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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풀어보는 군대 썰 - 눈오는 날 밤에
게시물ID : panic_718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오스트라
추천 : 5
조회수 : 197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20 03:14:01
안녕하세요.
비도 오고 해서 문득 군대에서 겪은 일들이 여럿 떠올라 그 중 하나를 풀어보려 합니다.
 
저는 당시 강원도 화천의 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였고 포병대대인 만큼 부대 부지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게다가 주위가 전부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전후좌우 모두 산으로 막힌 천혜의 요새 지형이었습니다.
 
포병 부대는 보통 중대의 개념을 포대로 지칭합니다.
따라서 본부포대, A(알파)포대, B(브라보)포대, C(찰리)포대의 4개 포대가 1개 대대를 구성하죠.
저는 당시 B포대에서 복무하였고, 오늘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장소는 부대 후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포병부대인 만큼 부대 부지가 엄청나게 커서 정문에서 후문으로 가려면 도보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물론 구보로 가면 10분내외로 끊는 거리이기도 했죠.
 
부대는  산- 사격장------------탄약고-----------------------------산
           후문------------------뒷길-------A연병장 ---본부포대
                 -----C포대--------포상----------------본부연병장 --정문
                 -식당------앞길----B포대------A포대---PX--------                    
           하천---------------------------------------------------하천 순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물론 부대 시설은 구막사였죠.
TV에서 자주 나오는 침대가 들어서 있는 신막사가 아닌, 건물 가운데에 행정반이 있고 양 옆으로 생활관이 있는 그런 구조의 건물말입니다.
가운데에 복도가 있고 양 옆에 마루가 있어서 그 마루에서 잠을자고 생활도 하는 그런 구조였죠.
그리고 포대 내의 각 포반(보병 중대의 소대 개념)들이 가림막 하나 없이 딱 붙어서 한 생활관에서 3개 포반씩 생활했기 때문에
같은 생활관을 쓰는 포반끼리는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포반끼리도 그렇게 친해지니, 같은 포반끼리는 더할나위없이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생활한 포반도 굉장히 친하고, 당시 막내였던 저를 선임들이 잘 챙겨주어 별 탈없이 군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때는 눈이 한참 내린 겨울이었습니다.
실제로 눈이 쌓인 모습이 장관이었고, 발이 푹푹 빠지는 경험을 난생 처음 해보았기에 부대에서 보낸 첫 겨울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
당시 우리 포대가 경계근무하던 근무지는 후문 경계초소였고, 앞서 설명드린 부대 구조를 보면 B포대에서 후문까지 가려면
느긋한 걸음으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근무 시간이 12시~1시 근무인데다가, 주말근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통 주말에는 야간에 연등이라고 해서 행정반 옆 작은 쪽방에서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생활관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저와 같이 근무에 나가는 사수인 김상병은 당시 상병 5호봉으로 소위 말하는 '꺾인' 상병이었습니다.
부사수인 저는 당시 일병 3호봉으로 이제 한창 일을 열심히 할 때였습니다.
둘이 같이 TV를 보면서 낄낄대고 있다가 11시 반쯤부터 슬슬 근무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밖에는 눈이 엄청 쌓여있었는데,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근무준비를 모두 마치고, 행정반에서 탄까지 인수받은 후에 당직부사관의 인솔을 받으며 근무지인 후문 초소로 가면서 김상병이 말을 걸었습니다.
 
김상병 : 야 주말인데 졸라 짱나지 않나. 날씨는 뭐이래 지랄같이 춥노. 하 시발. 눈도 내리네 염병.
글쓴이 : 일병 XXX, 예. 진짜 춥습니다. 김XX상병님. 강원도 날씨가 이런 줄 몰랐습니다.
김상병 : 카카카, 여름엔 정글 겨울엔 북극, 진짜 이동네 사는 사람들 대단하데이. 안그렇슴까 박뱀?
박병장 : (당직부사관이라 인솔중) 야 이건 아직 추운거도 아녀 아직. 날씨 영하 10도여. 시벌 한 18도 찍고 체감온도 20도 넘겨야 아~ 좀 춥구나 허지.
 
이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근무지에 도착하여 수하를 하고, 무사히 근무교대를 했습니다.
 
