 트와일라잇은 자기가 전에 좋아하던 선셋 쉬머는 진작 죽고 없다는 걸 애써 상기했다. 여기 있는 선셋 쉬머는 단지....
...아냐. 여기 있는 선셋 쉬머는 단지 예전 친구의 복제품 따위가 아니었다. 지금 트와일라잇이 차원 저 편의 트와일라잇 공주의 복제품이 아닌 것처럼, 이 선셋도 엄연한 한 명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방 저편의 선셋은 수건을 들어 땀을 닦고 있었다. 물병을 들어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선셋과 트와일라잇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선셋은 환하게 웃었다.
...어쩌면 우정이란 건 트와일라잇의 생각처럼 끔찍한 짐짝은 아닌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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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트와일라잇.."
레인보우 대쉬의 얼굴 한 가득 불이 들어온 듯 새빨갰다.
"...뭐?"
여러 악기를 만지작거리면서 트와일라잇이 대꾸했다.
"너 미쳤냐?! 이것만 입고 연주를 어떻게 하냐고!"
트와일라잇은 뒤로 돌아 여섯 명의 소녀들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실험 세팅은 다 끝났다. 악기도 준비됐고, 여섯 명은 속옷과 여러 가지 실험 장비만 걸친 채로 중앙에 서 있었다.
"하긴.. 이래서야 제대로 집중이나 하겠어.."
래리티는 뻘쭘하게 브라 끈에 걸린 키타의 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이미 저 창가에 있는 커튼으로 필사적으로 반 나신의 몸을 가리고 있었다. 커튼 안에선 탬버린 소리가 처량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짤랑짤랑 울리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이미 통상 때의 실험 결과는 얻었으니, 이번엔 너희들 몸에 연결된 이 장비로 변신 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아내고 싶거든? 이럴수록 더 좋은 실험결과가 나온다는 건 두 말하면 입 아프고 말이야. 그리고 옷으로 가린 부분의 변화를 관찰할 필요도 있으니까. 너희들 전에 옷 벗고 확인해 본 적은 없지?"
"확인은 안 해 봤다. 그럴 여유가 읎기도 하고.."
애플잭은 배스의 현을 무심하게 퉁기며 말했다.
"언제나 변하는 건 아인데.... 여섯 명 끼리 호흡이 완전히 맞고 음악에 완전 몰입을 해야만 변하는 기라. 이렇게 서로 뻘쭘할 땐 할 땐 잘 안된다카이."
"참 나. 이렇게 홀랑 벗기고 연주를 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진짜.."
레인보우 대쉬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을 째려보았다.
"아우 대쉬야.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구만 뭐. 여기 진짜 따뜻하잖아? 그 정도면 됐지."
핑키 파이가 드럼을 손으로 두드리며 하는 말이었다.
"허이구, 천하의 대쉬가 왜 이러실까?"
선셋이 짓궂은 미소를 짓고 몸을 쭉 피면서 말했다.
"왜. 쪽팔려서 그래? 야. 평소에 지가 잘났다 잘났다 하고 떠들고 다니더니 고작 이 정도 쪽팔림도 못 극복하는 근성 없는 여자였어? 정 부끄러워서 못하겠으면 이 언니가 대신 기타 리드해줄까?"
레인보우 대쉬는 팍 짜증을 냈고, 다른 다섯 친구들은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도 다섯 명을 따라 웃고 있었다.
"음.. 불편하다면 사과할게. 그래도 이 방 안에는 캐이댄스 언니랑 나 외엔 다른 사람은 없고, 이 측정 기계는 이런 식으로 측정을 하는 게 더 정확한 측정 결과가 나와서 그래."
"그..그건 아무 상관없긴 한데.. 나 계속 커튼 뒤에 있으면 안 될까?"
플러터샤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냥 그 뒤에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걸?"
선셋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냥 란제리 입고하는 자선 행사라고 생각해. 물론 처음엔 좀 거슬리겠지만, 하다 보면 잘 되기도 하고 뭐 그러겠지."
"선셋, 자기는 정말 거리낌이 없구나. 대담한걸!"
낮게 웃으며 래리티가 말하자, 선셋은 혀를 쭉 빼물었다.
"전신 노출이 터부시되지 않는 문화권에서 태어나게 되면 다들 그렇게 돼."
트와일라잇은 선셋의 마지막 말을 애써 무시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 이쪽은 모두 준비됐어. 너희들도 준비되면 시작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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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컴퓨터 화면만이 방을 밝히고 있었고, 트와일라잇은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교차 검증해야 할 자료는 쌓여있었고, 아직 혈액 검사는 시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간단한 검사 결과도 대부분 괄목할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논문으로 적어내서 발표하면 과학계를 근간부터 흔들 내용이 될 거라는 건 자명해 보였다.
말 그대로 트와일라잇의 꿈을 두 손으로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트와일라잇의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분주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내일 있을 환영 파티가 계속 신경 쓰였다. 아니, 지금은 새벽 3시니까, 오늘 있을 파티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리라.
고등학생들이 여는 파티라.. 그런 데 한 번도 간 적이 없었으니 트와일라잇은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길이 없었다.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미성년자 음주 같은 탈선을 저지르는 걸로 끝나는 건 아닐는지...
하지만 그런 TV 드라마는 대부분 허무맹랑한 것들뿐이고 저 얘들은 그런 식으로 막나가는 얘들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쟤네들이 말하는 파티란 건 친구들끼리 모여서 보드 게임 같은 걸 하는 그런 게 아닐까..
그나저나 친구라... 왜 트와일라잇과 그렇게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득이 있다고?
마침내 랩톱을 닫고 트와일라잇은 침대에 누워 양 팔로 팔베개를 했다.
그리고 과거를 추억했다. 놀이터에서의 추억, 잠옷 파티의 추억, 숲과 산에서 놀던 추억, 수영장에서 놀던 추억, 여름 때 사랑했던 친구와 같이 놀던 추억, 그리고 짝사랑의 추억까지.. 그때는 너무 어려서 짝사랑이 뭔지도 몰랐긴 했지만..
이게 트와일라잇이 겪었던 우정이었다. 풋풋했고, 순수했고, 행복했었다. 그리고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영영 트와일라잇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와 같은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그러기엔 이미 너무 컸고 또 무뎌진 게 아닐는지..
"우정의 마법이라고 했지?"
트와일라잇은 눈물에 젖은 베개에 머리를 묻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은걸..."
그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변 :
과학 연구 씬은 "사이언스 오브 매직" 단편이 방영되기 몇 달 전에 이미 써놨었습니다. 그냥 설명해 두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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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설명하고 넘어가지만, 이 팬픽은 프렌드쉽 게임이랑 아무 연관 없는 평행 세계를 다룬 팬픽입니다. 애초에 여기선 인간 트와일라잇과 선셋이 구면(?)이에요.
트와일라잇과 선셋에게는 무지 미안한 말이 될 수도 있겠는데, 전 사건이 언제 빵 터질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샤이닝 아머가 나올 법도 한데 안 나오는군요?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234937/fractured-sunl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