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장면이 통쾌하고, 스펙타클하고, 감동적이고,
영화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 의외로 쉽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 같은 장면을 넣고, 배우들이 치열하게 연기를 하고, 극적인 설정을 몇 개 집어 넣고, 그러면 돼죠.
중요한건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납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잘 만든 영화죠.
실제로 그 전투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로서는 실패한 겁니다.
어떤 장면을 보면서 응?하고 납득이 안 가면 그건 실패한 장면이고 설정인 겁니다.
이순신은 뭔가 굉장히 하는 일이 많지만 그 행동들이 전략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길래 결과적으로 대승리로 이어지는지,
명량의 회오리바다가 어쨋길래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지,
병사들은 이순신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길래 그렇게 필사적으로 싸울수 있었는지,
뒤에 물러나 있던 배들은 어떤 생각으로 다시 전장에 합류한건지, 등등등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다 추측해야죠. 또는 역사지식을 알고 있거나.
관객을 납득시키는 데에 큰 신경을 쓴 영화가 아님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순신 영화잖아요, 영화에 깐깐한 사람이라도 조금의 어설픔은 용서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러 가기 마련입니다.
근데, 이순신 말고 다른 애들 얘기는 이 정도면 ㅇㅋ, 이순신의 비장미가 돋보이니까 조금 말이 안돼도 ㅇㅋ, 이순신과 백성들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으니까 전혀 말이 안돼도 ㅇㅋ, ㅇㅋ, ㅇㅋ, ㅇㅋ...
그래도 영환데 이러면 안돼죠. 말하자면 조금 괘씸한 위인영화입니다.
다른 리뷰에 쓴적 있습니다만, '이순신 뒤에 숨은 영화'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순신에 열광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 정도로 흥행할지는 몰랐지만, 최민식 주연의 이순신 영화가 흥행하는 건 감독이 누구든 당연한 일입니다.
이순신이 이번 3부작 이후로 다시 영화에 등장하는 건 다신 없거나,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입니다.
이순신은 그런 위인입니다.
작품성이니 스크린이니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것마저 말이 안 되는 위인입니다.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이순신'을 영화화 할 거면 훨씬 잘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지금 이 모든 사태는 영화 한 편 흥행시켰다고 섣불리 이순신에 손댄 김한민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있을 2편의 영화가 명량만큼 흥행할지 어떨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품성 논란에서만큼은 자유롭길 간절히 바랍니다.