후문 초소는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건물 2층높이에 있었는데, 여기를 신초소라고 부르고 예전에 사용했던 신초소와는 길건너 반대편에 있는
1층짜리의 작은 초소를 구초소라고 불렀습니다.
원래는 구초소에서 근무를 섰는데 그것도 벌써 한참 전 이야기이고, 진지공사때 신초소를 지은 후론 쭉 신초소에서 근무를 서게 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대로, 후문 초소에서는 저 멀리 있는 A연병장까지 한 눈에 보였습니다.
근무를 설 때 사수는 부대 바깥방향을 보면서 근무를 서고, 부사수는 부대 안쪽을 보면서 서로 등을 마주하고 경계를 서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 반대편을 돌아보지 않는 이상은 서로 보고있는 상황을 잘 파악하기 힘들죠.
 
근무교대할 때 조금 흩날리던 눈이 어느새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살을 에는 칼바람까지 불어 어느새 눈폭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초소에는 그 어떤 난방장비도 없거니와, 불도 다 꺼놓고 근무를 서기에 열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입구 반대편 벽에 뚫린 창문을 아크릴로 대놓아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겨울 바람을 맞바람으로 다 맞을 뻔 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시계가 제한된 상태로 근무를 서고 있는데, 김상병이 말을 꺼냈습니다.
 
김상병 : 니, 밑에 구초소가 와 폐쇄된 줄 아나?
글쓴이 : 일병 XXX, 잘 모르겠습니다.
김상병 : 그거 귀신 때문이라 안카나.
글쓴이 : 진짭니까?
김상병 : 그래. 그 여름에 와 C포대 아들이 여서 근무 서다가 귀신봤다 아이가.
글쓴이 : 아 그거 혹시 5대기 출동한 거 그거 말입니까.
김상병 : 맞다. 웬 허연 옷입은 사람이 저짜 언덕위에 사격장에 어슬렁거리가 근무서던 아들 깜짝 놀라가 빨리 나오라 케도 말도 안듣고 케서
            5대기까지 출동했는데 막상 와보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가.
글쓴이 : 와.... 그거 동네사람 아니었습니까?
김상병 : 모르지 뭐. 누군지도 모른다. 글고 그때 근무한 아가 내 알동긴데 금마 카는 말이 그 사람이 사격장 초소 뒤로 가가 안보이는데
            갑자기 그짜서 여자 비명소리가 나서 5대기 부른거라 카더라. 근데 웃긴게 5대기가 와가 가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카나.
글쓴이 : 허.... 갑자기 소름돋습니다. 여자 비명소리까지 났습니까?
김상병 : 그래. 그냥 쉬쉬 하고 있는데 C포대 아들도 그거 들었다 카더라.
            근데 그 전에도 그런일이 몇 번 있어가 아예 낮은 데 있는 구초소말고 신초소를 좀 높게 지어가 지금 우리가 요래 근무하는 거 아이가.
글쓴이 : 아... 네.
 
이렇게 말을 시작해서 그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그 하얀 옷 입은 여자의 정체가 무얼까 하고 얘기 하면서 계속 근무를 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쪽에서 보이는 구초소쪽으로 눈을 둘 수가 없어서 저 멀리 A연병장 쪽을 보면서 근무를 섰습니다.
원래 12시쯤 되면 많이 졸릴 시간이라 슬슬 졸음이 오는 것을 꾹 참아가며  연병장을 보는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연병장에 웬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 것입니다.
 
정확히는 시계가 흐려서 언제 나타난지 모를 정도로 불쑥 나타난 겁니다.
게다가 거리가 아주 멀어서 희미하게 사람 형체만 확인할 정도라 그 형체를 보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면서 형체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체가 조금씩 또렷해지면서 커지는 것이 분명히 이쪽으로 오고있는 것 같았습니다.
형체가 A연병장을 지나 탄약고 앞을 지나치면서 더욱 뚜렷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사람 형태로, 이상하게도 상반신만 하얗고 하반신이 보이지 않는 형태였습니다.
아직 후문 초소에서 탄약고 앞 길까지의 거리도 꽤 되었기에 간신히 사람 형태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저는 완전히 정신이 번쩍 들어 얼른 사수를 불렀습니다.
 
글쓴이 : 김XX 상병님, 저, 저, 저기 귀, 귀신!!!!
김상병 : 야가 뭐라카노, (뒤를 돌아보며) 헉....
 
그 형체는 계속해서 조금씩 후문초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 형체가 C포대 포상 근처쯤 왔을 때부터는 '끼익 끼익'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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